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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Fate Note Part.1 15화
작성자 프리파워상명 등록일 2010-03-18 오후 3:58:13 조회수 1020
[아픔]


$메이린:어라 다크마스터씨 있었네요?!


메이린은 접속한 후에 길드창을 열어봤으나 아쉽게도 프리파워상명은 없었다.

하지만, 다크마스터가 접속한것을 확인했다. 덕분에 조금은 허탕친 기분은 있었지만, 그런대로 반가웠다.

그렇다고 해도, 이곳 티모레 거목의 숨소리에 덩그러니 두사람만 있으니 무언가 허전한 기분도 들었고

목적은 프리파워상명을 만나러 온것인데 없으니, 뭔가 시간을 버린듯한 기분이 들어 착잡했다.


일단은 만났으니 아예 반갑지 않다는건 이상했고, 그래도 같은 길드원 아닌가.

늘상 프리파워상명은 언제나 이곳 거목의 숨소리 나무앞에 잠들어 있듯이 항상 있었고,

언제부턴가는 길드의 아지트로 변해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각자 이곳을 알고 왔다기보다 우연하게 하나,둘 프리파워상명을 찾으러 돌아다니다가

발견하여 알게 된 장소였다. 어쨌든, 메이린의 물음에 다크마스터 역시 허탕을 친 기분이었으나

꿩대신 닭이라는 생각으로 반갑게 맞이했다.


$다크마스터:와웅..오랜만이에요 =ㅅ=;;

$메이린:그런데..상명씨는 어디갔어요?



마침 다크마스터도 프리파워상명의 지속된 공백에 걱정이 들던 참이었다.


$다크마스터:저 그게 -ㅅ-;; 요즘 상명형이 통 보이질 않네요..

$메이린:휴.. 그러게 말이에요. 그런데 상태는 좀 나아진건가요?



사실 나아진것은 없었다. 상태라.. 아무리 봐도 그런 사건들을 겪게 되었으니

본인의 마음도 부담감이 있을것이고, 회복되었다는 얘기는 들은적이 없었다.

하여, 다크마스터는 그부분에 관하여 따로 할말은 없었다.

메이린도 그점에 관해서는 대충 감이라도 잡은듯, 어느순간 말이 없어지면서

두사람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렇게 그냥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특이한 이야기를 꺼냈었던것을 다시 기억한 다크마스터는

프리파워상명이 이야기해준 페이트 노트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다크마스터:음 그런데 상명형이 이상한 얘길 꺼내더라구요.

$메이린:이상한 이야기요?


$다크마스터:갑자기 언어의 마술이니..말의 힘이니 이런 이야기를 하더니만.

무슨 노트로 장미를 돌아오게 하겠다고 그러던걸요?

$메이린:...네?



이야기를 듣던 메이린도 프리파워상명의 다소 엉뚱한 면이 있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뜬금없는 언어의 마술이나 페이트 노트에 관해서는 들어본적도 없었기에 난감했다.

하기야, 워낙 자기 문제에 관해서는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일도, 그렇다고 타인에 관해

자신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와주는 것도 아닌 오직 자신의 선과 틀을 지켜가는 고집스러움이

한몫하는지라, 메이린은 당연히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에라이 고집불통같은 남자!!


그런데 언어의 마술이라. 게다가 노트? 메이린은 잠시동안 다크마스터가 말해준 부분에 관해서

생소한 느낌이 들어 그가 하는 이야기에 주목했다. 그리고 다크마스터는 곧바로 메이린이

궁금해하는 것에 관해 말했다.


$다크마스터:...아마 그게 페이트 노트라고.

$메이린:...페이트 노트?


메이린도 어느정도 직역은 가능했다.

순수한 한국말이 아닌 영어라는것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헌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프리파워상명이 말했다던 페이트노트라는것이 무엇인지는 알수가 없었다.

대체, 또 어디서 무슨 엉뚱한 일을 저지르는지 메이린은 한편으로 프리파워상명의 뇌구조를

알고 싶어질 정도였다.



$메이린:음 페이트는 운명이고 노트는 그냥 노트인데..

$다크마스터:...그럼 운명 노트인가요?=ㅅ=;; 의외로 상명형 참 엉뚱하네요 ㅋㅋ

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네이밍 센스란 참.


$메이린:그게 그사람의 매력이기도 하죠 ^^;


























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프리파워상명은 접속하자마자 다크마스터와 메이린을

발견하고는 반가움을 느꼈다.


$프리파워상명:어이 어이.. 뭣들 하는거야?


물론 안그래도 자신을 보러온 두사람은 이제서야 목적을 성취하게 되어서

매우 기뻐하는 모습이다. 왜 이제서야 오는건지는 모르겠지만서도.

유독 그렇게 그는 최근 들어서 접속도 생각보다 뜸하여 길드원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리더가 흔들리면 안되니까 말이다.



$다크마스터:어! 상명이형! 이게 얼마만이야 =ㅅ=;

$메이린:오랜만인데요?


실상 그당시 사건이 터진 이후, 자주 만남을 가져온것도 아닌지라

의외로 오랜만에 만난것만 같은 느낌을 던져주었다. 거의 며칠만의 만남이더라.



$프리파워상명:아아.. 며칠만에 보는것 같기도 한데.

$메이린:상태는 좀 어때요?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다크마스터나 메이린이나 또 루카스,진현s 등등..

매번 자신을 만나기만 하면 다른 무엇보다 계속 상태에 관해 묻는게 선행되었으니

이제는 지겨워질법 했다. 물론 회복된것도 아니라서 자신있게 말을 할 수도 없으니,

언제나 그래왔듯이 대답하기 곤란하기도 하지만, 귀찮다.


이내 프리파워상명은 건성으로 넘겨 버렸다.


$프리파워상명:이건 뭐..검사받는것도 아니고. 별일 없어.

$메이린:여전한가..


$다크마스터:헤에 형. 너무 우울해할것 없잖아 ㅋㄷㅋㄷ

$프리파워상명:그렇긴 하다만..



