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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Fate Note Part.1 14화
작성자 프리파워상명 등록일 2010-03-15 오후 2:36:28 조회수 1095
[혼전]

프리파워상명은 이른 아침부터 학교 갈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여전히 조이는 긴 잠속에 빠져있는듯 했다. 오늘도 별일은 없겠지란 마음과 그리고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조용히 가방에 페이트 노트와 페이트건, 전공 과목 교재들을 넣은뒤,

하루 일과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늘 일상이기도 하고, 더구나 요즘

며칠간 학교도 무단으로 나가지 않은 바람에 학과의 교수들로부터 전화가 오거나 후배들이

부쩍 연락을 자주 하던터라 언제까지 말없이 안나갈수는 없었다.


젠장, 요즘 뭐이리 복잡하게 돌아가는거야. 에이, 모르겠다. 자꾸 빠지면 곤란한건 나뿐만이 아니니까.

이런저런 생각들이 그의 머리속을 헤집고 다니는중이었다.


"오늘도 별일은 없겠지만.."


곧 기말고사다. 아직은 6월초였지만, 대학의 기말고사가 6월 초중순에 치뤄진다는걸

감안했을때는 코앞까지 왔다.물론 그 기말고사가 끝난 이후에는 달콤한 방학이 기다리고 있지만,

생각보다 동시 다발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프리파워상명이 공부를 제대로 했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전공과목에 대한 이해도 거의 못한 상황인지라 여러모로 그에게 주변상황은 숨막히게

돌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오늘 수업은 2교시 부터다. 그런 그가 굳이 아침 일찍 기상을 하고 9시부터 나서려

한것은 개인적인 생각들이 필요한 타이밍이다. 프리파워상명은 모든 준비를 마친뒤, 한참 단잠에 빠져있는

조이에게 언제나처럼 말했다.듣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예의상 "동료"인 조이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져줄수는 없었고, 어차피 조이도 일어나면서 알긴 하겠지만 말해둬서 나쁠것은 없을것이다.


"학교 다녀올게. 잘자고 있어."


아마 알아서 잘 듣고 있을것이다. 아무런 대답도 듣지는 못했지만, 슬슬 시간이 되었겠다 프리파워상명이

무심결에 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조이가 뜬금없이 괴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 지나!"


이제까지 이렇게 자다가 벌떡 일어나는 조이의 모습은 본적이 없었기에 다소 당황스럽긴 했지만,

워낙 자신에게 조이가 엉뚱한 행동을 한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던지라

그런 조이를 지켜보던 프리파워상명이 한심하다는듯, 물었다. 대체 너 왜이러니.


"..........걘 또 누구냐.."


"아..아 이런. 미안해요 형 ㅠㅠ..꿈이었네요..휴"



조이는 평소답지 않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무슨일이 있었던것인가.

하긴, 처음 만날때부터 두남자는 서로간에 어떠한 사정들이 있었고,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둘만의

친밀한 관계에 관해서 진지하게 알게 된것은 사건으로부터 그다지 오래된일은 아니었다.

문득,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에게 한번쯤 기회가 된다면 사건의 전말을 모두 듣고 싶었다.

도와주려면 무언가 계기나 상대의 사정은 알아두는것이 매너다.


하지만, 조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난뒤로 몹시 헐떡이는 모습이었다. 마치 쫓기거나

혹은, 놓쳐서는 안되는 무언가를 본것처럼. 대체 뭘봤길래? 프리파워상명은 궁금증이 생겼으나,

그것은 나중에 듣기로 생각하고 잠시 방문앞에 서있다가 조이가 누워있는 매트로 와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둘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프리파워상명은 마침 나가려고 생각중이었지만 조이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어차피 강의 시간까진 1시간 반가량의 여유시간도 있었으니 잠시 조이를 돌봐주는것도 어렵진 않았다.


"너 답지 않게 악몽을 꿨나보군.. 괜찮아?"

"휴~ 아니에요.아 그런데 형은 학교 갈 시간인가봐요?"


"안그래도 나갈 참이었는데 네가 괴성을 질러대러 말야..-_-"


조이는 다시 한번 프리파워상명에게 미안함을 느꼈다. 처음 만날때는 차가운 인상이 강했던

그였지만 어느샌가 그는 친근한 존재가 되어있었다.자신만을 생각하는것 같았던 그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 조이는 그동안 잘못 생각한것에 대한 미안함도 담긴 표정으로 프리파워상명을

바라보았다.당황한 프리파워상명이 다시 물어보았다.


"이..이봐. 뭘 그렇게 빤히 유심히 쳐다보고 있어.-_-;;"

"...음; 오늘 형 바쁘지 않으면요."


"바쁘지 않으면?"

"저도 학교에 데려가주세요!"


뭐?! 학교에 가자고? 후배들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날 이상하게 볼텐데?

지금까지 조이와 외출을 한것도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곳에서 조용히 한데다가

이런 조이와의 만남을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했다.



뜬금없는 조이의 부탁에 프리파워상명은 잠시 넋이 나갔지만, 그러고보면 지금까지 둘이

만난 직후로 직접적으로 학교에 데려가본적은 없었다.어차피 아직은 여유가 되는 시간이기에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것보다는 조이와 함께 있는게 어쩌면 나을지도 모른다.

생각을 마친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에게 말했다.


"뭐..어렵진 않지만 강의실에는 들어올수 없어.그땐 혼자 있어야 할텐데 괜찮겠어? 낯설텐데.."

"하~ 어쩔수 없는걸요.. 하지만 오늘은! 같이가요~"



"좋아..이제 한시간 가량 남았군. 대충 준비하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테니까."


