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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Fate Note Part.1 16화
작성자 프리파워상명 등록일 2010-03-22 오후 1:27:33 조회수 1248
[눈물]

이터니티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이 대륙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으나, 이곳은 지구상의

또다른 세상속이 분명한듯 하다. 마치 인류의 역사를 보듯, 대륙은 인간들의 세상안에

그것을 경계로 암흑의 세계로 불리우는 세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아직은 중세시대의 틀을 유지하는 이터니티는 그 무렵 4개국이 존재했고, 돌로레와 티모레,

이데아의 삼국이 막 정립되었던터라 아직은 어지로운 시기였다. 물론 그 3국을 벗어나면

아비디타라는 독립국이 위치하고 있었다. 다시 아비디타를 경계로 그 근처는 암흑의 세계를 향해

들어서는 길목이 있었다.


초기의 역사에서는 암흑세계의 잦은 침략으로 인해 이터니티 대륙의 국가들이 연합하여

막아냈으나, 수차례의 전쟁에서 발생한 피해는 적지 않았다. 암흑세계의 목적은 알 수 없었으나,

레니게라는 암흑의 왕이 다시 대륙을 노릴수 없도록 3개국은 각국의 이름난 마법사들을 불러모아,

아비디타에 강한 결계를 쳐두어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두면서 일단락 되었다.


그리고 대륙은 다시 3국 내전의 길로 들어섰다. 이 3국중 가장 세력이 강성했던 돌로레는

소울이라는 왕이 통치하고 있었고, 3국의 지배를 위해 그 위치중 가까운 경계선에 있던

이데아를 우선적으로 노렸다. 그것이 전란의 시작점이 되던 사건이었던듯 싶다.



그렇게 조이는 돌로레 왕 소울의 아내인 아카리아에게서 태어났다. 당시 소울의 폭정은 유명하여

그야말로 치를 떨게 만드는 절대 악의 군주나 마찬가지였다. 이데아를 침략해 지배에 성공한

소울은 이데아가 복수를 할 수 없게끔 이데아의 국왕 프레드쥬르의 미모의 여동생인 아카리아를

강제로 데리고 와 결혼을 해버렸다.그러나 맞설 힘이 없었던 프레드쥬르는 더이상의 침략을

원치 않았기에 소울이 아카리아를 데리고 가는것을 막을수가 없었다.



소울은 아카리아를 감시하기 위해 크로노스를 곁에 두었지만, 아카리아는 타국가에서 외로움의

나날을 보내던중 곁에서 언제나 자신을 위로하고 함께해오는 크로노스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사실을 알게된 소울은 크로노스를 고문해버렸고, 아카리아는 지하 감옥속에 갖혀버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조이를 출생했다. 한편, 고문속에 버려지듯했던 크로노스는 자신을 신봉하던 기사단의

도움으로 돌로레를 탈출했다. 그때에만 하더라도 암흑세계와 대륙은 어느정도의 경계가 정해졌고

당시엔 3국이 연합하여 암흑세계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결계를 쳐두었기 때문에 사실상 별다른

걱정거리가 없는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계는 이미 풀려있었고 때를 봐서 복수를 다짐하던 크로노스는

우연찮게 암흑의 왕인 레니게의 수호기사로 발탁되어 강력한 힘을 손에 얻은뒤,

돌로레로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와서 소울을 단칼에 베어 죽여버렸다.


그러나, 아카리아와의 재회는 하지 않았다. 크로노스는 오랜세월동안 암흑의 힘에 빠져 원래의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크로노스는 소울에 대한 복수를 끝낸뒤, 아비디타로 대군을 이끌고 정복하러

떠나버렸다. 한편, 그 사실을 알게된 이데아 국왕 프레드쥬르는 돌로레로 군대를 이끌고 와서 아카리아를

구해내고 통치를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12살이 된 조이는 어느덧 왕위 계승을 앞두고 있었다.


어릴때부터 그렇게 늘 갑갑한 성안에 갖혀 지내오던 조이는 어떠한 동기부여 없이, 정해진대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누구도 조이에게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대하거나 혹은 마음속 깊이 자라고 있던

조이의 외로움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것 같았다. 조이의 어머니 아카리아는 크로노스를 만나지 못한

그 아쉬움이 마음의 병이 되어 조이에 대한 걱정보단 크로노스를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듯, 달리 조이에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더 나아가서 프레드쥬르 역시 조이에 대한 관심은 생각보다 뒷전인지라

오로지 그들 대다수는 암흑의 세계가 언제 쳐들어올지 모르는 불안함속에 그것에 대비하느라 신경이 가있었다.



어쨌든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언젠가는 돌로레에서 왕위를 이어갈 적자가 필요했던 터라

프레드쥬르는 조이왕자가 좀 더 성장했을때에 돌로레를 맡기기 위해 마음속 준비를 해두고 있었다.

단, 프레드쥬르는 조이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 한가지 조건을 걸었다.

그것은 돌로레의 왕족 및 귀족의 자제들만 다닐수 있는 마법 학교를 확실히 졸업한다면 그때 왕위 계승을

허가한다는 것이었다.



프레드쥬르는 언젠가는 이데아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고, 크로노스도 의식하고 있었다.

좀 더 정확히는 암흑의 세계와 레니게였으나 그 중심에는 강력한 수호기사 크로노스의 힘이 강성했기

따라서 크로노스가 쳐들어오게 되면 자신이 이데아와 돌로레 모두를 지켜내기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조이가 마법학교를 졸업해서 더욱더 강해질때 그에게 왕위 계승을 할 생각이었다.

그럼 크로노스의 침략에도 돌로레와 이데아 모두를 지켜낼수 있을거란 판단이 들었다.

확실한 의도는 알 수 없었으나, 암흑의 세계는 그후로 얼마동안 대륙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상위층의 계급에 속한 자녀들만 다닐수 있는 마법학교는 그만큼 졸업을 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고된 훈련은 물론이고 이론도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매년 이곳을 졸업하는 이들은 불과 소수였다.

또한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의무적으로 학년이 올라가는것이 아니라, 정해진 커트라인 이상의 성적을

낼때까지 해당 학년에 머무른다.


돌로레 마법학교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학문 기관으로 총 4학년의 교육과정을 거치며,

주기적으로 실전 시험과 이론시험등을 통과해야 했다. 특히 돌로레 마법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의 실력은 이미 정평이 나있었고, 이들은 모두 국가에서 웬만큼의 지위력도 있는 그야말로 최고급의

관리들이다.


다행히도, 조이 역시 매우 총명했고 똑똑했기 때문에 3학년까지 그럭저럭 과정을 통과하여

어느덧 15세가 되었다. 이제 1년만 더 열심히 정진해서 4학년을 마치고 졸업만 한다면 왕위에 오를수가 있었다.

그러나, 3학년까지는 웬만한 학생들은 거의 통과하는 편이었지만 4학년은 얘기가 달라진다.


이를테면 3학년까지는 어느정도 학교에서 가르쳐주는대로만 배우고 공부하고 시험을 통과하면 되었지만,

4학년에서는 직접 마법을 창조해야 하거나 창의성까지 평가를 받는다.

또 한가지 이 마법학교의 무시무시한 점이 있다면, 자의적으로 자퇴를 할 수가 있지만

그렇게 되면 관리가 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무서움이 있었다. 그것은 왕족에게도 마찬가지다.


