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
같은 시각, 진현s가 있는 병원에도 한참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확실히 요즘은 장마철이었다고 했던가. 병원에서 갖혀지내는동안
점점 자신도 모르게 시간과 날짜개념이 문득 없어지는것 같아 씁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뭐, 그러고보면 최근엔 별일 없었겠다..가 아니고 한가지 머리속을 파고드는 존재가 있었으나,
그와 상관없다는듯, 빗줄기는 끊임없이 떨어지며 창밖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유난히도 시원하게 내리는군.."
그 얼마전 주말에 만난 이후로는 서로에 대한 연락은 크게 주고 받지 않았다.
진현s가 프리파워상명에게 따로 이야기를 굳이 안하는 이유는 그의 활동에 대한
배려도 있었다. 어느쪽이건간에 자신의 문제 때문에 활동에 걸림돌이 되는것을
그는 원치 않았다.
그리고 진현s는 비록 게임은 별로 하는편이 아니었어도 나름대로 프리파워상명의 글을
자주 보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요즘 글을 안쓴다는것에 대해서 자신의 즐거움이
조금은 사라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글을 보기 위해서라도 프리파워상명을 회복시키는것이
자신에게도 좋겠지만, 여러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좋은 일이다.
그러고보면 다시 최근 들어서는 마주치지 못한것이 문득 맘에 걸렸지만, 분명 프리파워상명은
정신력만큼은 누구보다 부족하지 않을테니, 그냥 주저앉아 있지는 않을것이다. 게다가 괜히
사건에 집중해야할 본인에게 자신이 도로 혼란을 제공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크게
자주 만나온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어느쪽이든 자신의 생명도 이젠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별로 없을테니 죽기전에 프리파워상명의 일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수 있도록
도와주는것이 나쁘지는 않다고 그는 판단했다.
생각을 마친 진현s는 병실의 침대에 누워있는동안 얼마동안 만나지 못했던 프리파워상명이
문제들을 잘 해결했을지도 궁금해졌다. 하지만, 왠지 자신이 알고있는 프리파워상명이라면
꽤나 고생길의 막에 올랐을법한 느낌도 들어서 웃음이 나왔다. 이상하게도 그는 항상 사건이 한번 터지면
겉잡을수 없이 크게 터져나온 경우가 많았었다.
진현s의 집안은 제법 중상층에 속할정도로 재력이 어느정도 있었다.
자신이 입원한 병실도 혼자서 방을 쓸 수 있는 특실을 잡았다.
물론 재력과 상관없는 이야기겠지만, 본인이 자유분방함을 원하는데다가
시끄러운 환경을 좋아하진 않기 때문이다.
별로 주변의 여건에 신경쓰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기도 좋아했던 그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후 알 수 없는 증상들에 시달렸다. 그리고 진단 결과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만 정작 그는 자신의 죽음에 관해서는 별로 두려워하는 기색도 없었다.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하자면, 진현s는 자신이 죽는것에 대해서 단지 스스로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하루 하루 점점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이미 주변에는 자신에 대한 문제를 어느정도 알린 상태였고
따로 병문안을 오지는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좀더 자유롭게 지내고 싶은
부분이 강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오랜만에 진현s는 프리파워상명이 보고 싶어졌다.
지난번 사건 이후로 연애에 어느정도 눈을 떴는지 그것도 알아보고 싶어졌고, 과연 연애쑥맥에서
탈출할수 있게 다른 길드원들이 도움을 줬는지, 그리고 장미와의 문제, 본인의 주변 사건들은
잘 해결됐는지 문득 머리속에 궁금증이 생겼다.
아직도 연애에 눈을 뜨지 못한거라면 다시 한번 자신이 가르쳐줘도 상관없을법 했고,
그것도 아니고 그저 장미만 찾으며 오늘 내일하는 상태라면 역시 희망고문을 해주는 재미도
있을거라는 결론을 내린 그는 시간을 떼우기 위해 가져왔던 노트북의 전원을 키고
애플파이 온라인에 접속할 준비를 시작했다.
피카소는 오늘도 어김없이 돌로레 광장에서 거의 잠수를 타듯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레벨업과 거리도 먼 그녀였다.특별히 신경 쓰이는 일은 없었지만 한가지 눈에 띈것은
데자누스의 움직임이 활발하다는 정도뿐이다. 이데아의 패권을 되찾기 위해선 당연하지만,
명왕성은 넘어야 할 산이었고, 당장은 명왕성에게 밀릴지 몰라도 시간이 흐른다면
언젠가는 넘어설거라고 그녀는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문득 데자누스에게서 느껴지는 검은 그림자와 같은 기분 나쁜 부분들은
머지않아 자신이 소속된 태풍 길드와 크게 부딫히지는 않을까 내심 염려되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서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던 무렵.