말을 마친 프리파워상명은 먼저 밖으로 나갔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조이는

천천히 움직였다. 과연, 미래세계의 학교는 어떤지에 대한 설레임으로.







































같은 시각의 애플파이 온라인은 한산했다. 최근 서버의 정식 오픈으로 인해서

날마다 북적대던 날들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오전인만큼 유저의 수는 많지 않았다.

피카소는 한참 멍하니 돌로레 광장에 서있었다.



105레벨의 여마법사 캐릭터를 키우는 그녀는 태풍 길드의 일원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간부급에 있는 높은 위치다. 실상 요즘은 한산했다.

주말마다 공성전에는 명왕성에게 도전장을 내던졌지만 워낙 명왕성의 전력은 탄탄했기에

이미 몇주전부터 공성전은 쉬고 있었다.



$피카소:한번쯤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도 성을 차지해야 할텐데..


피카소는 걱정섞인 어조로 길드 채팅을 시작했다. 지금 시간에는 길드마스터인

데블도 다행히 접속중이었다.


$데블:데자누스놈..맘에 안든다니까.

$피카소:최근 누군가와 꽤 시끄러운듯 해..


$데블:상명이형 말인가?

$피카소:아아.. 요즘 그 오빠 꽤 기운도 없어보이던데. 듣기론 이혼의 여파가 좀 있는걸로 알고있어.



태풍길드의 두 사람은 프리파워상명과 얼마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둘은 종종 프리파워상명으로부터

여러가지 조언도 자주 들었던만큼 이제는 제법 친분도 있다. 사실 두사람은 지난번 그와 함께

구름 길드로 새출발을 하려 했으나, 기존 태풍 길드원들의 반대에 못이겨 어쩔수없이 이데아로 돌아오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이제는 벗어나고 싶었으나 이데아로 오는것에 관해 꺼린 이유는 역시나 데자누스 때문이었다.



$데블:그거야 개인적 사정인데, 네가 그얘기를 꺼내는건 뭔가가 있겠는걸?

$피카소:내 생각엔 왠지 그 배후에 데자누스가 관여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


$데블:데자누스가?하긴, 하는짓들이 영 수상쩍은 존재란건 사실이잖아?

$피카소:그렇네.. 저기서 대체 뭐하고 있는건지도 수수께끼야.



그 둘의 시야에서 멀지 않은 곳, 광장 중앙엔 데자누스가 서있었다.

$데블:...모르지,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지도.



































데블의 말 그대로 데자누스는 최근 용의선상에 놓인 다섯 길드의 중심멤버들을

의도적으로 집중 감시중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각 길드의 정보를 캐기 위해서

이미 스파이들도 심어두었다. 중요한건, 그 사건이 터진 이후로는 또다시 조용해졌다.


"역시 우연이었던건가."


그렇지만 아무리 상식적으로 따져도 시간마다 연달아 사건이 터진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 한번의 사건이 데자누스에게 심상치 않은 느낌들을 던져주었기 때문에

경우야 어떻든 용의선상에 놓인 다섯명의 감시를 통해서 어떤 수법을 통해서 사건을 저질렀는지의

파악이 가장 중요했다.



마찬가지로 오늘도 그는 유저들의 활동이 가장 많이 집중되는 돌로레쪽에서 모습을 드러내면서

움직임을 필수적으로 체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은 오전이고 이들의 평균 활동시간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은 김빠지는 감시다.



데자누스는 헤르멜을 불렀다.


$데자누스:그 다섯명의 평균 활동 시간대를 알려주도록.

$헤르멜:일단 싸이클론 길드의 네벨스턴은 저녁에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유성 길드의 네오,

혼 길드의 타르마 역시 비슷한 시간대에 주로 활동을 하는걸로 추정되는듯 하며.. 이들 모두 2~30대층의

유저인지라 실질적으로 오전에는 그다지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데자누스:좋아, 그럼. 지금 주변에는 태풍 길드의 피카소가 보이는데.

$헤르멜:듣기론 대학생이라고 알고 있으며, 시간대의 확인은 힘듭니다.


$데자누스:프리파워상명이 궁금해지는군.

$헤르멜:그자도 피카소와 일부는 동일한데다가, 유일하게 접속하는 시간이 매우 달라져서

확인이 힘들었습니다.



데자누스는 프리파워상명의 이야기를 듣고나선 살짝 미소를 띄웠다.아무래도 요즘 여러가지 사건들에

휘말리느라 정신도 없어보인데다가, 기자단쪽도 자신의 생각대로 이미 마비가 진행중이다.

그렇다는건, 당시 사건에서도 우연히 그냥 눈에 띄었을 가능성도 높다.


$데자누스:그렇다면 역시 프리파워상명은 제외하는게 좋지 않겠는가? 어차피 냅두면 알아서 무너질듯 보이지만.

$헤르멜:하지만, 아직은 모릅니다. 일단 용의선상에서 제외 되어야할 확실한 이유가 없습니다.


$데자누스:하긴 그래. 적어도 놈이라면, 그냥 이대로 주저앉아버릴 타입은 절대 아니지.

그래서 내가 이사건에서 가장 의심되는 인물로 꼽은것이니까 말야.







































다크마스터는 오랜만에 접속했지만, 특별히 접속한 길드원도 없었다. 생각보다 우연하게 모인 이들로

구성된 길드가 조용해진건 하루 이틀일이 아니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저마다 접속시간이 틀려서

그나마 주말이나 되어야 간간히 마주치는 정도였다. 흔한말로 정말 더럽게 심심한 길드였다.

하루에 채팅창에 길드채팅이 올라오는것이 정말 몇줄 될까 말까한 수준? 그나마도 프리파워상명이

아니었으면 다크마스터는 벌써부터 탈퇴를 했어도 늦지 않을정도였다.