설령 왕위 계승을 앞두고 있는 왕자들이라고 할지라도 이 마법 학교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릇이 안된다는

판단에 결국 졸업을 하게되는 왕자들중에서만 왕위계승을 허가 받는다. 프레드쥬르는 당연한 이야기를

조이에게 한것뿐이다.게다가 학교를 자퇴하면 3년간 입학이 금지된다.


따라서 그만큼 열심히 하지못하면 학교의 교사들에게 낙제점을 받기도 한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조이는 그렇게 되지는 않을거란 확신과 믿음이 있었으며, 졸업후에 왕위를 계승받아 열심히 국가를 통치할수

있다고 자신했다.적어도 4학년 초기까지는 그러했다.


어차피 의무감에 따라서 학교를 다니는것 뿐이었지만 주변에서 유급을 하거나 혹은 그만두는 학생들이

늘어가면서 조이는 불안감에 빠졌다.

하필이면 이번 학교의 교육과정들은 역대 최고로 힘들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리고 어느 한 소녀와의 만남을 시작으로 모든상황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돌로레 마법학교 안의 조이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4학년의 가혹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수업, 실전테스트, 그리고 이론시험 속에서 높아져가는 난이도에 학생들은 차례차례

그만두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학교수업에 대한 열정같은 건 없었고, 있는 것은 단지 하루하루에 대한 절망과 이상황에서

빠져 나갈 수 없다는 절망 뿐이었다.


다음에 그만두는것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초조감에 시달리며 조이는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실전 수업을 하던중 조이는 그만 상대 학생과 연습을 하다가 부상을 당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일정기간 학교를 쉴 수 밖에 없었다.이에 조이는 왕실에서 휴식을 보내는동안 자신을 간병해주는

한 소녀를 만났다.


그 소녀는 말그대로 왕실에서 여러가지 시중을 드는 하녀나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따지자면 평민의 계급이다.

자신의 신분 때문에 어딜가든, 항상 어떤 형태로든 자신을 호위하는 병사들이나 교육을 맡은 대신들이

따라붙는 바람에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꼈는데, 그 소녀가 간병을 하는중에도 혹시나 조이가 다칠 위험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날도 조이와 그 소녀의 주변에는 병사들과 대신들이 하루종일 붙어있었다.


하지만, 왕실에서는 왕족에게 하녀나 기타 하층 계급에 속한 이들이 함부로 말을 할 수가 없다.

만약 먼저 말을 거는것이 관리를 맡고 있는 병사들이나 대신들에게 발각되면 그대로 왕실에서 쫓겨나거나

그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일종의 하극상 내지는 반란, 반역등을 막기 위해 시행되는 룰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특히 조이왕자는 왕위계승을 앞두고 있는 유일한 왕족이기 때문에

그만큼 호위나 간섭도 심한 편이다. 그 이유인즉, 왕족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따지자면 왕족의 절대적인 권력이기도 하지만. 조이는 그것이 늘 부담되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대로 마음 편히 지낸적도, 그렇다고 삶에 대한 동기부여도,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도,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그저 정해진대로 로보트처럼 지내온 지난날들동안 조이는 굳어있었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삶처럼 고통스러운것 또한 없는듯 하니까. 당시에 프레드쥬르에게 왕위 계승을

거절하지 않았던것도 느껴보고 싶은것이 있었다.


왕이라는 그 자리. 대체 그것이 무엇이기에? 늘 스스로 의문과 궁금증 가지고 있는 성안의 생활들.

전쟁은 뭐고, 대체 그 암흑세계의 침략은 왜 막아야 하며, 더 나아가서 왜 살아가야 하는지.

아무것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영양가 없는 충고들과 조언들. 친구도 없었고, 같은 학교의 학생들은

그가 왕자라는 이유만으로도 머리를 조아리며 굽신거렸다.


한참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들, 살아가면서 필요한 기본적 인간관계조차도 느끼지 못했다.

아카리아는 죽던 그날까지도 떠나버린 첫사랑 크로노스만을 찾았고, 프레드쥬르는 조이보다 대륙의

정세에 신경을 쓰느라 조이가 어떻게 성장하는지 그것은 두사람에게 있어서 짐덩어리 수준이었다.

어릴때 모르고 지내온것들을 점점 성장하면서 알게 된 조이는, 마음속 외로움과 괴로움이 늘 엄습해왔다.


나는 대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어딜 바라보아도 곁에 있는 사람이 없다.

혼자서 쓸쓸히 성안의 거리를 걸어가며 울고 있는 모습들. 누구에게 다가가도 사람들은 자신을 외면한다.

왕자라는 이유, 그것때문에 어려워하거나 아니면 그가 속한 위치가 중요한것인지.

그나마도 그에게 접근해오는 호위병사들이나 교사들, 대신들은 하나같이 단지 그를 엄호하고 지키기 위한

작은 "의무" 때문일 뿐이었다.


모두에게 "주변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관계들.

그렇기에 주변에서 쏟아지는 간섭과 호위에 짜증이 날 법한 조이에게 지나라는 소녀와의 만남에 의해서

조이는 처음으로 사랑이란걸 느끼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무의미한 나날들도 많았지만, 해맑고 순수한 모습의

지나를 보고 난 이후 자신의 가슴속에 무언가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지나와의 만남은 조이를 180도 바꾸어 버렸다.


그러나, 그런 조이의 모습은 머지 않아 대신들에 의해서 프레드쥬르와 아카리아에게 보고 되었다.

오히려 얼마뒤에는 조이가 지나의 손을 잡고 성 근처를 산책하는 모습들까지 보이면서

더욱더 왕실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조이는 개의치 않았다. 물론, 주변에서 반발하는 이유는 그 시대에는 왕족과 평민의 사랑은

절대 이뤄질수도 없으며, 손이라도 잡는 날은 그야말로 큰일이 난다. 그런 조이가 지금 왕실의 질서를

깨려고 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이는 자신을 간섭하는 호위 병사들과 대신들이 다가서면 불같이 화를내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어쩔도리가 없었다.


조이와 지나는 이미 어느샌가 서로 끌려서 헤어지기 싫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처음 그소식을 접한 프레드쥬르와 아카리아는 조이를 내버려두었으나 둘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프레드쥬르는 하나밖에 없는 왕자인 조이를 어쩌진 못했다. 지나는 여전히 조이의 곁에 머무를수

있게 되었고, 조이는 곧 부상도 완치하여 다시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나와의 결혼을 생각하며

조이는 단꿈에 젖어있었다.



조이는 이미 프레드쥬르와 아카리아에게 마법학교를 졸업하면 왕위 계승과 지나와의 결혼을 하기로 요구했다.

더구나 왕자는 조이 한사람이었기 때문에 왕위계승을 하지 않는다고 떼를 써버리면 어쩔 도리도 없었다.

그렇게 또다시 시간이 흐른뒤, 조이는 오직 지나만을 생각하면서 결국 혹독한 교육 과정을 모두 끝내고 졸업에

성공했다. 이제 조이는 왕위 계승만이 남았고, 지나와 결혼하여 행복하게 국가를 통치할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했다. 확실히 그렇게 조이의 꿈은 이뤄질것으로 보였고, 얼마뒤면 왕위계승식을 할 예정이다.