$모험왕:장인좀 해주세요~
$나겔:이번주는 50%까지만 찍어야겠다.
채팅창에 올라오는 길드원들의 대화도 큰 흥미가 가지 않았다. 쉽게 말하면
가장 무료해질 타이밍이 온것이다. 애플파이 온라인 특유의 심심타이밍은
누구도 피해갈수가 없었다. 게임을 웬만큼 즐기고 또 캐릭터를 육성하여 키울만큼 키우고 나면
그다지 할게 없다는게 문제니까 말이다.
그때에 문득 그녀에게 길드원 한명이 말을 걸어왔다.
$세드릭:피카소 누나 뭐함?
$피카소:응? 아무것도 안해 -ㅁ-
한참동안이나 무의미하게 모니터를 바라보면서 입을 쩍쩍 벌리고 하품만 연신하다가
간만에 소일거리가 생기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에 피카소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대화에 응했다.
$세드릭:그럼 전장 ㄱㄱ..
$피카소:안가..귀찮아 -ㅅ-;
하지만 그럼 그렇지. 결국 목적은 전투장에서 또 시간을 떼우며 채팅이나 하면서 놀자는것이다.
사실은 그것마저도 귀찮기 때문에 이러고 있는것 뿐인데, 지치지도 않는건지 이게임 유저들은
365일 전투장에 가서 사는게 일상이다.
$세드릭:에이 그러지말고 좀 놀자~
$피카소:알았어 -ㅇ-ㅋㅋ
어차피 가도 별다른일은 없을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할일이 없는 그녀는
오랜만에 전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것은 위쪽 부근에서 명왕성 길드원들과
어울리고 있는 세드릭의 모습이었다.
피카소는 전투장 위쪽으로 천천히 올라오면서 세드릭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냥 아무말없이 다가서면 은근히 뻘쭘한 분위기가 의외로 부담스럽기 때문이었다.
$피카소:여기서 뭐하고 있어?
$세드릭:시크릿님이랑 페르소나님하고 노는중임
세드릭은 명왕성의 두 전사인 시크릿,페르소나와 노물전을 하면서 가볍게 친목을 쌓아가는듯 했다.
하기야 전사들의 놀이라고 볼 수 있는 노물전은 아이템과 레벨만 충분하다면 부담없이 즐길수 있는
애플파이 특유의 스포츠(?)였다. 그리고 세드릭의 옆에 있는 110레벨 전사 이미지의 한 유저가
피카소에게 채팅을 걸었다.
*시크릿:여어~ 이게 누구신가요? 오랜만이네요~
*피카소:네..-ㅅ-;;반가워요.
*페르소나:뭐 요즘도 돌롤 광장에서 맨날 잠수타시던데 -_-ㅋㅋ
*피카소:그냥 할게 없음;
물론 피카소는 이들과 첫 대면은 아니었다. 공성전에서 여러번 마주쳤었던 기억도 있었고,
유독 이들의 조합스킬은 특유의 대미지를 주는 터라, 더욱더 기억에 남았던것 같다.
피카소의 주변에는 시크릿, 페르소나 말고도 타르소니아 등등의 명왕성 길드원들이 어울리면서 노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피카소는 우연하게 시크릿이 전에 없던 반지가 달렸다는것도 확인했다.
처음엔 뭐 별거 아니겠지, 하고 무심결에 지나치려다가 다시 마우스포인터를 시크릿을 향해,
그리고 자신의 시선도 시크릿을 향해 다시 돌렸다. 사실 신경쓸 문제는 아닌거 같은데 어딘가
이상한 예감이 그녀를 찌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피카소:그런데 시크릿님 기분이 되게 좋아보이시네요 -ㅇ-;ㅋ
*시크릿:아~ 제가 이번에 정말 좋아하는 애랑 결혼했어요 ㅋㅋ 날아갈듯!
*페르소나:요즘 아주 노래를 부르더만요 -ㅅ-
사실 시크릿이 결혼을 한것은 피카소와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렇지만, 누군지는 그냥 알고 싶다는
생각에 질문을 던졌다.