"휴~ 오늘도 그저 그렇네."


그래도 제법 ⓗⓐⓟⓟⓨ엔딩™ 길드는 남자셋, 여자 둘이 모여있는 나름대로의 균형잡힌(?) 부분이 있었다.

거기다가 프리파워상명의 이름값은 나름 자타공인이기에 다크마스터는 아직까지 길드에 남아있는것을

좀더 생각해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여전히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았다. 분명 진현s의 조언은 큰 힘이 되었다지만,

아직까지 어떤 반전이 일어난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 며칠전에도 프리파워상명은 타격이 회복된것 같지 않았다. 잠시, 다크마스터의 머리속을 파고드는

얼마전의 길드채팅 대화가 불현듯 떠올랐다. 그래, 그때도 그랬었지.

장미에 대한 집착적인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을.



-프리파워상명:전에 장미랑 몇번 얘기해봤었고 아는 사이라 그랬었지..?어땠어 느낌은?

-다크마스터:전에 이야기?


-프리파워상명:응, 요 얼마간 말이야.나땜에 나서준때 말이지.

-다크마스터:음, 솔직하게 말해줘야 되나..?아니면..


-프리파워상명:가급적이면 솔직한것을 원해. 그래야 나도 더이상 겉돌지 않아.

-다크마스터:장미랑 그렇게 진지하게 이야기 할 타이밍은 없었어.형이랑 이야기좀 해보라고 했을때

이야기하고 있다고만 했고.그러고 별다른 말은 하지 않더라구.그리고 형이랑 잘 지내보라고 하니까,

지금 누구편이냐고 물어보길래 그냥 좋은게 좋은거라 그랬지..잘됐으면 좋겠다고만 하고 말았어.



-프리파워상명:그럼 포기해야되나..후우. 사실 어떤 일말의 희망도 없어보여.희망이 남아있나.

이젠 아무런 단서도 없고, 내가 나서봤자 무리아닐까.


-다크마스터:에에.. 무리라니! 진현이 형도 충분히 이야기 해줬잖아!

-프리파워상명:근데 뭘믿고 포기하지 말아야 할지 이젠 모르겠어..사실 단서들이 없어.

희망도 없고, 뭔가 애매하게라도 남아줘야 내가 희망을 가져볼텐데 말야.


-다크마스터:...휴우~ 뭔가 기적이 있어야 할텐데.

-프리파워상명:판단은 정확히, 생각은 깊고 빠르게.그러나 사랑에 그게 통할리가 없지.

나는 그래서 연애를 잘 못했던건지도 몰라. 내 스타일이 먹히지 않는 유일한것이랄까.




그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자 다크마스터는 지금은 접속하지 않았지만 프리파워상명이 최근

모습을 자주 보이지 않는것에 대해서 은근히 마음 속 깊이 찾아오는 걱정과 한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기억을 좀더 거슬러 올라갔을때, 무언가 특이한것을 생각해냈다. 그러고보면 단순히

장미에 관해서만 말을 한것은 아니었잖아! 그게 뭐였더라.



-프리파워상명:일반적인 방법으로 장미를 찾는다는건 불가능할거야. 그렇다면..

-다크마스터:응..?



-프리파워상명:한번도 이것은 해본적이 없지만, 적어볼까.

-다크마스터:무슨말이야 형?


-프리파워상명:나는 기자단이니까, 글을 쓰면서 종종 생각이 들거든. 말의 힘이라는것.

-다크마스터:말의 힘..? 뭘 하려는거야 형?


-프리파워상명:응, 언어의 마술이란것이 존재하는지의 궁금증이었어. 즉, 종이에 장미가

다시 돌아오게 적어볼까해. 너, 종이위의 기적을 알고 있어?


-다크마스터:....이해가 안가 형이 뭐하려는건지 도저히..@_@



-프리파워상명:아주 간단해, 노트에 적을거거든.

-다크마스터:노트라고?



-프리파워상명:Fate Note라고 말이야.



다른것은 그다지 기억에 없었지만, 다크마스터는 프리파워상명이 언급한 페이트 노트라는것이

뜬금없이 이야기한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설명에 따르면 사람의 글씨는 그것에 대한 혼이

존재하기 때문에 의지와 혼을 담아서 적으면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는 이론을 들은적이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종이위의 기적이란게 괜히 존재하는게 아냐.거기에 단순한 글을 쓰는게 아니라,

자신의 영혼을 담는거지.글씨란건 그런 사람의 영혼을 표현하는 하나의 매개체이기 때문이야.

이런말이 있어.


-다크마스터:...무서운데.


-프리파워상명:신이 인간에게 부여한 가장 공통적인 마법은 "언어"라는것.




















































그리고 비슷한 시각, 프리파워상명을 걱정하는 사람은 다크마스터뿐만이 아니었다.

최근 모습을 별로 보이지 못했던 메이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그 모습이 드러나지 않았을뿐,

느낌은 다크마스터와 비슷했다.


메이린은 요 얼마동안의 개인적 일들로 실상 게임접속도 거의 못하긴 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프리파워상명이 만나자마자 뜬금없이 여러가지 사건에 복합적으로 휘말릴줄은 상상도 못했다.

처음 만날때엔 이미 장미와의 문제는 물론이고 진현s의 문제까지 엎친데 덥친격으로 터졌다.

장미와의 마지막 순간이 지나간 직후, 메이린은 프리파워상명에게 말을 걸었었다.

물론, 말을 걸면 안될것 같은 느낌이었지만, 회피할수가 없었으니까.


-메이린:듣고있어요..?

-프리파워상명:....얘기해.


-메이린: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안들리겠죠.오늘 괜히 왔다는 생각이 들 뿐이에요.