그때 메이린은 다크마스터로부터 듣게된 페이트노트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무심결에 아까 들었던 이야기의 완결을 프리파워상명에게서 직접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딱히 이유라 할것은 없지만, 워낙 종종 엉뚱한 일면을 드러내는데 프리파워상명은 그게 참

진지한 모습이라 더 당황스럽기도 했으니까.



$메이린:저 그런데요.. 다크씨가 이야기하기론 무슨 노트를 쓴다면서요?


예상치 못한 메이린의 질문에 프리파워상명과 조이는 순간 당황하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

어라, 왜 얘기가 그런 방향으로? 순간 프리파워상명은 뭔가 실수한 느낌이 들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형, 그걸 얘기한거에요?"

"....아니 난 -_-;; 언어의 마술을 쓰겠다는 식으로 살짝 이야기 한건데 왜 주제가 그런식으로 가는거지;"


급히 얼버무려서라도 페이트노트가 실제 존재한다는것은 덮어두어야 했다.

이런 문제는 알려져서 좋을것도 없었다. 프리파워상명은 길드채팅에 다급하긴 했지만

빠른 해명을 시도하여 가급적 얼른 벗어나기 위해 별거 아닌것처럼 말했다.


$프리파워상명:아 그건 말야. 종이위의 기적을 난 믿는 편이거든. 그래서 이왕 적을거라면 노트가 좀

뽀대도 나고 말야 -_-; 에 거기다가 그냥 노트라고 하면 뭔가 이상하잖아. 그래서 페이트 노트라고 조금..

멋들어진 이름을 넣었다랄까.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얼버무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둘은 그 이상의 질문은 없었다.

역시나, 별거 아니었구나란 반응과 또 그럼 그렇지 당신은 여전히 엉뚱하시네요!의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뿐이었다.



휴, 다행이군. 메이린의 깊은 추궁(?)을 벗어나서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쉰후에

슬그머니 다른쪽으로 대화를 유도했다.


$프리파워상명:그건 그렇고.. 너희들 너무 오랜만에 온거 아냐? 시간이 엇갈렸을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메이린:..그러네요. 하지만 난 요즘 개인적으로 바쁜일들이 있었어요~

$다크마스터:나도 뭐 =ㅅ=;; 그런거랄까.


$프리파워상명:그런가~ 오랜만에 본 만큼 재밌게들 놀다가길 바래. 너무 어정쩡하게 있으면 곤란하다구.

뭣들하고 있어! 빨리 좀 떠들어봐.. 심심하다구 나도.



그 모습을 지켜본 조이가 말했다. 사실 인간적인 부분은 아까 벤치에 있을때 느꼈었지만.


"형도 인간적인 부분이 있네요..?"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볍게 핵꿀밤을 선물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_-;; 그럼 내가 로봇이냐 이녀석아. 하긴, 그래서 연애만큼은 어두운지도.."

"유일한 미스테리가 될지 모르겠네요 푸하하하~!"
























어느덧 시간은 흘러서 오후가 되었다. 다크마스터와 메이린은 실컷 떠들다가 나간지 오래였고,

루카스와 진현s는 최근 모습을 보이지 않은지 조금 되었다. 이래저래 다시 게임상에서는 혼자 남은

프리파워상명이다. 장미만 있었다면 특별히 허무함을 느끼지 않았을 그였겠지만, 딱히 할거리가 없는

그에게 지금 상황들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아~ 정말. 지루하군. 이봐 조이."

"네?"


"너의 그 타임머신은 어떻게 고칠수 없겠어?"


프리파워상명은 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이와 타임머신을 타고 차라리 암흑세계나

때려잡으러 간다면 그게 오히려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다.

하지만 조이의 랩체크워크는 기능이 일부 손상되어 현재로서는 쓸 수 있는것이 마땅치는 않았다.

프리파워상명의 생각을 모르는바는 아니었으나 뚜렷한 방법 또한 현재로선 없는것이 맞으니까 말이다.

사실은 자신도 이제 든든한 동료가 한명 생겼으니, 다시 돌아가기만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싸울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고장이 난건 어쩔수 없는 노릇.


잠시 한숨이 흘러나오고 말았다.

"...저 이건 저도 아직 어떻게 고쳐야할지 몰라요."

"역시 아직은 불가능의 영역인가.."



말을 마친 프리파워상명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오랜만에 돌로레를 향해 캐릭터를 이동시켰다.

역시나 그가 돌로레에서 자주 가는곳은 유저들의 전형적인 놀이터인 전투장 뿐이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은, 어쩔수 없는 환경중 하나인 거목의숨소리가 너무나 심심한 공간이었다.

이곳은 정말 드래곤볼에 존재하는 정신과 시간의 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원래

왕래가 극히 드문 지역이었고 사실상 자신이 있는 이유 또한 가급적이면 별도의 다른 문제에

신경쓰이지 않게끔 편히 지낼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랄까나.


문득 그는 장미가 보고 싶었지만, 장미는 인문계 고등학생이고 대부분의 접속시간도 밤이었다.

아직 밤이 되려면 몇시간이나 남았다. 아무생각없이 캐릭터를 전투장으로 이동하던 프리파워상명은

초보수련장을 지나칠때쯤, 반가운 유저를 만났다.


정신의 로브를 착용한것으로 봐서는 일단 105레벨 이상으로 보인다.

마침 심심했던 그였지만, 오랜만에 안부를 묻기로 생각하고 귓말을 던졌다.

상대해줄지는 의문이지만, 그냥 지나치기엔 이미 서로 마주쳤기 때문에

가볍게 인사나 할 생각이었다.




@프리파워상명:오랜만이네요.