*피카소:그럼.. 결혼하신분이 누구?
*시크릿:장미라고 저희 길드원 있어요~
장미? 장미라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유저중에 프리파워상명과 결혼을 했다던 유저가 아닌가.
물론, 그 한달뒤엔 갑작스런 이혼으로 관계가 깨진것도 알고 있었고, 다시 명왕성에서
타로스라는 유저와 결혼 반지를 달면서 여보자기 놀이를 하는것을 본것이 엊그제 같은데 금새
또 결혼 상대가 바뀌어 있었다. 도대체 장미라는 여자는 불과 두달도 안되어 마구 결혼상대가 바뀌는중이다.
이쯤이면 분명히 문제가 없다고 보기도 곤란한데, 이상하게 그녀와 스쳐가는 남성 유저들은 하나같이
뭔가 엄청난걸 차지한것처럼 신이 나있곤 했다.
피카소는 그다지 주의 깊게 늘 관찰했던것은 아니지만 그점에 관해서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었다.
어쨌든 예상치 못한 시크릿의 대답에 순간 피카소는 당황하여 급히 세드릭에게 길드 채팅으로 물어보았다.
$피카소:장미씨가 결혼했어?
$세드릭:어?몰랐음? 어제 결혼했는데 ㅋㅋ 나도 참석했지롱~
$나겔:누나는 정보가 너무 느림.
$피카소: ㅡ ㅡ;ㅋㅋ 그냥 이데아를 잘 안간것뿐이잖아!
$세드릭:뭐 하긴..누나는 이데아 시민이면서도 이데아 안온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하지만 피카소는 길드원들의 이야기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다만 시크릿의 기분이 좋은 이유가 장미와의 결혼 때문이란걸 알고 나서는 조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에게 왠지 알려야 할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별다른 도움은 되지 못하겠으나,
어쨌든 알려준다면 조금이나마 좋은 정보가 될것이기도 했다. 물론, 한발 늦을수도 있고.
하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혼자만의 생각에 잠겨있었는지, 주변에서는 자꾸 그부분을
파고들어 놀리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시크릿:어 그런데 피카소님 말씀이 없으시네요!
*피카소:아-ㅁ-;;잠시 귓말이 와서요.
*페르소나:아하 -_-ㅋㅋ 앞으로 우리 친하게 지내는거 어때요? 공성때도 서로 선의의 경쟁도 하고
친목도 쌓을겸~
솔직히 피카소는 명왕성 길드를 그다지 좋게 보는것은 아니었지만, 일반적인 친목이라면 상관없었다.
그래도, 그이상 가까이 한다면 언젠가는 피할수 없는 문제가 덥쳐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했고,
무엇보다 데자누스와 같은자가 속한 길드원들과 어울리는것을 데자누스가 그냥 모르고 지나칠리는 없었다.
다만, 그의 배후와 상관없이 어쨌든 이들은 공성전과 같이 중요한 상황을 제외하곤 평범한 유저들이다.
굳이 손을 잡는것이 나쁘진 않겠지. 적절한 관계만 유지한다면 최소한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울일은
없을거니까 말이다.
*피카소:으흠~ 그래요.
그리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싸이클론 길드의 마스터인 네벨스턴.
최근 그는 길드의 중심멤버인 페르소나가 빠져나간것으로 인한 타격을 여러모로 느끼고 있었다.
실상 페르소나는 전투 지휘 담당과 길드 관리에 있어서 상당한 능력을 발휘해왔기 때문이다.
숙명의 라이벌인 혼 길드에게서 다시 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길드에서 나간 페르소나가 다시 돌아와줘야 한다.
마침 페르소나가 접속중이었기 때문에 네벨스턴은 조심스레 귓속말을 걸었다.
@네벨스턴:오랜만이다.
@페르소나:네 형님 오랜만이네요.
@네벨스턴:거기서 꽤 잘지내는것 같은데 말야.
@페르소나:솔직히 말씀 드리면 그래요. 하지만 싸이클론 길드가 싫어서 떠난거는 아니잖아요 ㅎㅎ
네벨스턴은 페르소나의 이야기에 한숨을 쉬었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는 자신이 직접 손을 써야하는데
현재의 싸이클론에선 페르소나를 대체할만한 카드가 없다는것이 문제였다.
@네벨스턴:알아, 무슨 말 하고 싶은건지. 그냥 언젠가라도 돌아왔음 하는 바램이다.