이것으로 조이는 살아가는데 있어서 처음으로 동기부여를 얻었다. 오직 지나와의 사랑만 허락된다면,

그 어떤것도 이겨낼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을 힘들게한 어두운 나날도

모두 잊어줄수 있었다.


아마 조이의 결혼은 여러모로 돌로레 국가에 파격적인 소식이 아닐수가 없을것이다. 그것도 평민과의 결혼이라.

프레드쥬르와 아카리아는 그런 조이를 차마 내칠수가 없었기에 억지로라도 허락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행복은 불과 왕위계승식을 앞두기 며칠전 깨져버렸다. 프레드쥬르가 급작스런 병으로

사망한데 이어서 어머니인 아카리아도 얼마안가 세상을 떠났다. 믿을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과거 악의 군주 소울의 아들이었던 드류가 대군을 이끌고 돌로레 성으로 쳐들어왔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던 조이는 드류의 침략소식에 크게 당황했고, 곧이어 성 내부로 드류의 대군들이

들이닥쳤다. 무슨 손을 쓰기도 전에 돌로레 전체가 드류의 군대에 이미 장악당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암흑세계에서도 대륙의 기운이 약해짐에 따라 기회를 노리고 크로노스가 직접적으로

드류와 손을 잡고 나타나는 바람에 조이는 지나와 함께 급히 도망치려 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위험 천만한 상황들이 있었다.

드류의 추격을 피하고 크로노스의 낫에 목이 날라갈뻔했으며 강력한 마법에 얻어맞으면서도 조이는

끝까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쳤다.


하지만, 한순간에 벌어진 일들은 조이를 외톨이로 만들었다. 부모님을 잃고, 국가를 빼앗기며,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려 하지 않았고, 지나라는 소녀는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조이를 대신해서

날라온 화살을 막아서고 목숨을 잃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조이는 지나를 잃은 슬픔을 극복할 시간도 없이 티모레 마지막숲까지

쫓아온 흑기사들을 피해 가까스로 도망쳤다. 아무것도 곁에 남지 않은채로.

조이의 머리속에 그려진 자신의 위태로운 순간들, 안타까운 나날들이 영상으로 보여지는동안

프리파워상명은 아무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이런 어처구니없는 슬픈 사건들을 조이가 앉고 나아가야 하는 안타까움에

그저 입술을 깨물 뿐이었다. 자신이 당한건, 그냥 아무것도 아닌 일이다.

조이에게 느껴지는 많은 감정들. 모든 행복을 송두리째 빼앗기며 살기 위해 발버둥치고

남아있는 희망들이 사라져 갈때에 느낀 허무함, 허탈함. 이데아 왕국에 도착해 너덜너덜해진 몸으로

지나와 들어설때에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던 순간들. 불행한 과거의 기억들.


모두에게 따돌림 받고 배척받으면서도 거리를 헤메이던 순간들. 아픔과 눈물의 시간들 뿐이었다.

조이는 단 한번도 혼자 있을때 어디에서도 웃고 있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웃고 있을때가 있었다.

그것이 지나와 같이 있었을때의 순간이었다.




생각해보면 자신도 그동안 얼마나 힘든일들이 많았던가? 그 대부분이 씁쓸한 결말이었고.

조이와 마찬가지로 싫지만 짐은 지고 가야했다. 어느순간 자신도 조이처럼 뒤를 돌아봤을때

누구도 곁에 없었다. 남은건 많은 아픔과 상처들과 많은 짐들..




이유없이 자신을 시기하던 사람들. 조이와 똑같다고 볼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사실은 자신도 늘

혼자 서있었다. 사랑받지 못했고, 이해받지 못한 순간들. 결국 이겨낸건 스스로가 강한 의지를 갖고

돌파했을뿐이지, 거기에는 어떠한 계기도 감동도 없었다.


억지로라도 마음을 강하게 먹지 않으면 쓰러질수 밖에 없었던 어린시절들의 자신의 모습들이 비춰졌다.

내게 남은건 뭘까? 프리파워상명은 곰곰히 생각했다.. 너무 힘들었다. 가끔은 끝도 없는 길에서

혼자 걸어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딘가 목적지는 있는것 같은데, 자꾸만 잊어버리고 있는 기분.

자신이 많은 사람들 이해하려 하는만큼 자신도 이해받고 싶은것은 그냥 욕심이었던걸까.



자신..자신..스스로. 너 혼자.. 언제 어느곳을 가든지 원치 않는 상황속에서의 혼자남게 되는

순간들. 혼자 남게 되고, 혼자 걸어가고 혼자 있게 되고, 혼자 ...끝도 없는 혼자.

외로움.어디를 봐도 자신은 항상 어떤길에서든 혼자 걷고 있었다.


유년시절들의 기억들, 성장해오는 순간들이 갑자기 머리속에서 그의 가슴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때에 나도 조이처럼 그렇게 지내왔었지. 그런데 난 뭐가 좋다고 그때엔 참 바보 멍청이처럼

웃고 있었던거냐. 결국은 아무것도 바뀐것도, 그날들의 상처가 치유된것도,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민것도 아닌데 말이야. 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현실에 스스로 바보같이 기대를 걸었을까?



"나, 어떻게 해야되?"...


"아직도 그때까지 그러고 있니?한심하구나"

".............."


" 넌 도대체 할줄 아는게 뭐가 있지?"

"난...난 그냥"



" 변명뿐이군..그래선 성공할수 없다"

"............................"



"그럴바엔 그냥 포기해버려"

"넌, 언제나 그런식이야"

"너에겐 더이상 얘기할게 없다, 그만 꺼져버려"

"넌 그냥 혼자잖아."




......난. 그렇게 속고 힘들고, 상처받은 외로움들이 스스로를 지치게 만들었어. 너무나 두려워했지.

미래라는것, 밝은 모습이 아닌 자신을 죽일수도 있다는것들을.. 내맘이 닫힌건, 내가 닫고 싶어서가 아니었어.

그래, 난 그래서라도 모두에게 말하고 싶었던게 있었어.


제발 나를 돌아봐달라고!! 나도 외롭고 힘들고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너희들 모두와 똑같은

사람일 뿐이었어! 왜 세상은 나에게 강해지길 강요하고 바라는거지.


그것은 조이나 프리파워상명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 똑같은 평행대로의

길 위에서 만난 한 사람의 아이와 어른의 모습처럼. 프리파워상명은 늘 무의식중에 쌓인

강박관념이 있었다. 그것은 어린시절 늘 혼자 있던 외로운 소년, 그 자신을 구하고 싶어했다.



만약 이라는 것이 허용된다면, 그래서 자신이 과거로 간다면 그 소년에게 말하고 싶었던게 있었다.

길을 같이 걸어가고 싶었다고. 그러나, 그러기엔 그 소년과 자신은 만날수 없는 과거와 미래의 이정표에 서있다.

그때에 자신은 그 소년을 만난다면 소년을 위로해주고 싶었었다.


"미안해, 그때엔 어쩔수가 없어서. 그래서 그땐 그럴수밖에 없었어.."


눈을 감고 있는 사이로 떨어지는 작은 눈물 한방울. 다시는 눈물따윈 안나올줄 알았는데, 젠장.