@예프:앗, 상명씨 반가워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예프는 이데아 유성 길드의 멤버다. 사실 그다지 친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자신에게 자주

아는척(?)을 해주는 나름대로 고마운 유저다. 물론 올해 들어서는 직접적인 대화를

해본적이 드물었지만, 너무 대화가 단절되면 어색해지기 쉽기도 했고 마침 좋은 타이밍에

나타나주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시간을 좀 떼워볼겸, 그리고 장미에 대한 이야기도 물어볼겸

여러가지 겸사겸사로 예프에게 말을 걸었다.


예프가 장미에 관해서 알고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신보다는 좀 더 자주 지나가면서

볼 수 있는것은 확신하고 있었다.


@프리파워상명:..네 그렇긴 한데, 좋지 못한 타이밍에 서로 재회한것 같네요 -_-;

@예프:엥 왜요!



프리파워상명은 예프가 여성 유저이기도 했기 때문에 장미에 대한 문제를 상담해보려고 생각했다.

또 한가지 요인이 있다면, 장미나 예프나 어쨌든 이데아에 자리잡은 길드들이고, 명왕성은

성주길드, 그리고 유성 길드는 공성전에 도전하는 길드의 입장에 있다보니 분명 어느정도의 안면은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프리파워상명:최근에 좀 폭격을 맞았거든요~ 장미랑 결혼했다가 한달만에 제대로 이혼했죠..

@예프:아..장미씨라면 그 명왕성 길드에..?


@프리파워상명:네..맞아요. 원래 오래전부터 다른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요. 연인사이었어요.

@예프:아하! 어떻게 해요.. 괜찮아요?


@프리파워상명:에휴, 모르겠어요 -_-; 게다가 제 친구도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저에게

사형선고를 날리질 않나.. 대학 생활도 완전 적응안되서 막장 일보 직전이구요.. 기자단도 엉망이고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를 듣던 예프는 도대체 그가 어떻게 아직도 버티고 있는지 신기했다. 소위 말해서 프리파워상명은

한달만에 급격히 전체가 막장화 되어가고 있었다.보통 그런 상태라면 어지간한 의지로는 게임도 못할거다.

이것은 프리파워상명뿐만 아니라 어떤 유저가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하더라도 답이 안나온다.



@프리파워상명:아무튼 그 뭐냐.. 타로스라는 유저하고 눈이 맞았나봐요.

@예프:아..정말요? 그런데 얼마전에 보니까 반지 없던데..? 확실한건 아니잖아요 ㅠ_ㅠ


반지가 없었다고? 이상하다. 분명히 장미는 이혼한후에 타로스와 눈이 맞았고, 반지를

달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모습을 요즘 들어서 활발히 보이고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자신이 잘못봤겠거니 생각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프리파워상명:저도 알아요 ㅋㅋ 기자단 하면서 신경 못써줬고 하고 싶은거 많아서 가끔 장미가 뒷전이긴 했죠.

하지만 그걸 아예 모르고 그러지 않았어요.언제든 기회가 올때 함께 하기로 생각했고 얘기해줬는데.

가버렸어요.

@예프:장미씨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요?왜 헤어지자고 그랬어요?



@프리파워상명:이해가 안되요..그 이유들도 납득이 안가구요.왜냐면 마음은 여전했거든요.

@예프:무슨 이유길래..


@프리파워상명:그냥 뭐 미련없다고 혼자 멋대로 결정한거에요 ㅡ;이제 맘정리 다했다면서..

@예프:흠..



@프리파워상명: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어요.근데 저에게는 굉장히 갑작스런 일이라..상당히 당황했어요.

제가 심하게 소홀했다거나 그랬다고는 생각 안하는데 사소한걸 좀 신경 못써준건 있어두요.

휴, 뭔가 기적이 일어났음 좋겠는데.

@예프:충분히 일어날수 있어요 기적따위!



@프리파워상명:친구인 진현s는 이미 늦었구요.이건 기적을 바랄래야 저만 허탈해져요.

@예프:장미씨랑은 어떻게 사귀게 되었어요?



예프의 질문에 프리파워상명은 오래전 기억속에 간직하고 있던 장미와의 시작을

조이에 이어서 예프에게도 똑같이 이야기 하기로 했다. 물론, 그많은 과정들을 일일히

이야기 할 수는 없기에 최대한 스킵해서 포인트만 전달하기로 했다.


@프리파워상명:예전에 한 일주일 결혼했나..그러다가 보내달래서 보내줬죠.

나중에 제가 게임 그만하려고 마지막에 찾아가서 얘기했더니 서로 눈이 맞아서 다시 시작했죠 ㅡ;ㅋㅋ

@예프:에이 그럼 다시 돌아올수도 있죠!


@프리파워상명:몰라요 못잊겠어요.. 기억력이 좋다는건 이래서 짜증나요.뭐, 그 타로스라는 인간하고

잘되가는거 같아요.보고 있으면 제가 방해되는거 같구.



사실 프리파워상명은 페이트건으로 둘에게 운명탄을 맞춰서 이혼까지 확인하긴 했었다.

하지만 그후로 장미를 본적이 없는데다가 얼마전 타로스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봤을때에는 다시 반지가

달려있었다.


그래서 둘 사이가 확실히 정리된건지에 대해선 주변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기에 확신하지 못했다.

하기야, 뭐 자주 돌아다녔어야 이러한 정보나 소식들도 파악할것인데 프리파워상명은 생각보다

수동적이라 귀차니즘이 강할땐 정말 지구 최강이었다. 어차피 스스로가 자초한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크게 자책따윈 하지 않는듯 하다.



@예프:에..?그사람. 혹시 챠밍이란분 알아요?



예프의 질문에 프리파워상명은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다. 챠밍이라면 얼마전 자신이 장미를

붙잡는데 끼어들었고 온갖 참견과 독설을 퍼부어서 언제든 칠 명분만 생기면 죽어라 때려줄 생각이었다.

게다가 이따금씩 여기저기 사람들에게 아는척이란 척은 다해놓고 다니는걸 보면 프리파워상명은

살기를 눈에 띄고 모니터를 쳐다보느라 조이가 한두번 말린적이 아니었다.