@페르소나:아아.. 때가 되면요. 그때까지 형님이 잘 하실거라 믿어요.
목적이 수포로 돌아가는것에 대해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한편, 자신의 숙적인 혼길드원들도
당장은 전쟁으로 맞부딫힐 일은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가 있다.
전투장에는 많은 인파들이 있었다. 싸이클론은 물론이고 혼길드, 태풍 길드, 명왕성 길드,
유성 길드, 여러 중심 길드에 소속된 유저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놀고 있었다.
그리고, 싸이클론 길드의 한 길드원이 중앙에서 아무말없이 서있는 네벨스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유형:여기서 뭐하세요~
$네벨스턴:아뇨..그냥 혼자 생각중이었어요 ㅎㅎ
$유형:아..뭔생각을 그렇게 열심히 ㅋㅋ
$네벨스턴:앞으로의 공성전 참여에 대해서랑 혼길드와의 관계같은걸 생각했죠 ㅋㅋ
물론 그 생각을 하는것은 싸이클론길드 뿐만이 아닌 혼길드도 포함되었다.
$에피톤:저기 싸이클론놈들 왠지 이번주에는 참여할거 같은데..
$타르마:어차피 언젠가는 부딫힐 상대일뿐이죠. 신경쓸 필요는 없는듯.
$아르칸:그런것도 있긴 한데, 요즘 저쪽에서 빠져나온 페르소나라는 사람때문에 꽤 문제가 생겼나봐요.
$타르마:그님은 지금 명왕성 간부라고 들었는데.
$에피톤:그런거 같아요. 요즘 꽤 잘나가던데요.
$타르마:전 그 명왕성인지 뭔지 그길드도 별로에요. 여기저기서 길드원 빼가더라구요.
우리도 당한바 있고 말이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들 길드들도 데자누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싸이클론과 혼길드에서도 몇몇 길드원들이 명왕성으로 옮겨간답시고 탈퇴를 해버렸다.
하지만 두 길드도 명왕성 길드를 쉽게 건드리기 힘든 이유는 그 일로 전쟁이 나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든데다가 싸이클론과 혼길드도 서로간에 보이지 않는 심리전과 경쟁이 치열했다.
만약에라도 명왕성이 어느 한쪽과 손을 잡게 되버리면 앞으로의 판도에 불이익을 당할것은 자명한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싸이클론 길드나 혼 길드, 태풍길드,붉은별길드, 유성길드 모두 언젠가 기회가 올때를 기다리면서
조용히 명왕성을 향한 칼날을 갈고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이미 시험도 망쳤고 비도 쫄딱 얻어맞고 온상태라 기분이 안좋았던데다가
장미가 다른유저와 결혼한것 때문에 누구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을정도로 심통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원인 제공중에는 조이가 저지른짓 엉뚱한짓도 포함되었다.
그것을 아는 조이는 아까부터 프리파워상명의 눈치만 슬그머니 보고 있었다.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채 돌로레 광장을 무의미하게 돌아다녔다.
어차피 아까의 일들은 조이를 탓하고 싶지 않았고, 알고 싶은것은 모두 알았는데 그다지 조이가
잘못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또 아직은 조이가 정신적으로 불안하다던지, 마음이 여린 부분도 있어서
이제는 괜히 큰소리도 못칠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따로 아까의 일들이나 혹은 그의 과거에 관해서는
언젠가 계기가 찾아올때에 이야기할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은 워낙 무료해서인지, 딱히 할만한것은 없었고 캐릭터를 이리저리 이동하다가
습관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핸드폰을 자꾸 열어서 시간을 확인하곤 했다.
시간은 이제 막 오후 5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아마 잠들때까지 몇시간을 떼워야할지 그것을 확인하는듯 싶었다.
일단 사건의 방향으로는 명왕성에 관한 추적이 맞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방법은 없었고
지난번 마지막 대면 이후로는 실상 서로간에 있어서는 아예 스쳐가지도 않았을 정도로 인연이 없었다.
물론 겉으로 드러나는 흑막도 없었지만, 언제까지 명왕성 길드원들만을 추적하면서 운명조작을 하는것은
한계가 분명했다. 더욱이 그렇게 몇번 시도도 했었지만, 데자누스는 아무렇지 않게 길드원들을 재차 늘려가고 있으니
여러모로 그에겐 골치아픈 부분이었다.