-프리파워상명:아냐.. 나 자체를 애초에 만나지 말았어야 해.



-메이린:난 당신을 만난것에 대해 고마울뿐이에요!

-프리파워상명:모든것이 무너져가고 있어. 사랑하는 연인도, 친구도 모두 떠나가고 있지.

다음은 누구야?


-메이린:......

-프리파워상명:넌 그냥 조용히, 내가 가는길을 지켜봐주길 바래.아무런 약속도 하지말고.


-메이린:그렇게 두지 않아!

-프리파워상명:미안, 지금은 그게 날 도와주는거야.


-메이린:바보같긴.. 힘들잖아! 아프면서.. 어떻게 보고만 있으란거에요?!

-프리파워상명:아니.. 이건 그냥 내가 닫은것 뿐이야.



그로부터 얼마동안의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특별히 그가 달라진것 같진 않다.

마침 오늘은 조금 한가하기 때문에 한번쯤 보러가는것도 나쁘진 않을듯 하다.

그리고 제발좀 얼른 깨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과거에 보여주던 모습들을 다시 한번만 보여주길

바랬다.


"무언가.. 기운을 낼 수 있는 계기가 있다면 좋을텐데.."


메이린은 애플파이의 접속을 시작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그의 캐릭터가

접속중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런 그들의 걱정에 비해서 프리파워상명은 생각보다 여유롭게 조이와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교시 강의가 끝난 직후,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와 함께

학교 식당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지? 배고플텐데.. 이세계 밥이 너에게 맞을지 모르겠군."

"에이~ 혼자 있는것도 좋은데요.그나저나 미래세계에도 학교가 있는게 신기했어요~ 히히"


"그렇군. 그보다 조이, 너의 세계에도 학교가 있었어?"

"그럼요~! 우리도 학교가 있었죠."



프리파워상명은 그러고보면 조이가 살아온 세계에 관해서는 깊이 듣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궁금해졌다. 오랜만에 조이와 여러가지 시간을 보내는동안 그가 있었던 대륙의 이야기들을

들어보고 싶어졌다.



"무슨 학교인데? 뭐 인간의 학교라고 해봐야 거기서 거기이지 않을까 싶은데?"

"음, 우리 대륙은 평민이 다니는 학교랑 귀족이나 왕족이 다니는 학교가 달랐어요."


"무슨 판타지 세계도 아니고..-_-;; 신분에 따라 달랐다는 얘긴가.."

"헤헤 형, 이해가 빠르시네요~ 전 왕족이니까 마법학교를 다녔죠!"



문득 그는 조이의 이야기를 듣는 와중에도 마법학교에 자신도 다니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다.

최소한 이곳세계처럼 골치아픈 과목들은 없을것 같았다. 그에게 있어서 대학이란 낭만의 장소가 아니라

골치덩어리의 세상이었다.


그런 그의 모습을 지켜보는 조이는 금새 생각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하지만 이세계의 학교보다 다니는게 굉장히 힘들다구요~ 상상은 거기까지~"

"어땠길래..?"


"일단, 분위기도 엄했고.. 제대로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평생 유급된다니까요.

죽을때까지 다녀야되요! 그만큼 저도 고생고생 했죠..-_ㅠ."



"그나저나, 거기서 넌 몇등이나 했냐..?"

"놀라지 말아요~ 이래뵈도 전 마법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다구요!"




프리파워상명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조이에게 물었다. 세상에 이렇게 엉뚱한 녀석이 수석이라면

자신이 간다면 우습게 졸업할것 같았다. 적어도 그가 생각하기론 스스로의 두뇌라면 그다지

남들에게 떨어질 수준도 아니거니와 맘먹으면 충분히 노력도 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뭐, 네..네가? 푸하하하하"

"...........나중에 대륙에 오게되면 졸업장 보여줄거라구요!"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마저 남은 돈까스를 먹어치우기 위해서 그릇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나 그릇은 매우 깨끗했다. 어라? 어디갔지? 분명히 좀전까지만 해도 잘라놓은 돈까스와

밥이 좀 남아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먹어버리려고 했다. 이상하다싶은 프리파워상명은

이것은 아무래도 마법같은일이며, 즉 그렇다는것은 누군가가 엄청난 술수로 말도 안되는 타이밍에

뺏어갔을것이기에 그것은 조이왕자가 저지른일이 아닐까란 명탐정급의 추리를 통해 테이블 맞은편의

조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물론 테이블에 마주 앉은 조이의 시선은 그의 눈치를 보는것이 심상치 않다. 옳커니! 너구나.

프리파워상명의 시선은 살짝 싸늘해졌다. 곧바로 조이는 자신이 저지른 일이 위험했다는것을

동물적 육감으로 깨닫고 슬그머니 그에게 고해성사(?)를 시도했다.


"헤헤.. 너무 맛있어서 그만 형것까지 먹어버렸지 뭐에요~ 하하하.."

".......조이"


"....네"



프리파워상명이 조이를 그렇게 부르는것은 별로 상황이 좋지 못할때의 이야기다.

당연히 조이는 그래도 제법 같이 지내다보니 분명 느낌을 알 수가 있었다.

잠시 테이블의 분위기는 살벌해졌다.


"...형이 스틸을 싫어한다고 이야기한적이 있지 않니..?"


긴장한 조이가 얼버무렸다. 서,설마 밥 하나 뺏어먹었다고 이렇게까지 냉정해질필요는 없잖아요!!

다급한 조이는 그에게 협상을 통해서 당장 날라올 꿀밤을 피하고 싶어했으나, 현실은.


"...아..하하하. 그게 언제쩍이더라; 나중에 제가 밥 사줄께요~.."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씨익 웃어준뒤 사악한 미소로 조이에게 크리티컬 대미지급의

특급 꿀밤을 세대를 날려주었다.