그리고 예전에는 자신에게도 엄청나게 친한척이란 친한척은 다하다가 어느순간 자신을 모른척한것은 물론이요,

장미와 일이 생기자마자 제일 먼저 나타나서 온갖 참견을 다했으니 프리파워상명의 입장에선 노트 타겟

0순위였다. 단지 최근 자신의 움직임이 거의 없었고 별로 마주칠 기회도 없었을뿐이지만.


예프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여부에 상관없이 온 몸속에서 피가 끓어올라 주체를 하지 못했다.


@프리파워상명:그 빌어먹을 여자애요? 언제 한번 칠 명분 생기면 그냥 안둘 생각이거든요.

@예프:아..상명씨 무섭 ;ㅅ;


@프리파워상명:게다가 제가 젤 시러하는 데자누스의 명왕성 소속인걸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걔는 왜요?

@예프:얼마전에 보니까, 타로스라는분하고 둘이 성대하게 오버하면서 결혼식을 치르던데..



순간 프리파워상명은 당황했다. 그리고, 이제서야 진짜 페이트 노트의 위력을 실감함과 동시에 사악한 미소를

띄웠다. 조이는 그런 프리파워상명을 바라보면서 혹시 전생에 악마는 아니었을까의 생각과 자신과 같은 시대에

태어나 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는것에 신께 감사하는 눈초리로 프리파워상명을 조용히 옆에서 바라보았다.



@프리파워상명:그럼 어떻게 된거에요? 그 타로스라는 유저 말이에요. 진짜로 챠밍이 애인?

@예프:네, 둘이 같이. 실제로 같은곳에서 살기 때문에 아침에 학교도 같이 나간다고..


@프리파워상명:아 뭐지 그럼..장미는 어떻게 된거죠? 저 여태 그 두사람이 사귀는줄 알고 거의 막장화 되가던

중이었거든요. 세상에 이런 어처구니 없는 불균형 커플도 생기긴 생기는구나~ 하면서 ㅋㅋㅋㅋㅋ

@예프:.....


@프리파워상명:그럼, 애초 아니었단 거군요?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예프:한번 타로스라는분께 물어보는게 낫지 않을까요.


그말에 프리파워상명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타로스라면 자신에게 하나에서 열까지

악감정으로 똘똘 뭉친 멋진분이 아니신가. 그야말로 뭐가 문제인지 몰라도 늘 자신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었던 유저였다.


그러고보면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니, 타로스가 부러워하는 모든것들을 프리파워상명은

다 가지고 있었다. 그것으로부터 시작된 악감정인지도 모른다. 뜬금없이 생각난 지난날의

힌트가 이런곳에서 풀릴줄이야! 프리파워상명은 왜 엉뚱한 타이밍에 알았을까..하는 아쉬움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프리파워상명:저는 안되요 ㅡㅋㅋ 저한테 못마땅한게 많은 불만투성이인분이라

두번 다시는 안볼거거든요.저는 그분한테 감정이 원래 없었는데 유독 절 싫어하더라구요.

장미 문제도 그렇고, 뭐 다른것도 그랬어요.음, 여튼 희소식이군요. 둘이 사귄다라..


@예프:아마도 그럴거에요. 그거 들은지 얼마 안되었으니.



이것은 분명 뜻밖의 수확이었다. 어디까지나 장미에 대한 문제만을 상담하려던 프리파워상명은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결과까지 만들어냈다.그렇다면 지금 장미는 혼자 있을것이다.

프리파워상명은 다시 한번 아까 보여준 사악한 미소를 슬그머니 띄웠다.


"...혀,형. 방금 전 그 표정은 정말 무서웠어요..-_-;"

"응? 아 아냐. 신경쓰지마."


"그럼, 지금 중요한건 장미씨는 혼자 있다는거잖아요. 와웅, 그러면 장미씨를

다시 찾을 확률이 높아졌는걸요?! 의외로 쉽게 해결될 문제인지 몰라요!"

"아마도 그렇겠지?"



프리파워상명의 생각은 간단했다. 챠밍과 타로스에게 다시 한번 운명탄을 날려서

갈라놓게 만들어 버린뒤, 장미를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든다. 그럼 데자누스가

뭐라고 지껄이든 자신이 잃어버릴것은 없어지는것이다. 물론 데자누스가 의심한다 치더라도

지난날과 같은 아쉬움과 아픔은 없어지니까 걸어볼만한 승부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엔 지난 방해자들인 백합 출신의 길드원들도 자신이 추적하면서

일부를 제거했다. 방해자는 많지 않을것이다.적어도 장미가 돌아온다면 자신도 다시 힘을 내서 열심히

모든것을 헤쳐나갈 각오도 되어있었다. 또한, 그당시 사건에서 가만히들 있었으면 스스로도

악감정을 가질 필요도 없거니와, 정 하다 안되면 안그래도 놓을 생각도 충분히 있었다.


이건 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인간들과 인연을 유지해왔다니. 스스로의 통찰력이

이렇게까지 떨어질줄은 몰랐으니 한편으로 한숨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장미를 찾기전 어쨌든

그들에게 받은것들은 확실히 되돌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해야할것이 있으니, 지금 눈앞에 놓인

예프와의 상담이었다.


@프리파워상명:..고마워요, 그건 그렇고..





























같은 시각, 데자누스는 이데아 광장에 서있었다. 일단 장미를 최근에 별로 만나보질 못했기

때문에 상태를 확인하는것은 쉽지 않았다. 더구나 고등학생이라 바쁠것도 어느정도는 예측했다.

데자누스에게 장미가 중요한 이유는 하나뿐이다.


어느쪽이든 장미가 프리파워상명에게 다시 돌아가는것만은 확실히 미연에 방지해야한다.

만에하나 혹시나라도 프리파워상명에게 장미가 돌아간다면 일이 꽤 힘들어질수가 있었다.

일단 헤르멜에게 듣기론 이혼을 했다는것은 사실인듯 싶었으니 필히 붙잡아놔야 했다.