영 답이 없다고 생각된 프리파워상명은 특유의 짜증이 오랜만에 불쑥 튀어나왔다.
"오늘도 진짜 재미없군..-_- 돌아버리겠네."
못참겠다 싶었던, 프리파워상명은 길드창을 열어서 혹시 길드원 4명중 누가 접속해 있는지
확인에 들어갔다. 그리고 마침 길드에는 다크마스터가 접속중이었다. 심심했는데 잘됐다 싶었던
그는 다크마스터에게 나지막히 말을 걸기 시작했다.
$프리파워상명:뭐하고 있어.
$다크마스터:형 하이~
그리고 늘상 그래왔듯 또다시 신세한탄이 터져나오는중이다. 지켜보던 조이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을정도로
이제는 습관이 되버리고 있으니, 여러모로 걱정이 드는것 또한 사실이었다.
$프리파워상명:아아 기분 진짜 뭐같애 -_-;;ㅋㅋ
$다크마스터:또 왜그래 ㅠ.ㅠ
다크마스터의 질문에 프리파워상명은 지난밤 있었던 장미와의 문제를 다크마스터에게 들려주었다.
당연히 그의 입장은 이해가 되는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크릿이라는 생전 처음보는
유저에게 가서 장미를 왜 뺏어갔냐고 화를 내거나 돌려달라는 요구는 더욱더 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문제의 해결은 다른쪽으로의 설득이 필요하고 결론은 진현s가 나타나야만 그나마
잠재울수 있는듯 싶었다.
$다크마스터:휴..역시 진현이 형이 필요한가..ㅠㅠ
$프리파워상명:내비둬, 그녀석은 지가 심심하면 나타날테니 뭐..
그런데,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진현s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나타난
진현s는 프리파워상명을 당황시키기엔 충분했다.
$진현s:오호~ 이게 누구셔 ㅋㅋㅋ 상명군 오랜만?
$프리파워상명:.....말걸지마 심각해.
하지만 진현s는 장난꾸러기같이 프리파워상명의 심리를 파고들었다.
달리 생각해본다면 장미가 돌아오지 않은것이 그의 말투에서도 드러나고 있기에
맞춰보는건 어렵지 않았다.
$진현s:뭐 이를테면 장미 문제지?
$프리파워상명:우~ 귀신같은녀석.
$진현s:이런 이런..바보같이. 뭘 그렇게 혼자 멍하니 있냐?
$프리파워상명:휴 -_-;; 넌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장미가 돌아온다고 얘기하는거냐.
사실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진심이 담겼다고 볼 수만은 없는 진현s의 희망고문이었다.
어떻게든 정신차리게 하기 위한 그 나름대로의 임시방편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프리파워상명도 쉽게 안당하는 눈치다. 하기야, 한두번 당한것도 아니고 이제는
눈치가 빨라져서 더이상 진현s의 말을 100% 무조건 신뢰하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너무 써먹었나.
문득 진현s는 생각보다 끌려다니지 않는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에 아쉬운 한숨과 웃음이 슬쩍 나왔으나,
그렇다고 이대로 둘수도 없었다.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는중이니까.
$다크마스터:진현이형 나는 GG임.. 상명형 정말 꼼짝도 안해..
$진현s:그래?ㅋㅋ 내비둬, 시간 지나면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가는게 신의 섭리지.
그리고 다크도 그런 경험 있을거니까 이해좀 해줘.
$다크마스터:알겠음 =ㅁ=;ㅋㅋ
$진현s:자~ 어디보자.
진현s는 심호흡을 한번 한뒤, 프리파워상명을 위한 설득을 시작했다.
일반적인 방법으론 도저히 먹히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해버리면 결국 주입은 될거니까 말이다.
실제로 그렇게 효과를 몇번 보기도 했었기에 별다른 답이 없다면 이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진현s:다크야, 상명이는 보통방법으론 안되 ㅋㅋ
$다크마스터:..응? 무슨소리임;
그렇지만 다크마스터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유독 프리파워상명이 진현s의 이야기엔
굉장히 진지하게 경청을 잘하는 부분이 있었다.그리고 다크마스터는 진현s에게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것이, 다른 사람 이야기는 그다지 듣지도 않는 프리파워상명이기 때문이었다.
$프리파워상명:됐어~ 이미 장미는 또 다른남자에게 가버렸다구 -_-..이번엔 뭘로 장난칠거냐.
$진현s:ㅋㅋㅋㅋ 거봐, 내말이 맞지? 타로스랑 장미는 오래 못간다구 그랬잖아.