"......자슥이 배고프면 더 사달라고 이야기 해야지 -_-.."

"우 씁 아프잖아요! ㅠㅠ.."



"아무튼 오늘은 수업이 이것뿐이야.집에나 갈까?"

"에..벌써요? 오랜만의 외출인데..더 있다가요!"



프리파워상명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가방과 그릇을 챙겨들었다.

할수없이 조이도 그를 따라 일어났다.잔반처리대에 그릇을 두고 프리파워상명과 조이는

밖으로 나갔다.



어느때보다 햇살이 좋은 6월이지만, 프리파워상명의 안색은 한겨울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조이의 표정은 쌀쌀한 늦가을이었다.

둘은 교정의 벤치에 아무 생각없는듯 누가 먼저라 할것없이 앉았다. 조이가 심심했는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돌아가면 또 애플파이 할거죠?.."

"알면서 왜 묻냐."


"지난번에 데자누스를 없애지 못한게 걸려서요.."

"그랬었지.. 하지만 그당시 타이밍이 어긋났어."












얼마전, 프리파워상명은 운영진 및 데자누스와 삼자대면을 한적이 있었다.

물론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와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냈었다.




*GM:운영팀은 오래전부터 두사람의 대립관계를 지켜봐왔습니다.우리들이 어느쪽 편을 들지 않는것은

다름아닌, 두사람의 대립이 무의미하다는것을 알기 때문이죠.데자누스님, 당신에게도 알게 될 때가 오겠죠.

그리고 프리파워상명님, 당신도 그 위치에서 쉽게 도망칠수 없다는것을요.


그러나, 프리파워상명과 데자누스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어느정도는 둘 모두에게

생각해볼 시간도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설득과 협상은 무리인듯 싶다.


*GM:그때까지는.. 우리들도. 조용히 지켜만 보겠습니다. 밤이 깊었군요, 오늘일은 주변에 알리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이쯤에서 먼저, 운영팀은 퇴장하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시길.


말을 마친, 운영팀은 그자리에서 빛의속도로 사라졌다. 프리파워상명과 데자누스는 여전히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은채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러나 곧바로 데자누스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면서 흐름이 깨졌다.


*데자누스:언젠가, 반드시 결판을 내주도록하죠, 프리파워상명.


*프리파워상명:누가 할소리를.



그때에 조이가 프리파워상명에게 급히 말을 걸었다. 자신이 느낀 기운이 사실이라면

데자누스는 보통내기가 아니고, 이미 페이트건으로 입증된 부분인지라 그가 마음먹고 암흑파워를 끌어내어

노린다면 프리파워상명은 위험해질수밖에 없었다.


"형, 지금이에요. 빨리 데자누스에게 운명탄을 맞춰요!"

"아차, 아까 문제로 잊고 있었어!"



프리파워상명은 그와 동시에 재빨리 페이트 노트를 꺼낸뒤, 데자누스를 쏘기 위해서 페이트건을 들었다.

그전에 조이는 한가지 실험할것이 있었다. 암흑의 기운이 느껴지긴 하지만, 데자누스가 힘을 쓰는것을

모른다면 먼저 이쪽에서 처리하는것이 좋다.


종종 자신의 능력을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중에는 알기전에 제거해야할 대상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만에하나, 데자누스가 아무리 물리적 위력이 없는 운명탄이라 할지라도

암흑파워의 운용법을 안다면 충분히 페이트건에 대해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가볍게 탄환을 보고

박살낼수도 있었다. 그래서 조이는 프리파워상명을 부추겼다.


"지금 저 자가 돌아가기전에 빨리 처리해야되요. 지금요!"

"응? 근데 조이, 너 왜 아까부터 그렇게 재촉하는거야? 넌 데자누스와 인연이 있을리가 없잖아?"


아무리 생각해봐도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그렇게 다급해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는데,

자꾸만 빨리 맞춰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었다. 하기야, 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데자누스이니

제거하면 되지만, 지금 조이가 말하는 제거의 의미는 완전히 없애버리라는 의미같았다.


그러나, 그 의문은 곧바로 터져나온 조이의 이야기에 잠시나마 풀렸다.

"형, 저자는 우리쪽 세계에 존재하는 레니게의 암흑파워를 몸안에 지니고 있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고 그 주변에 있는 형과 같은 대다수 사람들이 위험하다구요! 알고 있어요?!"

"뭐..뭐라고?"



만약 조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에게 끌려간 대다수 유저들은 자의가 아니라 암흑파워의 힘에 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잠식당하여 끌려갔다는것인가? 그렇다면 장미나 그 주변 유저들은 물론이고

명왕성에 가입하여 데자누스를 따르는 모든 이들은 어쩌면.



"시간이 없어요! 좀 더 저자를 붙잡고 사망시켜서라도 잡아야해요.. 어쩌면 저자는..아아."


조이의 기억속에 떠오른 "데자누스"라는 이름. 그동안 워낙 경향이 없었던터라 그 이름에 대하여

처음엔 아무것도 기억나는게 없었던지라, 프리파워상명이 당한 사건에 대해서도 별다른 의미는

두지 않았고 순수한 마음에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이순간 조이의 기억속에 떠오른

데자누스라는 자는 설마.



그당시 조이가 대륙에서 지낼적, 조금 더 어릴때에나 잠시 들었던 이야기지만 레니게의 수하들중

크로노스를 포함하여 그의 밑에는 유능한 부하들이 있었다고 들었다. 모두 기억이 나는건 아니었으나,

크로노스, 아누비스, 야누스, 엔드로스, 샤미르, 그외에 몇이 더 있다고 했었다. 그다음은 점점 희미했지만,

조이의 잠재된 기억속의 그 이름. 데자누스 에니베로우, 한때 돌로레 국왕 소울의 충신이었던

마법학교 상급교사 세르노튼의 장남이라던 그남자.