그땐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이제는 너무나도 긴 시간이 흘러버렸다.

그러나, 분명히 그 소년은 언젠가 만나게 된다 할지라도 웃고 있을것이다.

그래,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었어라고 위로해주면서 어깨를 두드려 줄것이라고.

그래, 문득 조이를 처음볼때 느낀것은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속의 소년을 본 느낌이었었나.


감상에 젖어가는 그의 시야가 점점 하얘지고 있었다.





















영상이 사라지고 난 뒤 둘 다 별다른 말은 없었으나, 분위기는 너무나 무거워졌다.

무슨말을 해야할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서, 그저 침묵만이 감돌았다.

처음엔 꽤나 엉뚱하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느껴지는 동질감이 반갑기도 했었다.

괜찮냐고 물어보려던 프리파워상명은 그냥 묻지 않기로 생각한듯 싶었다.



먼저 침묵을 깬것은 조이였다.


"..... 그땐, 그럴수밖에 없었으니까. 형도 마찬가지 일거에요."

"그런가.."


"....잘 이겨내길 바래요."


이러고 있다가는 그대로 둘 다 어두워져서 도무지 회복이 안될수가 있었다.

이사람도 나와 같은 길에 있었던것인가, 조이 역시 잊어버리려던 과거의 기억들과

프리파워상명의 생각을 읽게 된것에 대해 꽤나 혼란스러운 모습이었으나,

계속 이렇게 우울해 할수는 없었기에 조이는 재빨리 화제를 돌려서 재촉했다.



"자, 이제 빨리 장미씨를 찾아야되요! 데자누스가 손을 쓰기 전에 빨리요!!"



조이가 급하게 보채자, 프리파워상명은 아차 싶었는지 급히 모니터에 보이는

자신의 캐릭터를 데리고 마지막 목적을 위해 이데아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이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 가는줄 모르고 있었더니 어느샌가 한밤중이 다되었다.

조이와 약속한대로 장미를 되돌린다면 모든것은 마무리 된다. 그럼 자신도 조이를 돕기 위해서

대륙으로 가면 된다.



그리고 이데아에 나타난 프리파워상명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이 나갔다.

장미와 시크릿이 결혼 축하인사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뭐지? 이렇게 순식간에 정리된 기분은.

멍하게 서있는 그의 캐릭터는 누군가가 설명해주길 바라는것처럼 멈춰서있었다.


그와 동시에 데자누스 역시 다음 들려온 소식에 넋이 나갔다.


#데자누스:뭐라고! 챠밍과 타로스가 이혼을 했다고? 말이 되는건가?!



프리파워상명도 할 말을 잃고 서있었다.

"......어떻게 이런."


데자누스도 그렇게 할 말을 잃고 서 있었다.

"......또 발생했다는건가.."





그리고 이데아 광장 한복판에는 프리파워상명과 데자누스, 장미, 시크릿이 서로 어색한 분위기속에

서있는채로 침묵하고 있었다.








그저 할말을 잃고 서있는 프리파워상명과 데자누스는 잠시동안 멍하니 침묵했으나,

먼저 침착함을 되찾은것은 데자누스였다. 역시나 감정을 다스리는 부분에 있어서도

데자누스는 한 수 위에 있었다. 마치 그런일이 없었던것처럼.


$데자누스:...알았다. 그일은 조금 나중에 듣도록 하지. 그보다 반가운 손님이 왔군 큭큭.


데자누스의 반응대로 프리파워상명은 장미와 시크릿의 결혼 축하 인사를 받는 모습에

아무런 미동도 하지 못한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조이는 차갑게 굳어있는 프리파워상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형, 기분은 알지만. 이대로 있으면 의심받을 확률이 커지게 되요. 얼른 이동해요!"

".......알았다."



그러나 그 자신이 움직이려 하기도 전에 장미와 시크릿은 프리파워상명을 의식한듯,

광장 우측에 있는 은행으로 들어가버렸다. 그것은 분명하게도 자신에 대한 외면의 메세지일것이다.

누가 봐도 프리파워상명은 불청객이자,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



이어서 데자누스도 프리파워상명을 스쳐지나가듯 이데아 은행으로 들어갔다.

둘사이에 특별히 주고받을 말이나 대화는 없었다.

광장에는 프리파워상명만이 쓸쓸히 서있다. 주변에선 명왕성을 비롯한, 유성이나 태풍 길드원들도

보였지만, 지금 이순간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초라한 모습으로 서있는 존재는 프리파워상명이었다.

프리파워상명은 침묵을 유지한채 일단은 돌로레로 이동했다. 걱정된 조이가 입을 열었다.


"...형, 그냥 우연히 우리가 한발 늦은거에요."


그렇지만 이건 늦은게 아니다. 완벽하게 계산된 데자누스의 범위내에서였다.

프리파워상명은 또다시 데자누스가 계획한 틀 안에서 그리고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난 꼴이다.

또 한발 늦어버렸다.오래전에 장미와 이혼할때에도, 그리고 장미를 되찾으려 할때에도 언제나

그 배후에는 모두 데자누스가 있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것을 꿰뚫고 있는듯한 데자누스의 한 수 때문에

자신은 엉망진창이 되버렸다. 돌로레 광장 중앙에 목적없이 도착한 프리파워상명은 분을 참지 못했다.


"...크, 젠장! 빌어먹을 데자누스!!!!"


화가 잔뜩 난 그는 그대로 의자에서 일어나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어어! 형, 어디가는거에요!!"


당황한 조이도 곧바로 프리파워상명이 나가자마자 자신도 따라 나섰다.

특별히 그가 멀리 나가버린것은 아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옥상에 서있었다.


"형..?"


뒤따라온 조이의 눈에 보인것은 언제든 떨어질수 있는 추락사고의 위험이 있을정도로 난관과

가까운곳에 서있는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이었다. 그대로 프리파워상명은 뛰어내릴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뭐하는거에요! 위험하니까 떨어져요 형!"


조이는 말을 마치면서 동시에 그에게 빠르게 달려가 등 뒤에서 붙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스스로 뛰어내릴 생각은 아니었다. 단지 그의 행동이 조이에게 오해를

만든것뿐이다. 젠장, 그저 머리나 식히려고 나왔는데 넌 또 왜 따라나온거냐! 곧바로 반사적인

신경질이 튀어나왔다.


"...뭐하냐 바보녀석아. 답답하니까 이거놔! -_-.."

"....네? 형 뛰어내리실려고 그랬잖아요!"


그랬나? 하긴, 순간적으로 프리파워상명은 뛰어내려서 내 존재가 사라진다면

차라리 이런 골치아픈 문제들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럴껄 그랬나.

그래도 이렇게 쓰러져버리면 데자누스가 잘되가는 꼴을 볼 수가 없었는지 마음속 깊이

오기가 생겨났다. 이내, 프리파워상명은 마치 그런생각은 하지 않았다는것처럼 말을 돌렸다.



"아니.. 그냥 순간적으로 너무나 답답해져 버려서 차라리 모니터 화면을 안보는게 좋다고

생각했던것 뿐이야..오해는 거기까지."


"아아~! 놀랬잖아요 형!"


그의 행동은 조이가 아닌 누가 보아도 뛰어내릴것처럼 보이는 오해를 심어주긴 충분했다.