자칫 혼자 있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면 어떤 극단적 일을 벌일지는 확실치 않으니까 말이다.


즉, 장미가 프리파워상명에게 했던 행동이 역으로 명왕성에도 적용되지 말란법은 없다.

길드원들중 접속중인 자를 대충 체크한 데자누스는 길드채팅으로 말을 걸었다.


$데자누스:페르소나, 그리고 윈터.

$페르소나:네.

$윈터:길마님 안녕하세요^^



$데자누스:장미가 이혼한게 사실인가?

$리카드:네 아마도. 좀 된거 같아요.

$키멜:흠 아마도요.


$데자누스:그렇군.. 우리 길드에 괜찮은 남성이 한명 있다면 장미와 연결을 시켜주는게 어때?

$타르소니아:오홋! 결혼입니까?


$데자누스:뭐, 아마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윈터:오오 길마님께서 그런 걱정까지..ㅠㅠ



사실 데자누스의 목적은 그런것이 아니었다. 장미가 프리파워상명에게 가버리면 골치아파진다.

즉, 장미를 사랑에 빠지게 함으로써 프리파워상명을 잊게 만들고 최대한 붙잡아 두는것이 목적이었다.

이미 그동안의 몇차례 실험을 통해서 데자누스는 프리파워상명이 자신의 지인들보다 장미를 중요시

한다는것을 어느정도는 느낀바 있었다.


$데자누스:페르소나, 네가 길드원들중에서 괜찮은 사람 한명 소개시켜줘.

$페르소나:흠, 적임자가 있긴 있죠.


그러나 그런 데자누스의 목적을 알리 없는 명왕성의 대다수 길드원들은 그가 장미를 진심으로 걱정하기

때문에 이혼에 대한 여파를 잊게 하기 위한 판단이라 생각했다.


$데자누스:일단 연령대는 20대 초중반이길 바래. 그리고 가급적이면 장미를 감싸줄수 있는 넓은 마음씨의

남성이면 좋겠다.그밖에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웬만큼 재력도 있는 남자여야해.


$키멜:켁.. 그건 너무 완벽하지 않아요?


실제 저런 조건을 가진 유저를 만난다는것은 극히 드문일이고, 레어아이템 10장 성공확률과

맞먹는지라, 데자누스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실상은 장미에게 어울리는 남성 유저를 찾는게

목적의 전부였다.


$데자누스:아마 우리 완벽한 명왕성 길드라면 당연히 존재할거라고 믿는다 ^^;

$타르소니아:캬~ 역시 길마님 생각은 최고에요~



페르소나는 50명에 달하는 길드원 리스트를 꼼꼼히 살펴보다가 자신을 따라서 싸이클론 길드로

오게 된 시크릿을 발견했다. 자신의 아는동생이었던 시크릿은 오래전부터 페르소나를 잘 따라다녔고,

나름대로 캐릭터의 능력치라든가, 혹은 장비상태, 기타 성격 모두 괜찮아서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페르소나:시크릿이라면 좀 괜찮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적어도 말씀하신부분에는 웬만큼 어울리는 남자거든요.


$데자누스:그분이라면, 우리길드의 에이스중 한명이지 않나? 뭐 성격도 꽤 괜찮아 보이던데.

장미가 다치지 않게 이혼의 여파를 잊게끔 우리들이 신경써주자구.


물론, 그 목적을 아는 사람은 데자누스와 하데스,헤르멜 그리고 프리파워상명 넷만이 아는지도 모른다.


































@프리파워상명:장미는 어떻게 되는걸까요?

@예프:일부러 상명씨한테 그런 모습 보이려고 한건 아닐까요?


@프리파워상명:음.. 조언을 좀 해주세요.

@예프:장미씨도 상명님 많이 좋아하는거 같은데..일부러 정 때려는건 아닐까 생각해요.


@프리파워상명:젠장, 대체 뭐가 문제인거죠..? 왜 일부러 정을 때려는거지. 그게 미스테리에요.

@예프:ㅠ_ㅠ 장미씨만이 아는 사실이겠죠..



프리파워상명은 아예 예프와의 대화에 무아지경으로 빠진듯 했다. 이미 예상외의 소득에다가

예프의 조언이 그다지 큰 힘이 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상담자를 만났다고

생각한 탓인지 그의 지칠줄 모르는 질문 공세는 계속되었다. 조이는 무료한 표정으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프리파워상명을 바라보았으나, 이미 그는 그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나도 좀 놀아달라구요!! 라고 힘껏 옆에서 외치고 싶었으나 이런 중요한 타이밍에 그를 건드렸다가는..

잠시동안 머리를 빠르게 회전시킨 조이는 그냥 빨리 이 상담이 끝나길 바랬다.



@프리파워상명:특이하군요.아니면 제가 좀더 가벼워지길 바란건지.다행히 저도 포기 같은건 안했어요.

@예프:그럼요! 포기하지 마세요!


@프리파워상명:네 그래야죠. 왜 이렇게까지 해서 스스로 거리를 두려하는지 모르겠어요.

왜그런지 말해줄수 있어요?

@예프:흠, 저도 그래봤기 때문에..남자가 잡아주길 바라기도 하죠.그게 여자 심리이기도 해요!



@프리파워상명:그렇군요. 하지만 예프씨. 저는 중대한 결정을 해야되요.물론 여자의 직감에도 맡기겠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을거에요.다만, 결국은 놔줘야 하나, 아니면 지켜보고 언젠가는 붙잡아야 하나.. 그게 고민되요.

@예프:놔주는건 아직 일러요.


@프리파워상명:헌데, 어떻게 하면 돌아올지..그리고 포기하지 않는다고 뭔가 좋은수가 있는것도 아니잖아요.

@예프:마음을 울려버려요!!! 상명씨라면 할 수 있어요! 확 넘어오게 잡아버려요!