세르노튼은 소울의 폭정에 늘 바른말을 하던 안타까운 남자였고, 감옥에 갖힌후 의문사를 맞이했다는

정도외엔 들은바가 없었는데, 당시 세르노튼에게는 두명의 아들이 있었으며 그 중 장남이 데자누스였다고

했다.


시간과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작하여, 그것을 타인이나 자신에게 사용 가능한 암흑세계의 실력자중

한명이었는데, 어릴때 세르노튼의 사망 이후 돌연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렇다면, 지금 데자누스가

나타난건 단순히 우연이 아니었단 말인가? 모든걸 다 천천히 생각해볼 틈이 없었다.


어느쪽이건 아마 데자누스는 자신을 뒤쫓기전 먼저 이쪽 세계에 와있었던것 같았다.

만약 그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각성을 하기 직전이라면, 아직은 자신의 능력에 대해 모르는것이고,

그래서 이렇게 된것일테지만 데자누스가 현세로 와야할 일이 있을까. 게다가 왜 자신의 과거 존재에 대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까.


궁금증과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으나, 지금은 시간이 없다.

"자세한건 나중에 설명할게요! 이 나도 시간이 아직은 부족하니까요!"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페이트노트에서 아공간 소환을 적어 데자누스를 환상속에 묶어 시공간에

봉인시키기 위해 탄알을 소환한뒤, 데자누스를 도발시켜 붙잡은후 시간을 끌어낼 계획이었다.


-프리파워상명:아예 지금 결판을 내는게 어떠신가요?

-데자누스:굉장히 자신만만해 하시는걸 보니, 뭔가 감추신게 있군요?후후.


-프리파워상명:그런것 따윈 없습니다만.



그리고 막 데자누스를 맞추기위해 겨누기 직전이었다.


-데자누스:한가지 경고할건 있군요. 최근 저희길드에 터진 일련의 사건들의 용의선상에 당신도 포함되있습니다.

-프리파워상명:당연하죠, 원래부터 당신은 절 안좋게 봤으니 그런 결과쯤 그러려니 하고 있습니다.


-데자누스:물론, 확증은 없지만. 지금 당장 저에게 안좋은일이 충분히 생길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입니다.


프리파워상명은 살짝 당황했다.

"뭐..뭐야. 이자식은 그럼 애초부터 나를 의심했다는건가? 이것을 눈치채려면 상당히 날카로운 시야가

필요할텐데..!"



그렇다고 만에 하나 지금 운명탄을 맞춰서 데자누스의 주변에 이상 현상이 생긴다면

걸릴수가 있었다. 예컨데, 데자누스는 아직 용의선상에 프리파워상명이 있다고만 얘기했을뿐

대놓고 범인이란 얘기는 안했기에 확실치는 않다는 소리였다.



-프리파워상명:호오 도망칠 생각인가 보군요?


그와 동시에 혹시나 싶었던 프리파워상명은 뭐라고 지껄이든 한방에 보내버릴 생각으로 데자누스를 겨누고

페이트건으로 아공간 소환탄을 날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밝은 빛줄기가 데자누스의 캐릭터를 향해 날라가면서

프리파워상명은 확신에 찬 미소를 지었다.


"풋, 까불고 있군. 평생을 환상속에 갖혀 지내길 바래. 데자누스!"



그러나, 순간 믿을수 없는일이 그의 눈앞을 스쳐갔다. 분명하게 페이트건의 운명탄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빛줄기가 데자누스에게 덥쳐가고 있었고 탄이 터지기만 하면 데자누스는 누군가 깨워주지 않는한,

영원히 환상속에 갖혀 자신의 시야에 보이는 가상 현실을 살아가게 된다.


헌데, 아공간 소환탄이 데자누스에게 닿기 직전 갑자기 탄은 데자누스의 바로 앞에서 "펑"소리와 함께

자연산화 해버렸다. 믿을수가 없는일이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을 덥쳐왔다. 뭐지? 페이트건이 통하지 않는다?

적어도 프리파워상명이 알고 있는 데자누스는 조이와 같은 존재가 아닌 자신과 똑같은 평범한 인간이고,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기운을 느낄수 있는 엄청난 자는 아니었었다.


그럼 분명하게 탄은 명중이 되어 지금쯤 데자누스는 환상속을 헤매야 정상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거지.."


프리파워상명은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모니터를 주시했으나, 데자누스는 멀쩡한듯 보였다.

그때에 조이가 놀란듯 그에게 외쳤다.


"근처에..근처에 누군가가 있었어요! 그가 데자누스를 구해준걸거에요! 뭐지..

데자누스 한명이 아니었던 말인가?"

"무슨말이야..조이. 난 아무것도 이해가 가지 않아! 대체 지금 일어난 일은 뭐냐구!!"


"아아.. 데자누스는 대체. 아니에요 형.. 저자는 아직 아무것도 몰라요. 나의 존재에 대해서도.

그럼.."


조이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한뒤, 데자누스가 있던 지역을 머리속에 떠올려 근처의 기운을

주시했다. 아주 기분이 나쁠정도의 검은색 기류를 형성하는 데자누스의 근처로 무언가 회색류의

아지랑이 같은 기운들이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이것은 설마 데자누스 외의 또한명?


아주 잠시, 조금의 시간이 지나간뒤 조이는 놀란듯 눈을 크게 뜨며 프리파워상명에게 말했다.