"미안하군. 하지만, 이런일로 쓰러질만큼 나약한 의지를 가진놈이 아냐.안심해."

"하아~ 형이랑 지내면 정말 조마조마 할때가 많다니까요!! 좀더 자신을 소중하게 다루세요!"


자신을 걱정하는 조이의 잔소리에 프리파워상명은 조금 웃음이 나왔다.

이게 얼마만에 느껴보는 것이던가. 그래, 소중하게 다루긴 해야겠지?


"..알았다.어차피 내일부터 기말고사니까. 조금 일찍 자두지 않으면 안되.돌아가자."































@시크릿:갔을거야 그사람~ 좀 괜찮아졌어?ㅎㅎ

@장미:^^; 고마워요..


시크릿도 프리파워상명이 장미의 옛 연인인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리고

챠밍이나 윈터, 타로스 등의 다른 길드원들로부터 얼마전 사건들에 대해서

무심결에 들었기 때문에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면 장미가 아무래도 흔들릴 염려가 있었다.

무엇보다 이제는 장미의 남편은 자신이다.


@시크릿:뭐 이런걸 가지고~

@장미:그래도 오빠의 배려가 아니었으면 힘들뻔했는걸요 "";



프리파워상명이 이데아에 나타났을때 장미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하필이면

한참 자신의 결혼으로 인해서 분위기가 무르익었을때에 말이다. 그리고 그의 성격이라면

얼마든지 또 자신에게 귓말을 해서 괴롭힐 용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런 자신의 상태를 명왕성 길드원들을 알고나서 늘 챙겨줄뿐만 아니라,

얼마전 겪었던 이혼의 여파들을 최대한 잊어주게끔 새로운 사람도 소개시켜주었다.

장미에게 이곳은 안식처나 마찬가지다.


@장미:정말 고마워요~ ♡

@시크릿:어, 부끄럽게 ㅋㅋ 난 예전부터 장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시크릿은 명왕성 길드에 장미가 오던 날부터 몰래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처음엔 프리파워상명과 타로스 때문에 쉽지 않았지만 그 둘과 이혼을 하고 난뒤로

장미가 혼자가 되어버리자 한편으로 그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었다.


@시크릿:앞으로는 오빠라고 불러~ 오랫동안 잘지내^^

@장미:네 ""; 오빠 되게 친절하시다 /ㅅ/


@시크릿:ㅎㅎ 내가? 장미한테만 그런거야!

@장미:휴 "-".. 오늘은 그냥 여기 있어도 되죠?


장미가 그런말을 꺼낸것은 당연하다. 최근 무슨 이유 때문인지 프리파워상명은 3국을

정처없이 매일같이 주기적으로 떠돌아다니고 있었으니 서로 마주치는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더이상은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 사건의 여파는 아직은 짙게 깔려있다. 그 기분을 어느정도 눈치챈 시크릿은 굳이 그것을

막아설 이유도 없었고 자신도 한가했다.


@시크릿:그럼 그럼~ 장미가 하고싶은대로해. 단 혼자 있으면 안되~

@장미:그럼요 "-";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데자누스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안심하고 있었다.




























데자누스는 장미와 시크릿이 구석에서 데이트를 하느라 바쁘다는것을 확인한뒤,

다시 광장으로 빠져나온후 하데스와 헤르멜을 불렀다.


#데자누스:일단 지금까지 터진 사건들의 연속성에서 의심이 가는 이유가 있어.

다른 길드들은 멀쩡해. 그런데 왜 우리쪽에만 계속해서 안좋은 사건이 터지느냐 이거다.


#하데스: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건 누군가 결국 인위적으로 일으켰다는건데..

지난번에 다섯 길드를 감시하기로 했다면서?


#데자누스:뭐 그런셈인거다. 헤르멜.

#헤르멜:네.



데자누스는 더이상 사건에 대해서 방관하는것은 좋지 않다고 느끼고 있었다.

물론 지속적인 감시에도 이렇게 경계망을 뚫고 사건을 일으킬 정도라면

좀더 시간을 투자해서 최대한 단서를 찾아내는것이 급선무였다.


#데자누스:각 길드내로 우리쪽 인원은 모두 투입이 된건가.


#헤르멜:일단 프리파워상명의 ⓗⓐⓟⓟⓨ엔딩™만 제외하고 이미 투입 되었습니다.



헤르멜의 이야기를 듣던 하데스는 조금 궁금해졌다. 분명 다섯명 모두 소속 길드도 다르고

혐의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더 공정하게 감시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왜 굳이

ⓗⓐⓟⓟⓨ엔딩™만 제외했는지 의문이었다.



#하데스:헤르멜, 왜 ⓗⓐⓟⓟⓨ엔딩™만 제외인거지?


#데자누스:내가 대신 대답해주도록 하지.다른 4개의 길드는 이미 활발하게 성장중이야.

하지만, ⓗⓐⓟⓟⓨ엔딩™은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헤르멜:프리파워상명,진현s,루카스,다크마스터,메이린 이렇게 5명입니다.



그리고 하데스는 데자누스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모든 계획을 짐작했다.


#데자누스:적어도 프리파워상명이라면, 뜬금없이 가입을 무작정 받지는 않을거야.

그리고 이쪽이 놈의 예상경로를 파악해서 대처한다면 이상하게 느낄거거든.

즉, 녀석의 길드인 ⓗⓐⓟⓟⓨ엔딩™이 성장을 시작할때쯤에 마지막으로 투입을 시킨다.


#하데스:그렇네.. 하지만 왜 다섯명 모두의 감시인거야? 그리고 만약에라도 우리는 놈을

찾아내지 못할수도 있잖아? 어떻게 보면 이것은 헛고생인지도.


#데자누스:그렇진 않아. 찾아낼수 없다면 다섯 길드 모두 무너뜨린다.



데자누스의 발언에 하데스와 헤르멜은 당황했다. 이제까지 데자누스가 그런 목적을

이야기한적은 없었고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듣게된 폭탄발언에 헤르멜과 하데스는 당황스러울수밖에

없었다.


#헤르멜:..무슨 말씀이십니까 길마님.


#데자누스:나도 현재까지는 이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몰라. 분명한건, 계속 발생하는

이번 사건의 주요 타겟이 우리라는거야. 하지만 증거가 없지 않나? 사건을 어떤방식으로

저질렀는지의 여부를 알 수가 없기도 해. 그렇다면, 차라리 가장 무식한 방법이지만.

혐의에 있는 모든 길드를 무너뜨릴 생각이다.


#하데스:하지만 그렇게 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모될텐데..


#데자누스:..천만에. 싸이클론과 혼 길드는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거든.

우린 그저 싸움을 일으켜놓고 재밌는 구경을 하면되. 유성과 태풍은 의도적으로 우리가

시비를 걸거야. 놈들의 전력으로는 우릴 이길수가 없기에 전쟁이 일어나는 순간, 저쪽은 패망한다.

그럼 프리파워상명만 자연스레 남겠지. 하지만 막장인놈이 뭘 할수 있겠나?큭큭큭..



즉, 데자누스의 계획은 다섯 길드 모두 무너뜨리기 위한 철저한 계획이 숨겨져있었다.