모니터를 심각한 표정으로 응시하던 프리파워상명은 예프의 대답을 보자마자 긴장을 달래기 위해

피고 있던 담배 연기를 삼키다가 그대로 목구멍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푸핫! 욱..아하하하하하하 .... 아이쿠..목이야.."

"....형 왜그래요 갑자기..-_-;;"



"마음을 울리래..근데 너무 웃겼어"

"....-_-;;;"


어쨌든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은 정말 간만에 보는 밝은 모습이었다. 한편으로 조이가 느끼기에도

그점은 다행이긴 하다.


@프리파워상명:아 그게 ㅡㅡ;정말 벽을 딱 쳐놓고 얘기하는데 미치겠어요 진짜.

마음을 어떻게 울려버려야 할지도 ㅋㅋㅋㅋㅋ 그런 방법도 몰라요.

@예프:그냥 진심으로~



@프리파워상명:허나, 현실이 문제죠. 현실은 이미 마음을 닫은 상태고, 좀처럼 풀리질 않아요.

@예프:그게 답답하죠?어떤 마음인지 알겠어요. 하지만~ 대다수 여자는 상명씨처럼 근성있게

기다려줄수도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는걸 잊지 말아요!


@프리파워상명:...아, 그렇군요. 고마워요. 시간이 좀 많이 흐른것 같네요.

어떻게든, 견뎌내볼게요. 나중에 봐요.

@예프:네~!



프리파워상명은 예프와의 상담을 마친 뒤, 시간이 제법 흘렀음을 느꼈다.

여태 초보수련장에서 실컷 채팅을 했더니 뭔가 지쳐있음을 인지하고는 다시

티모레 거목의 숨소리로 캐릭터를 옮겨두기 위해 루라를 이용해서 티모레로 이동했다.


그리고, 자신의 아지트로 들어가려는 순간 프리파워상명은 매우 반가운 두사람과 마주쳤다.

티모레 광장에 서있는 그 두명의 유저는 챠밍과 타로스였다. 아마도 길드원들의 시선을 피해서

데이트를 하는듯 했다.


"호오..이게 누구시더라?"


그것은 분명 뜻밖의 수확이었다. 그리고 예프가 알려준 정보대로 이미 둘은 결혼을 한것으로

보인다.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제법 잘되가는것으로 보인다. 프리파워상명은 씨익 웃은뒤,

챠밍과 타로스가 아직 있는지 조금 더 이동해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형, 그들인가요? 형이 찾고 있는.."

"아아. 저 두사람. 내가 장미를 잡고 있을때 방해하던 존재들이지. 나에게 사적인 악감정을

가지고 한짓들은 잊어줄수 있어. 하지만, 그로 인해 내가 지키던 소중한것을 잃어야 했던

나의 슬픔을 저것들은 이해 못하겠지. 남의 사랑을 방해하는것들은 똑같이 당해봐야되!"



프리파워상명은 준비가 완료된듯, 페이트건을 들고 있었다. 오랜만의 사형 집행이구나!

비장한 표정으로 노트에 적을 준비를 마친후 조이에게 물었다.


"자아, 어떻게 처리할까?"

"어휴 저도 저런 얌체같은 인간들은 싫어요.. 확 쓴맛을 보여주세요!"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거들어주자 더욱더 신이 났다. 오랜만에 사악한 미소를 유지한 그는

둘의 운명을 바꿔버리기 위해 주변에서 조용히 감시를 시작했다.

다행히도 티모레 광장은 여러 유저들이 북적대거나 잠수를 타고 있었기에

챠밍과 타로스가 자신을 신경쓰지는 않을것으로 예상되었다.



확실히 둘은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는듯, 그들의 주변에 누군가가 나타났다는것에 관해선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듯 했다. 당연히 프리파워상명이 근처에 서성대는것도 모르는듯 싶었다.

무슨말을 하고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다. 이제 곧 그런 여유도 사라질테니까.



"후, 너희들이 한짓 때문에 나는 언제나 함께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그냥 놔줘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겪었어.너희는 지금 행복할지 모르지만, 덕분에 나는 하루하루를 슬픔속에

보내고 있어!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도록 하지!"


-과거루트 복사-


재빠르게 노트에서 소환되는 탄환을 낚아챈 프리파워상명은 챠밍과 타로스가 보이는 그 곳을 향해

페이트건으로 강렬한 빛줄기를 쏘아 보냈다.






















좀더 시간이 흐른뒤, 이데아의 성당에서는 장미와 시크릿의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장미는 오랜만에 접속한 게임에서 많은 이들의 축하인사와 함께 시크릿과의 결혼을 하게 되면서

한동안 굳어있던 모습이 사라졌다. 또 어떤일들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당장은 여러가지 문제에

묶여있던 장미였기 때문에 그만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데자누스의 결정은 장미에게 있어서 최고의 판단이었다. 역시 목적은 모르는것 같았지만.


*데자누스: 두사람의 결혼을 축하합니다 ^^



데자누스의 주례를 끝으로 여기저기서 폭죽이 터지는등, 많은 길드원들의 축하 인사가 계속 되었다.

이제 이것으로 데자누스의 고민은 일시적인 해결이 될것이다. 아무리 프리파워상명이 무슨 수를 써도

장미는 돌아가지 않을테니 말이다. 그를 범인이라는 가능성을 두고 이런 수를 쓴것은 아니다.

단지 데자누스가 염두에 두는것은 장미가 미혼이기 때문에 원래의 연인인 프리파워상명에게

도로 돌아갈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점에서 데자누스는 그가 범인이든 아니든 그것과는 별개로 프리파워상명을 견제하기 위해서

장미를 다른 남자인 시크릿과 결혼을 시키도록 지시했고, 자신도 직접 나서서 둘 사이를 이어주기 위해

게임에 접속했던 장미를 설득했다.


"큭큭큭, 아무리 네가 발버둥 쳐도 장미는 찾을수 없어. 장미만 우리가 데리고 있다면

넌 영원히 그것에 묶여있을테니까."