"형.. 그자에요 그자!! 데자누스 근처에 누군가가 있었어요!"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의 캐릭터는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데자누스의 근처를 살펴봤지만, 모니터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에 데자누스가 도발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투로 이야기했다.

마치 운명탄을 알고 있어도 무시하는듯한 태도.




-데자누스:아뇨, 나머지 용의선상에 놓인 자들도 감시해야 되거든요. 당신 따윌 붙잡고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은 없습니다. 마침, 하데스가 근처에 있는데 그만 돌아갈 생각입니다. 너무 기다리게 했거든요.



하데스? 다시 조이의 눈에 보인 데자누스의 하데스란 이름은 어디선가 얼핏 기억속에 떠오른

데자누스의 동생이었다. 세상에, 그럼 데자누스 혼자만 이세계로 온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의 동생인

하데스와 같이 시공간을 넘어온것이라고? 조이는 망연자실하여 그저 멍하니 주저앉아 초점없는

시야만이 모니터에 가있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여전히 진실을 모르는 프리파워상명이 망설이는 사이에 데자누스는 마지막 이야기를 남긴채

사라졌다.


-데자누스:당신과의 결판은 좀더 나중에 미루기로 하죠. 피래미들을 쓰러뜨린 후에 최종 결전에서

당신을 쓰러뜨려 주겠습니다.그럼 이만.

-프리파워상명:기다려!



하지만 데자누스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프리파워상명은 데자누스에게 운명탄을 맞추지 못한것에

혀를 찼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다면 데자누스를 그대로 끝장낼수 있었지만, 의외로 데자누스는 타이밍 좋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 아쉬움은 분명히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학교에 조이와 머물러 있는동안 자신의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더구나 조이는 그당시 데자누스와 하데스에 관해서 무언가 아는 눈치였으나

그후에 별도의 언급은 없었고, 내막이 있긴 있었던것 같은데 자신도 따로 물어볼 시간이 있던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 한가지 생각에 몰두했는지, 상의할것이 있어서 조이를 향해 말을 하려던중

교정의 벤치에 앉아있는 조이의 시선이 눈앞의 아이들에게 향해 있다는걸 보았다.

왜 아이들을 보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자신과 조이는 나이차이도 제법 있고해서 어쩌면 자신을

어려워 하고 있는건 아닌지 내심 마음속으로 우려가 되긴 했다.


"뭐하고 있어...조이?"


오랜만에 던져보는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조이는 대답이 없었다. 혹시 내가 맨날 때려서 적응이 안된걸까.

아니면 똑같이 자신처럼 그때의 문제에 관해서 생각하는것인가. 그러나 그것들도 아닌듯 싶었고,

조이는 한참동안이나 아이들이 뛰어노는걸 보는중이었다. 기껏해야 초등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

그리고 잠시후, 아이들의 부모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인솔해서 차에 태우고 떠나는걸 보았다.


그 아이들이 사라지고 난후에야 조이는 비로소 입을 열었다.

"나도 저런때가 있었다죠.."


그것은 지금까지 들어본적 없는 조이의 무거운 음성, 그리고 어딘가 느껴지는 우울함,

쓸쓸함이 다같이 담겨진 목소리였다.


"응? 무슨말이야? "



영문 모를 조이의 대답에 프리파워상명은 쉽게 이해가 가지도 않았고, 한참 중요한 일들이

눈 앞에 있는데 엉뚱한곳에 시선을 두는것이 영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했다.

그러나 방금 전 조이의 대답은 밝지 않았다는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대로 모른척하고

자신이 하던 이야기만 고집하는것은 배려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는지 잠시 조이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아뇨.. 그냥 저 아이들이요. 음..그냥 부러웠어요."



"응? 왜 부러운거지. 네가 저 아이들보다 못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왕자님이신데~

세상에 못가지는것이 없는 멋진 위치잖아? 나같아도 부러워할게 없겠는데.."

"......아니에요"




조이는 우울한 분위기를 연신 띄우며 대답했다. 그것은 그동안에 느낄수 없는 어딘가의 아픔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마치 소중한것을 잃어버린자에게서 느낄수 있는 작은 슬픔.

프리파워상명은 무언가 조이가 이곳에 오기전 일이 있었다고 들었었다.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자신도 일이 있었던데다가 지금까지 쉬지 않고 데자누스를 추적해 오는동안 조이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해주지 않았던것 같았다. 그가 어떤 아픔을 갖고 있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아니 어쩌면 알았는데도, 난 알아보려고 했던 노력조차 안했던것은 아니었을까?

조이는 언제라도 나에게 말해줄 준비가 되있었던것 같은데,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또 얼마나 어떤 고통속에서 지금의 자신을 만나기까지 마음속 외로움을 느끼면서

왔을것같은데, 왠지 모르게 자신은 자꾸만 외면한 느낌. 내 문제가 그렇게 중요했더냐.


조이의 말대로 언제든 장미는 또다시 스쳐가듯 볼 수 있을텐데 말이다.

가끔 그렇게 자신도 알고보면 너무 앞을 향해 달려가는것이 문제였는지, 때론 타인의 기분과 감정, 입장에

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점도 있었고, 장미도 그렇다고 말했었다. 아직 조이에게 뭐가 문제인지는

듣지도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만에 프리파워상명도 조이의 대답에 잊고 있던것들을 기억해내었다.



조이는 무거운 눈빛으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구름 한점 없는 맑은 여름날이었지만,

날씨와 기분은 비례하지 않는다. 프리파워상명은 똑같이 무거운 마음으로 달리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하늘을 바라보던 조이가 한참동안 말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작은 반지 하나를 꺼내어

프리파워상명에게 내밀었다. 반지를 받은 프리파워상명은 왜 이걸 자신에게 주는지 궁금해했다.