데자누스는 애초부터 직접적인 범인 색출은 어렵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이번사건은 데자누스 자신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서 혐의가 있는 다섯명 모두를 집중감시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

특히 무엇보다 사건을 어떤식으로 터트리는지 방식마저도 전혀 알 수 없다.


단지 한가지 힌트와 목적은 자신과 명왕성이 주요 타겟이란것뿐이다.


#헤르멜: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게임 자체가 혼란스러워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데자누스의 발언은 그 둘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데자누스:이게임이 신의 강림을 원하지 않는다면, 난 이게임을 無로 돌릴 파괴의 악마가

되어주겠어! 하하하하하하하! 됐나? 이게 내 목적이다. 우린 손쉽게 많은 길드들을 무너뜨린뒤,

서버 전체를 통치하는 군주 길드가 되는것이다. 단지 거기에 걸리적 거리는놈들을 제거할 생각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나를 타겟으로 삼았다면 긴장하는게 좋을거니까 말이지. 오히려 이번일을 계기삼아

이게임 자체를 완전하게 무너뜨릴 생각이야.


#하데스&헤르멜:..........


#데자누스:곧 ⓗⓐⓟⓟⓨ엔딩™을 제외한 나머지 길드로 우리 애들을 한명씩 투입시켰으니.

요 얼마동안 활동에 필요한 캐릭터들을 쩔로 이미 키워두었거든.본캐릭터들을 보내면

우릴 의심할거다.











































혼란을 뒤로한채 프리파워상명은 비가 오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조금 멍해진 정신으로 아무 생각없이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30분이다.

더구나 오늘은 기말고사다. 어제 일어난 사건때문에 잠들기가 곤란해서 조금 뒤척였지만

전체적인 컨디션은 무리없었다. 그리고 오늘 치루게 될 시험은 공업수학이라는 과목이었다.


"비가 오는건가.. 확실히 장미도 비오는 날을 좋아했었지."



조금씩 눈이 떠진 프리파워상명은 5교시에 시험이 시작되기 때문에 여유있게 준비해서

나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프리파워상명은 잠시 옆자리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그 옆자리엔 아무도 없었다. 조이가 사라진것이다. 어라, 어딜간거지.

텅 비어버린 옆자리와 그리고 갑작스레 텅빈 방안은 그의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었다.

당황한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옷을 챙겨입었다. 가뜩이나 오늘은 비도 잔뜩오고 있었기 때문에

조이가 감기라도 걸리면 결국 자신이 챙겨주어야 한다. 특별히 조이가 말도없이 다시 대륙으로

돌아갔을리는 없다. 책상위에 올려진 페이트노트도 멀쩡했다.


여하튼 이런 조이의 엉뚱한 행동들은 가끔 자신을 당황시키기도 했으니, 아예 이참에

그러지말라고 주의를 주려고 생각했다. 도무지 다른일에 집중을 할 수도 없으니 환장할 노릇일것이다.


"..이놈 대체 어딜간거야..말도없이 -_-.."



일단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흔적을 주변에서 찾아봤지만

단서가 될것은 없었다. 우산도 없이 나온 그는 비를 실컷 퍼맞으면서도 조이를 찾기 위해

주변에 시야를 다시 돌려봤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빗속의 정적속에 프리파워상명은 침묵을 지키면서 옥상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제법 건물이 크기 때문에 옥상에 올라가면 동네 주변이 어느정도 한눈에 들어온다.

분명 조이가 나간것이 맞고, 어딘가로 갑자기 사라진것이 아니라면 기껏해야 이근방에 있을것이다.

그렇다고 조이가 이 동네의 지리를 잘아는것도 아니었다. 즉, 집밖으로 나간다고 하더라도

이세계의 인간이 아닌 조이는 딱히 갈곳이 없다.


하필이면 오늘은 일기예보에서도 장마의 시작을 알렸기 때문에 프리파워상명은 순식간에

옷이 다 젖어버렸다. 그렇지만, 조이를 찾지도 못한채 방으로 돌아갈수는 없는일이다.

게다가 어제 알게된 조이의 옛 과거들에서도 스스로 혼자 지내온 수없이 많은 일들때문에

힘들어 하던것을 봤기에 그냥 두어선 안되었다. 어떻게든 찾아보자. 어디 멀리가진 않았을테니까.



그렇게 겨우겨우 옥상에 도착한 프리파워상명의 시야에 들어온것은 옥상 한가운데서 비를 실컷

퍼맞고 있는 조이의 모습이었다. 자신도 비에 홀딱 젖어버렸지만, 조이는 자신보다 더 오랜시간동안

그곳에서 있었던것 같아보였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으나, 그나마 다행이긴 다행이었다.

하지만 왜 이런곳에? 더구나 자신을 발견하지 못한듯, 조이는 한참동안이나 비를 맞으면서도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는 뭐하러 여기왔는지 알수도 없었고 덕분에 자신도 비를 맞아서

짜증이 올라오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비교적 먼곳에 서있었던 프리파워상명은 조이를 불렀다.


"조이!! 너 뭐하고 있어 이녀석! 왜 거기서 바보처럼 비맞고 있는거야!"


하지만 조이는 아무말 하지 않았다. 대신 조이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프리파워상명을 돌아보았다.

지금도 한참 비가 폭포처럼 떨어지는중인데도 불구하고 둘은 옥상에 서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답답함을 느끼고 다시 한번 조이를 불렀다.


"거기서 뭐하고 있냐고!! 감기 걸리면 어떻게 하려구 그래! 얼른 돌아가자!!"


그러나 프리파워상명의 부름에도 조이는 여전히 그를 장난기 어린 순진한 미소로 돌아볼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이 어떤상황인데 웃고 있단 말인가. 비도 잔뜩 오는데다가,

자신은 오늘 기말고사 시험도 있었기 때문에 곧 학교에 가봐야 할 상황이었으나,

그렇다고 조이를 그냥 두고 갈수도 없었다.



안되겠다 싶었던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에게 핵꿀밤을 날려준 기세로 다가섰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 조이가 반가워한듯 입을 열었다. 마치 오랜시간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그렇게 밝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으나, 문득 그 반가움은 우울한 이면이 드러나는 씁쓸한 미소였다.


"비오는 날..오랜만이네요."


조이가 하늘을 올려다봤다. 프리파워상명은 잠시 조이의 이야기를 듣고 멈춰섰다.

왠 엉뚱한 감상이람. 제발 이런건 날씨라도 괜찮아야 같이 호응이라도 해줄텐데 말이다.

하여간 이해할수 없는 조이의 말에 프리파워상명은 아무말하지 않았으나,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설레 설레 젓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에도 개의치 않는듯, 조이는 연거푸 혼잣말을 되내였다.


"대륙은 비가 자주 오지 않거든요.. 날이 좋을때는 지나와 산책도 했었는데.

때때로는 그때의 기억들이 빗속에 날아갔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뜬금없는 감상에 젖어있는 조이의 모습은 누가봐도 엉뚱해 보일것이다.

보다못한 프리파워상명은 그대로 두어선 안될것 같아서 재촉했다.


"왠 엉뚱한 감상문이야 조이. 여기서 오래있다간 감기 걸린다구. 돌아가자, 나 오늘은 시험도 있어."


그러나 좀처럼 조이는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정말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비오는 날이다.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움직이지 않자 자신 혼자 돌아갈수 없었기에 멈춰섰다.