데자누스의 화면상에 비친 장미와 시크릿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축하인사와

폭죽파티 때문에 정신이 없어보였으나, 이것이 또다른 사건의 시작점이 될줄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그사실을 모르는 프리파워상명은 무료하게 돌로레 광장에 서있었다.

지금 알아서는 안되는 큰일이 터지고 있었는데, 안타깝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지난 사건들때문에

이데아를 직접적으로 방문하지는 않는 편이다.


"조이, 한가지 묻고 싶은게 있어."

"음 어떤거요~?"


"문득 노트로 이런짓을 저지르는게 정당한걸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


프리파워상명은 분명 자신에게 안좋은 상처를 남겨준 이들만을 골라서 조용히 페이트 노트로

똑같이 되갚아주기를 시작했지만, 의미가 없어진다는 생각과 양심에 어느정도 가책도 느끼는 바였다.

처음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고민, 그것은 타인의 운명을 자신이 바꿔도 될만한 자격이 존재하는가로부터

시작되었다.


바꿔 말해서 그들이 어떤 운명을 조작해서 프리파워상명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아프게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것이다. 일은 이미 터졌고 사건은 진행되고 있었으나, 그들이 받는 고통과 그 패널티는

생각보다 클게 분명하다.


"글쎄요..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 아닐까 해요. 그래도 형의 그런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한

투지나 각오를 보면 저도 오래전 그 소녀가 떠올라요."


"소녀..? 지금까지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프리파워상명은 생전 처음으로 조이가 그런 이야기를 하자 조금 당황했다. 이건 또 무슨소리야?

하긴, 아까 학교안의 벤치에서도 조이의 행동은 심상치 않았는데 요즘 들어서 조이는 자꾸만

무언가 숨겨오던 것들이 드러나고 있었다.


"조이, 무슨 말이야? 너도 연인이 있었어?"

"숨기고 싶은건 아니에요.."



둘의 상태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비슷했다. 그런 동변상련의 두사람이 만났으니

서로를 위해 의기투합해 왔다. 심지어 연인과의 헤어짐 역시 공통적이라고 프리파워상명은 생각했다.

비록 농담이겠지만, 이거 무슨 특별한 인연의 끈은 아닌가 생각될정도로, 둘에게 일어난 사건은

각자 느낀 경험은 다르겠으나 흐름이 비슷한것은 사실이었다.


마침 잘됐다 싶었던 프리파워상명은 따분함을 없애기 위한것도 있고, 이왕 조이를 도와주기로

약속했다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것도 좋다고 느꼈다. 설마 조이가 그것을 거부하지는 않을것이다.


"마침.. 조금 지루했던 참인데. 그래, 너도 애인이 있긴한가 보구나~."

"헤헤.. 저도 대륙에선 잘나갔다구요 형처럼~!"


"이름은 뭔데?"

"...음~ 지나라고 해요~!"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표정이 지나라는 이름을 이야기 하는순간 조금 우울해져가는 모습을

눈치챘다. 아무래도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던져주는듯 하다. 최근 조이는 종종 자신의 숨겨진 과거에

대해서 조금씩은 입을 열었으나 전체 사건의 전말은 말해준적이 없었다. 게다가 아까전 학교에서 말해준

아버지란 사람의 존재에 관해서도 단지 싫어한다는 작은 느낌만을 던져주었을뿐.



의문이 늘어가고 있었다. 너무나 많은것들을 조이는 혼자 짊어지고 숨기는듯, 분명히

같이 있는 스스로에게도 아무것도 제대로 설명해주지도, 말해주지도 않아서 궁금했다.

가슴이 답답해지고 있었던 프리파워상명은 슬그머니 진지하게, 그렇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하에 미안함도 느꼈지만, 다그쳐서라도 듣고 싶었다. 그래도 안된다면, 후.

그때 암시탄을 소환해놨으니 불시에 조이를 향해 날려버릴 생각이었다.


"왜 그래 조이.. 뭔가 되게 우울한 느낌인데. 그 지나라는 소녀는 어떻게 됐어? 좀 숨기지 말고

이야기좀 해봐. 아까도 그러더니만 왜 나를 신뢰하지 않는거지? 난 너의적이 아냐 조이."


"음..그러니까 그게 말이죠..아니요.. 그냥 말하지 않을래요. 아무것두요. 들으려고 하지마세요.

더이상 아무도 잃고 싶지 않아요."



조이는 심각하다고 보기는 뭐하지만, 지금까지의 해맑은 표정이나 눈빛, 장난기 어린 소년의 모습에서

찾아볼수 없는 진지한 눈빛이었다. 그렇다고 계속 모르는척 할 수 없었던 프리파워상명은

더이상 참을수가 없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조이의 멱살을 잡았다.


정말로 화가 난듯 싶었다. 그런 그의 처음보는 모습에 조이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여전히 입은 닫고 있었다.


"넌 바보냐.지금 네 곁에 서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있어?"

"............형."




프리파워상명은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지금의 조이는 동료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도와달라고 말해놓고,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 어쩌자는것인가.

너도 내 문제를 알았다면, 나도 널 도와줄수 있게 마음속을 보여달란 말이야!

진지한 표정의 그는 조이를 잡고 따지듯이 소리쳤다.


스스로의 마음속에도 이래선 안된다는것을 알지만서도, 지금은 달리 이걸 그냥 넘어가고 싶진 않았다.

참 신기하게도 장미에게마저도 이런 생각따윈 없었는데, 조이에게는 진지하게 감정적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 관해서 신뢰, 그리고 믿음을 갖기 시작했기 때문인걸까.


"언제까지 너의 아픔들을 숨기고 살거지. 나처럼 드러내란 말야! 그런다고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어."

"나의 가시밭길 삶은 나 혼자 걸어가는거에요..누구도 더이상 말려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네말대로! 나의 삶 역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어. 어딜가든, 무엇을 하던지 힘든 날들이었다.