실제로 조이는 프리파워상명에게 페이트노트에 마력도 부여했고 대륙의 보물중 하나인 매직건까지

선물했는데, 이번엔 반지라. 계속 이렇게 받는것이 미안했는지 손을 내밀어서 거절했다.



문득, 그렇게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답답하기도 했고, 매일같이 구박만 한것이

처음으로 많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 더 가까이 다가서줄걸 왜 이제서야

그런 마음이 드는거야 바보같이.



결국은 조이도 늘 혼자 외롭게 서있었을것인데 말이야. 왜 바보같이.

"아아, 이봐. 이게 뭔지 알고 받아.. 그건 네가 써. 난 지금 가진것들로도 충분하다니깐.

그나저나 그건 뭐지?"


"난 본적도 없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아버지란 사람의 반지라네요. 받아요, 내겐 쓸데없는 물건이니까."



아버지라고? 그렇게 중요한 사람의 물건을 자신에게 준다니. 안타깝게 그렇게 지금의 조이는

곁에 있는 사람이 프리파워상명 단 한사람뿐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조이는 늘 가까이 서있는

프리파워상명이 좋았을뿐인데, 믿어주지 못한 자신의 답답한 속마음이 오늘따라 미워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조이의 말에 프리파워상명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본적이 없어도 부모님의 유품은

소중한것인데 아무생각없이 자신에게 그냥 턱 내미는게 영 받아들이기 이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부모님의 것이잖아. 아무상관없는 내가 받아도 될정도는 아니야.

그리고 그런것을 아무한테나 주어도 되는거냐. 소중히 간직해."


조이는 프리파워상명의 부모님이란 발언에 부정하듯 고개를 저었다.

너무나 강하게 부정하여, 그것은 마치 억지로 부정하는듯, 아니 아예 인정하고 싶지 않은듯

매몰차게 차가운 모습이었다.


그리고 조이는 이내 눈물을 터트리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후에 흐느끼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조이의 행동에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당황했으나, 조이는 매우 쓸쓸해보였다.


"난 아버지란 사람 몰라요! 그런 사람 따위... 그런 사람따위. 나와 어머님을 버린 사람.

나에게 아버지란 사람이 있을수가 없어요. 난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구요!

난 그런사람 몰라요..그런..그런.....그런 사람. 한번도 본적도, 한번도 품에 안겨본적도.

어디에서도 ..하. 그렇죠. 정말로 용서하지 않을거에요. 여기서 있다는걸 그사람도 보고 있나요?

그래요.....그러니까. 그냥....그냥.언젠가 돌아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돌아와주었으면.

보고싶다고, 그렇게. 듣고 있겠죠? 나도, 부모님의 사랑이 필요한..."



잠시 조이는 말을 멈추었으나. 곧 다시.


"........그런 그냥 똑같은 아이니까요."

"조이...."


그후에 조이는 언제그랬냐는듯, 툭 털고 일어나서 다시 프리파워상명이 받지 않았던

반지를 그의 앞에서서 손에 내밀었다. 좀전의 처음으로 보게된 조이의 눈물과 가슴 깊이 느껴지는

무거운 아픔들에 도저히 그는 손이 가질 않아서 머뭇거리면서 그저 조이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래도 프리파워상명은 받으려 하지 않자, 조이는 억지로 그의 손에 반지를 건네주었다.


"이..이봐. 그래도......후. "


당황해하는 그의 얼굴을 돌아보며 조이가 웃었다. 다시 또, 언제 울었냐는듯 편안하고

맑은 눈빛으로.


"남의 가족사는 묻지 않는거에요~ 훗날, 알게 되겠죠. 나도 알고 싶은 사람이니까.

그 반지는, 정신력을 유지시켜주는 반지니까 형에게 필요할거에요. 잘써요! 히히.."



그리고 혼자 목적을 이룬 조이는 벤치에서 일어나 먼저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순간만큼은 혼자 잠시 생각해보면서 걷고 싶다는듯 그 걸음은 빨랐다.

그러나, 조이가 모르는 사실은 뒤에서 천천히 걸어오고 있는 프리파워상명이 자신 몰래 페이트노트에서

과거의 모든 기억들을 읽어내기 위해 암시탄을 소환해 미리 페이트건에 장착시켜 두었다는 것이다.



뒤에서 그를 바라보며 뒤따라오는 프리파워상명은 어쩔수 없다는듯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지만

덕분에 좋은것을 또 하나 받게 되어 기쁘기도 했고, 무언가 알아선 안되는 말을 들었던것에 관해서도

미안한 기분이 교차하며, 조이의 뒤를 천천히 따라 걸었다. 어딘가에서 조이가 아까전 눈물을 흘릴때

해주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서 자꾸만 걸려왔다.


제발, 그런 아픔들. 언제나 늘 묶여있지 말고 항상 씩씩하게 살아가렴 조이.

삶과 운명은 지금이 전부가 아니란것, 너도 알고있겠지? 조이왕자.

부디 힘을 내어 무너지지 말고 이겨내길 바래.

그리고 그거아니? 조이.지금의 넌, 혼자가 아니라 나 프리파워상명이 옆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잊지말아주렴.


그래..그렇게. 그리고 다음은, 또 그 다음은....


여러가지 민감한 그의 생각과 그런 마음속 말들을 전해주지 못하는 무거운 가슴이

프리파워상명의 머리속을 어지럽게 만들었으나, 앞으로 같이 헤쳐나가야할 일들이 있다는것이

그를 설레임속으로 조용히 인도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

1개의 덧글이 있습니다.
황후저만 재밌게 읽고있나요? 조회수가 영.. 초반보다 더 재밌어지는데요~2010.03.17 10:28
짧은 덧글 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서로를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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