그리고 계속해서 조이는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감상하듯 나지막히 말했다.


"혼자 남겨진 나는 외로웠어요.비를 맞으면 그러면 그 슬픈 기억들도 다 날라가는거죠..?"

"하~ 이봐. 날라갈거 였다면, 난 벌써 개운해졌을거야 조이."



그말에 조이는 씁쓸한 표정으로 웃으면서 아무말 하지 않고 그대로 서있었다.

이미 상당한 시간동안 비를 맞아서인지, 프리파워상명은 빗방울이 무슨 망치같은 느낌처럼

무겁게 몸과 부딫히는 느낌이었다. 더구나 소나기.



"하핫, 그런가요~? 오늘은 왠지 지나가 더 보고싶은거 같아요."



조이가 이런말을 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암시탄으로 과거의 기억들을

읽어낼때, 지나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조이의 모습은....

애써 모든 현실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마치 알고는 있지만 받아들일수 없는

깊은 슬픔을 간직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하기야, 잊혀질수가 없는 상처들을 잊으라는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겠으나, 이렇게 무작정 바보같이 서있는다고 잊혀질리는 없지 않겠나.




그렇다고 해도 스스로가 해줄수 있는 위로의 말은 잘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 그렇게 많은 글을 써오고 수없이 많은 대화를 하고 화술을 익혔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별다른 멋진 말은 해줄수가 없었다.


무슨말을 해줘야할까 고민했지만, 아무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겪어본적이 있어야

뭔가 말을 해줄텐데, 하지만 아무말없이 이대로 있는다면 그것 또한 배려는 아닐것이다.


"잘 있을거야..널 지켜보고 있을거니까."


결국 던진말은 뭔가의 퉁명스러움과 무뚝뚝함이 담긴, 사실은 성의 없는 격려.

그래도 조이는 듣고 있었는지 그런 그의 말에 조금은 미소 지었다.

아무래도 조이는 어제 자신의 행동과 느끼던 기분들 때문에 잠시나마 잊어버린 지나의 기억들과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들까지 기억속에 되살아나버린듯 했다.


하지만 도저히 괜찮아 보이지가 않았다. 요 근래에 들어서 조이는 자꾸만 이런모습을 보이곤했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신도 어떻게 해줄수가 없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의 시간들이었다.

대체 어찌하면.


"...그래요, 그런거겠죠? 형이 해주는 이야기는 다 믿고 싶어요. 나는 어머니도 아버지도, 지나도. 보고싶은데,

그때 참 행복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는지 알수도 없고..빗속에 있으면 모든것에서 벗어날수 있는거겠죠..?"


계속되는 조이의 이야기에 프리파워상명은 정신차리라는듯 조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면서

이야기했다. 제발 정신좀 차리고 나를 보란말이야.


"빗속에 있는다고 그런게 사라질리 없잖아.."



프리파워상명에게 보인 조이의 눈은 슬퍼보였다.

문득 축쳐진 조이의 어깨는 오늘따라 유난히 힘이 없어보인다.

평소와 너무나 달라서 적응이 어려울정도로. 그래도 조이는 여전하다. 프리파워상명은 지쳤다는듯

다시 조이와 조금 떨어져 서있었다. 지난번부터 계속되는 조이의 우울한 모습들은 어떻게 대처해줘야 할지

도무지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은 무슨 날일까요? 지나와 결혼? 아니면 어머님이 부르시는건지. 왕실에 행사가 있는것 같기도 하고."

"후우~ 무슨 엉뚱한 소릴 하는거야 조이.. 그런날일리가 없잖아."



그렇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엉뚱하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지 아이처럼 억지로 밝아보이고 싶은, 뭔가 떼를 쓰는 느낌이기도 했고.

그러나 이미 지나가버린 일들은 어찌할수가 없었다. 아마 그것은 조이도 알고 있을것 같은데,

마치 들어달라는것처럼 무의미한 그렇지만 우울함이 담긴 부탁처럼 멈추질 않았다.


"괜찮아요, 내가하는 이야기들. 그냥 쓸데없는것들이에요. 믿어줄려고 하지마세요.

그냥 그런 꼬마니까..어차피 아무도 들어준적 없던 말들이니까요..."


"....누가 널 믿지 않는다고 그래. 물론 가끔 엉뚱하긴 하지만.."



"그래요, 형은.. 사람들에게 늘 언제나 진실했나요."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군, 조이. 언제나라고 말할순 없겠지만~ 되도록 솔직하게

늘 진실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어."



"살아있다는건, 좋은건가요?"



프리파워상명은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는것을 느꼈지만 조이의 질문 공세는 계속되었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이제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기말고사 시험은

포기해야 할 판이지만, 중요한건 지금 조이와의 문제다. 사실은 그것보다 조이가 이젠 더 중요하지만서도.


"무슨 의미지.."


"그사람과 때로는 싸우고 실망하더라도, 언젠가는 좋았던 감정들도 있을거니까요."

"당연한거잖아. 희망을 갖고 사는건 좋은거라구."



그러나 스스로는 그렇게 말해놓고 생각해보니, 사실은 반대였던것 같은 지나간 시간들이 떠올랐다.

언제나 희망은 존재한다면서도,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삶들은 얼마나 자신을 괴롭히고 압박했는가.

그렇게 한때는 비관적으로 모든것을 포기하며 살기도 했었다. 안타까운건, 그건 자신만의

현실이 아닌 조이의 현실이기도 한것이 마음속 한구석을 아프게 파고 들어왔다.


"차라리 다시는 못보더라도, 그 소녀가 살아있다면...그사람들이 살아 있다면 좋은 거겠죠.?"



프리파워상명에게 보인 조이의 눈은 충혈되었지만, 그것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가식은 아닐거라고 그는 생각했다.


"....울고 있는거냐. 눈물 참 많은 녀석이네."

".........놀리지 말아요."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던 프리파워상명은 아무생각없이 조이에게 계속 말을 하던중,

순간적으로 자신이 망각하고 있던것이 떠올랐다. 아마 조이도, 사실은 자신의 현실을

이미 알고 있던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렇게 고집을 부리며 서있는것은 다른 이유에서일것이다.

뭐지, 내가 무엇을 해줘야 할까. 어떤게 부족한건지. 왜 아직도 이자리에 서있는것인지는 고민할 시간은

없었으나, 문득 자신이 조이의 입장에 서있는다면 어떤것을 가장 받고 싶을지 잠시나마 떠올려봤다.


어쩌면 나도 조이에게 아무 의미없는 말이나 툭툭 던지는것은 아닐까. 아무리 조이가 어려도

분명히 자신이 처한 상황들을 기억했을것이고 부정하지만, 몸은 인정하고 있을터이니

지금 조이에게 필요한것은 그것이 아니라 마음일것이다.


마음? 그래, 나도 조이처럼 그때 데자누스에게 모든걸 잃고 나서 받고 싶었던것은

다른 무엇보다 누군가의 격려와 작은 위로였었지! 다른 많은걸 바란것이 아니었었어.

정말 그때 누군가가 단 한명이라도 나에게 찾아와서 그런 작은 위로를 해주었었다면..