그렇지만 우린 기계따위가 아냐, 조이. 내가 아니면 누가 널 도와줄거지? 왜 중요한 순간에

네 모든걸 닫고 있냐고!!! 그러면 편해지냐, 네가 잃어버렸다고 했던것들이 다시 나타나냐고!!!"


"....그래요 형말대로 아니겠죠. 난 한번도 자유로웠던 적도, 웃어본적도 없었으니.

하, 바보같다고 그냥 비웃어 버리세요. 난..난 언제나 그렇게. 아니 늘 그런 순간들뿐이니까."


이런상태로 조이가 계속 맘을 닫고 있다가는 결국 나중에 가더라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잠시 프리파워상명은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어 조이를 놔준후 마치 포기한듯 말했다.


".......그래, 네가 좋을대로 생각하고 판단해라. 더이상 간섭하진 않을테니까."


조이는 그런 프리파워상명의 말에 대해서 미안함이 들었지만, 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하기야 어린 시절부터 늘 갖혀지내듯 성안에서 지내왔고, 달리 스스로의 자유란게 없었다.

전란을 앞두고 태어난 시절, 삶에 대한 동기부여란 조이에게 없었다.


처음 세상에 눈을 뜨던때부터, 따뜻함을 느껴본적이 스스로에게 있었던가.

자신의 신분 하나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어려워하거나 가까이 다가가는것을 두려워했었다.

성안의 규율과 법들은 너무나 엄격하여 신분제도 그 하나로 인해, 조이는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어디에도 맘을 터놓고 편하게 지내지도 못하고, 어려운 공부들과 주입되듯 세뇌하는

교사들,대신들, 언제 어딜가도 따라다니는 무서운 병사 아저씨들.


그들은 언제나 조이를 왕자님이라 불렀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조이의 마음속 외로움들, 또는

자유롭게 뛰놀고 싶었던 조이를 알아주었던것 아니었을것이다. 어딜가도 조이에겐 속할수 있는

관계란것이 없었다. 왕자라는것이 중요한것인지, 아니면 조이가 정말 중요한것인지 알 수 없는

성안의 세상속. 늘 답답했다. 조이는 언제라도 그런 성을 탈출해서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었으나

지금까지의 일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었다.



그래도 어디가서 조이는 탓할수도 없었고,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나 어린 시절부터

머리속과 뼈에 박히도록 들려온 왕자라는 아무 의미없는 자리에서 지겹도록 듣게 된

교육들 뿐이었다.


언젠가 어머님과 프레드쥬르 폐하에게, 혹은 지나에게, 한번도 본적없던 아버지에게,

또 많은 병사들과 신하들에게 묻고 싶었던 말.

마지막으로 지금 눈앞에 서있는 자신에게 화가나있는 프리파워상명에게도.


-왜 나는 왕이 되지 않으면 안되고 왜 강해지지 않으면 안되요?

-왜, 난 언제나 항상 외로운걸까요. 그렇게 늘 혼자 걸어가네요. 손을 잡아주었으면.

-왕이 되면 그러면 행복해지나요?

-조이 베르몬트, 넌 지금 어디에..


그래서 처음으로 편하게 자신을 때로는 때려주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왕자라는것에 신경쓰지 않고

비록 먼미래의 세상속 한 남자였지만, 그렇게 아무 거리낌 없이 상대해주고 같이 있어준

프리파워상명에 대해서 참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마음을 열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처음으로 보여준 사람들.

그런 사람은 지나 이후로 처음이었다. 무언가를 느끼게 해준 두사람.

그리고 한사람은 다시는 볼 수 없어!



한참동안 둘은 아무말이 없었으나, 조이가 생각을 마칠때쯤 그의 눈은 감겨있었다.

그의 머리속에 떠오른 한 소녀로 인해서 감긴 눈 사이로 무언가의 물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작은 눈물.


아까 전 학교에서 프리파워상명에게 보이던 그 눈물과는 다른 의미.

그때는 어디까지나 보고 싶은 한사람에 대한 작은 질타와 투정이었지만,

지금 조이의 눈물은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 마치 어린나이에 지나치게 무거운 세상속의 짐들때문에

스스로가 견디지 못할까봐,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려고 할때 아무도 곁에 없다는 외로움으로 인해

양동이속 물이 가득 고여서 넘치는것처럼 어쩔수 없는 눈물이었다.


`.........지나. 미안해. 그때에 지키지 못한것들. 보고 있어? 꼭 보고 있었음 좋겠는걸..`



그런데.. 그순간에 무언가 밝은 빛줄기가 자신을 스쳐가고 있었다. 이것은 페이트건의 탄환?

왜..나에게.



"미안해, 조이. 포기한다는것은 뻥이었어. 나는 포기가 오히려 부족한 놈이라서,

네가 그렇게 혼자 힘들어하는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사실 조이가 맘을 먹고 노린다면 페이트건을 쓰기도 전에 먼저 마법을 날렸을지 몰랐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계속 함께 해온 조이가 맘을 숨기고만 있다면 자신이 아무것도 도와줄것이 없었다.

이제까지 받기만 한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었기에 말이다.


".....우린, 남이 아냐."


홧김에 날려버린 암시탄은 조이를 관통해 나간뒤, 방안 전체를 메우는듯한

강렬한 빛이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에게 쏟아져 나와 눈을 뜰수가 없었다.


"큭.."


그 와중에 조이는 눈을 감은채로 프리파워상명에게 넌지시 손을 내밀었다.

이사람 믿어도 될까? 그렇지만, 지금 느끼고 있는것은 둘사이의 묘한 따뜻함.

많은것을 잃어버려서 이제는 닫혀버린 마음속에 생기는 작은 신뢰의 끈끈함.

마음, 열어도 되겠지. 그래 우린 함께니까. 지금뿐이 아니라 앞으로를 말이야.


"내 손을 잡아보세요."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손을 내밀어 잡았고,

잠시후, 둘의 머리속에 하나의 영상이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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