자기 성질대로 노는 남자를 누가 좋아해~ 그건 완전 조폭에 김태희 붙이는 꼴이야.
$프리파워상명:...조폭에 김태희-_-;ㅋㅋ 멋진 표현이군.
$진현s:글쎄..내가 볼땐 당장은 좋을걸? 하지만 언젠가 자신이 도저히 못견디면 결국 뛰쳐나오게 되있어.
내생각엔 또 명왕성 길드원하고 결혼한거 같은 느낌이다.상명아, 장미가 몇살이지?너 장미를 의외로
너무 높게 보는 경향이 강해.아직은 아무리 그래도 결국 어리다구.
$진현s:내가 말했지?애들은 원래 알아서 부모품으로 오는거야~ 왜냐면 여기저기 겪어봐야 알게 되거든.
중요한건 너는 앞으로만 바라보고 가면 좋을지 몰라도, 쟤는 불안하단 말야.언젠가 어떤일이 있어도
너와 반드시 재회하는 순간이 찾아오게 될거란 말이지.과연 널 쉽게 지울수 있을까? 로보트가 아니라구.
여차하면 주변에 상황을 아는 유저들도 있지 않을까 싶어.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바보같이 있을게 아니라,
직접 친분이 있는 이데아 국가에 소속된 길드중 아는사람이 있다면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유저에게 소식을 듣는게 좋을거야.
진현s의 조언은 확실히 뛰어난 부분이 있었으나, 문득 그가 가슴을 쓸어내리는것은 사실
진짜로 자신이 말한대로 될거란 보장이 없었다. 오로지 프리파워상명의 상태를 어느정도 원상 복귀 시켜서
가급적 장미에 관한 문제보다 더 중요한 다른 문제들에 관해서 신경쓰길 바라는 차원에서 던지는
선의의 거짓말(?)이 담겨 있었으나, 워낙 그것을 파악할수 없게 던진 말이라 프리파워상명은 곰곰히
생각하면서 감탄사를 내던졌다.
$프리파워상명:....과연, 대단하군.
그때에 프리파워상명은 그나마 이데아 길드중 아는 지인이 있는 태풍 길드의 피카소가 떠올랐고,
급히 만나볼 생각을 했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지만 중요한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이데아에
자리를 잡고 있는 그녀를 만나보는게 더 빠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접속중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접속중이라면 이야기는 더 쉬워진다.
$프리파워상명:알겠어, 믿어보마. 난 잠시 이데아에 들려야할 일이 생긴거 같아.
$진현s:자 그럼, 나는 이쯤에서 퇴장해보실까나..
$다크마스터:나는 잠수 =ㅅ=;
대화를 마친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돌로레에서 이데아로 이동했다. 어차피 단서를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겠지만, 좀더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태풍 길드 피카소의 이야기를 통해서 상황을 판단하는것도 좋다고
느꼈다. 분명히 직접 장미를 보기 위해 이데아로 온다면, 저번처럼 장미는 피할수가 있지만, 피카소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에 별다른 제한이 없을거란 부분이 존재했다.
이데아에 나타난 그는 마침 광장 주변에 데블이 서있는것을 발견했다. 망설임없이 프리파워상명은
빠르게 데블을 향해 귓속말을 날렸다.
@프리파워상명:오랜만이군 데블.
@데블:어 형님?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잘지내셨습니까.
@프리파워상명:뭐~ 그저그래. 그나저나 피카소가 지금 접속중인가?
@데블:아..네. 근데 아비디타로 사냥하러 갔어요 ㅎ.. 그보다 괜찮으신거에요?
생각보다 자신의 문제는 고루 서버에 유명해진 소식이 된 기분이 들었다.
어찌보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게임내에 알려지는것은 좋은부분도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뭔가 번거롭기도 하지만, 자신의 안좋은 소식들이 퍼지게 된다면
그것만큼 또 골치아픈 경우도 없고, 덕분에 한동안 기자단은 맛이 갈뻔하지 않았는가.
결국 그 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나게 되어 활동 부진에 대한 책임을 유저들이 묻는다면 달리 변명거리도 없었다.
잘하겠다고 수백번을 모두앞에 장담해온 프리파워상명도,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딱히 좋은 방법은
생각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가급적 알려지지 않길 바라는 눈치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나마 대처할수 있는
방안은, 결국 아무런 문제 없다로 일관하며 지나치는게 전부다.