비로소 조이가 무엇을 받고 싶은지 조금이나마 그는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것이 비록 작은것일지라도 어떤 마음이 담겼느냐에 따라서 마음은 열릴수도 있을것이다.

통할지 모르겠으나, 프리파워상명은 문득 자신도 조이의 옛 과거들을 보고나서, 그리고 지금 다시

조이의 모습들을 보고나서 눈물이 터져나올것 같았지만 간신히 억누르고 조용히 조이에게 말을 건넸다.


그것은 작은 위로, 그리고 격려. 하지만 솔직하자.


"조이, 내가 너에게 해줄수 있는것은 없을지도 몰라. 사실 나도 널 만나기전까지는

모든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었거든. 확실히 그랬던건지도 몰라. 그렇지만, 기적이 존재한다면

너도 나도, 한번쯤은 더 믿고 나아가도 좋다고 생각해. 그것이 불가능한 확률일지라도."



조이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묵묵히 서있었다. 그가 던지는 말들이 귀에 들어오는지는 조이 자신만이

알고 있을테지만 말이다. 지금 이순간 필요한건 닫혀있던 마음속 외로움일것이다.

어쨌든 대륙에서건 이곳에서건 조이는 지금까지 갖고 있던 마음속 외로움을 누구에게도 풀어본적이 없었다.

프리파워상명이 처음으로 그것을 들어준 셈이다.



"어떻게 생각하든 좋아. 하지만, 그들이 없다고 너의 삶이 끝나는것은 아냐.

결국 어떻게든 우린 또 다시 살아가게 되있거든. 그들을 위해서라도 넌 살아있어야해.

네가 아니면..그 누구도 이 모든일을 해결할수 없어. 그래, 혼자여서 늘 외로웠었지?

나도 그러했다. 장미때문에 잠시나마 풀린거겠지만, 다시 또 혼자가 되니 슬프긴 하네.

뭐, 그래도 좋아. 나에겐... 지금 네가 있잖니. 하하하. 그러면 괜찮다고 생각해 조이."

"......."


통한걸까. 아직은 모르겠다. 부족하다면 좀더..!


"나는 늘 네가 밝은 모습만을 보여주었기에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어. 지나친 오해였는데 말야.

물론 주변에 놓인 상황들은 우리들에게 유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말야.

아직은 헤쳐나갈 힘이 우리들에게 있을거라고 생각해. 언제나 혼자서 있을수는 없어.

이런말 음... 사실은 처음하는거 같긴 하지만. 그때 도와준다고 그랬었지? 그것은 바뀌지 않을거야.

언제까지나 항상말이다. 그러니까 넌! 혼자가 아니야.. 조이."



들어주는걸까. 조이는 아무말없이 여전히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잠시동안 침묵했다.

여전히 빗줄기는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고, 아마 시간은 많이 흘러갔을것이다.

문득 시계를 바라보던 프리파워상명은 오늘이 시험이었던것을 갑작스레 떠올렸다.

그리고 나오는 한숨. 그것은 조이도 옆에서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오늘 시험은 못 치루겠군..이미 시간이 오버했어."



그의 말에 조이는 미안함을 느꼈다. 물론 조이는 그의 사생활을

처음부터 알고 지내왔던 사이가 아니니까 얼마든지 모를수밖에 없었다.

조이의 힘 빠진 목소리가 간신히 프리파워상명에게 들려왔다.


"..미안해요.."



조이는 또다시 자신의 일들때문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했는지 이제는 푹 주저앉아

흐느끼기 시작했다. 아무리봐도 영락없는 아이다.아마 그 눈물들은 지금껏 느껴온 외로움들과

아픔들, 자신의 곁에 아무도 남아주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질타가 가득 담겼으리라.



그렇지만, 스스로도 시험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별 의욕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 중요한건 조이와의 문제였다. 더 걱정이 들었던것은, 조이가 생각보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것을 잃고 다치고 충격들을 받아온것이 맘에 걸렸다. 만약 자신을 만나지 않았다면,

조이는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채 방황하다 쓰러졌을지도 몰랐다. 그것은 정말로 어쩌면 다행인것일까.



그래도 지금 해줄수 있는건 별달리 없었다. 다만 작은 격려밖에. 그것이 전부였다.

적어도 자신은 극복 가능한 문제들일지 몰라도 조이는 아니었다.

못내 쓸쓸한 마음들이 자꾸만 가슴속을 때리고 있었다. 넌, 왜 그정도밖에 해주지 못하는거지.

이건 아닌데.



"괜찮아, 어차피 치룬다고 해도 좋은 점수는 기대하기 힘들었으니까.

조이, 누구나 살면서 때때로 무언가를 지켜낼수가 없는 순간들도 찾아올거야.

그건 너의 잘못들이 아니었어. 그땐 그럴수밖에 없었던것들 아닐까. 누구도, 널 탓하진 않아.

언제까지 그렇게 자신을 원망할거니.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말야. 그건 정말로.."



하지만 조이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조이를 혼자 있게 두는것이 더 나을듯 싶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지금의 조이는 자신이 해줄것은 없었다. 단지 그것이 너무나 미안함 마음이었다.

문득 자신의 뺨위로 흐르는 물이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었으나, 마음속 시큰함이 느껴졌다.


".......하~ 그건 너의 잘못들이 아니야. 지킬수가 없는것은 어쩔수가 없는거니까.

모르겠다, 이런 내가 무슨말을 하더라도, 지금은 너에게 아무것도 안들어올거란것, 잘 알고 있어.

그렇지만 말이다. 그건 너뿐만이 아니야. 나도 그렇단 말이지..그래, 하지만 그런마음은 착한녀석일수록

아프게 다가올거야.


늘 진지하게 부딫혀오고 넘어왔기 때문에 나 혼자서라도 모든걸 짊어지고 이겨낼수 있을거라

생각했을거야. 우리들의 마음은 우리들 자신이 싸워서.. 그래서 엄격한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안되.

네가 지나를 지키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말야.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되는거야. 설령, 지금까지의

순간들이 아무 의미 없다고 할지라도.. 그러니까, 조이. 현실을 받아들이자.

그리고 착했던 조이로 돌아와줄수는 없겠니.."



아직도 지나를 지키지 못한것에 대해서 스스로를 질타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는 잘 추스려서

잘 이겨낼수 있을까? 넌 어떻게 생각하고, 네가 조이라면 어떻게 받아들일거니, 프리파워상명.

마음속 깊이 찾아온 질문에 관해서 프리파워상명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조이를 향해

다가섰다.


`이겨낼수 있을거야 조이. 자신을 믿어야만해.`


어느것도 정답은 없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잠시 조이를 어깨를 말없이 두드려주다가, 다시 방향을 바꾸어

천천히 돌아선 뒤 이야기했다.



"...너무, 자신을 괴롭히지마. 조이.."





그렇게 계단으로 내려가는 프리파워상명의 뒷모습에 조이는 지금까지 억지로 참고 있던

눈물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너무나 오랜시간동안 참았던 눈물들이었는지 그것은 쉴새없이

조이의 얼굴을 타고 빗물과 함께 미칠듯이 떨어지고 있었다.



[To Be Continue..]


1개의 덧글이 있습니다.
황후재밌어요~ 다음편은 언제나오나요?2010.04.02 11:13
짧은 덧글 일수록 더욱 신중하게, 서로를 배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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