그리고 괜히 이야기를 더 끌었다가는 빼도박도 못할 상황이 나올것 같았기에 다시 프리파워상명은
대화를 급히 마무리 짓기로 생각하고 얼른 아비디타로 이동해서 피카소를 만나는게 급선무였다.
@프리파워상명:-_-;;역시 마찬가지로.. 별일없음. 아무튼 고마워 아비디타로 가볼게.
@데블:네~
그렇게 다시 프리파워상명은 캐릭터를 아비디타로 이동한뒤, 외로움의 성 근처 구석으로 다가섰다.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이곳은 안성맞춤의 은밀한 장소라서 유저들의 시야에 크게 보이진 않을것이다.
피카소를 찾는 이유는 별다른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같은 여성인 피카소의 조언을 통해 장미의 상태를
간접 확인하기 위함도 있었고, 공성전때 조금이라도 부딫혔을테니 분명 인연의 끈이 남아있긴 할터였다.
그말은 장미와 피카소가 대화를 조금이나마 해보긴 했을거란 믿음이었으며, 장미가 피카소까지 거부할만큼
완전히 차갑지는 않을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강은 언어의 파동을 통해 유저들의 감정까지 읽어낼정도로
화술에는 부족함이 그다지 없었기에, 장미가 어떤말을 했는지, 어떤 느낌과 감정을 섞어 말을 했는지를
피카소를 통해 들어보려고 생각한것이다.
잠시 심호흡을 하던 프리파워상명을 향해 아까부터 조용히 지켜보던 조이가 말을 걸어왔다.
"통할까요? 흠, 차라리 장미씨에게 운명탄을 맞춰서 기억에 담긴 상황을 보는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그부분도 맞는말이었다. 다만, 시크릿과의 결혼을 알게 되던 시점에 장미는 자신을 외면하듯
돌아서던것을 생각해내었다.
"물론, 조이 너의 말이 맞기도 해.. 하지만 장미가 저렇게 날 피해다니는데다가 자꾸만 시야에서
사라지니까. 쉽게 운명탄을 맞출수가 없거든. 가급적 다른 정보를 통해서 장미에게 접근할까 생각중이야."
"하지만 그다지 얻을수 있는건 없지 않을까요? 장미씨는 요즘 그다지 모습도 보이지 않으니 결국
형이 찾는 분도 크게 도와줄수 없을것 같은데..."
조이의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것도 그러했다. 피카소가 장미와 마주치고 대화를 했다고 해봐야
얼마나 했겠는가? 하지만, 지금 상황은 일일히 그런것을 다 따질수가 없었다. 요컨데, 작은 단서라도 지금은
필사적으로 구해서 장미의 상태 확인이 중요했고, 더 나아가서 얼마전 조이가 했던 데자누스의 정체에 관한것 또한
슬그머니 그의 궁금증으로 다가왔다.
"아, 그전에 말야 조이. 너 저번에 내가 데자누스와 마지막으로 대면할때에 했던 말 기억하지?
그때 무슨 암흑파워라는 얘길 한거 같은데 말야. 자세히 설명해줄수 없겠어?"
잠시 조이는 혼자 곰곰히 생각에 잠기듯 눈을 감고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려 했으나
조이도 데자누스에 관해서는 실상 그다지 아는바는 없었다. 다만, 데자누스라는 이름은
돌로레 국가에서 우연찮게 몇번 들었을뿐, 직접적인 대면이 없었다. 조이는 조이 나름대로
궁금한 부분이 있었다면, 데자누스가 굳이 시공간을 워프해 현세로 와야할 목적이 있었는지와
그가 대륙의 데자누스 본인인지에 관한 확인을 어쨌든 제대로 해낸것은 아니어서 뭔가 애매했었다.
"글쎄요.. 저도 아는건 대륙에서도 데자누스란 이름을 몇번 들어본게 다였어요.
아, 사실은 궁금한것이 저도 있거든요..저도 대륙에서 이곳으로 우연히 온것도 있지만요~!
그러니까 데자누스라는 자가 저와 같이 시공간을 갑자기 넘나들어서 정말로 이곳으로 왔는지
그것을 확인할수가 없어요. 확실한것은, 저 암흑파워라는것은 굉장히 위험한데
본인이 몸안에 그 힘을 지니고 있다는것과, 만약 대륙에서의 데자누스가 맞다라면요..
왜 데자누스는 과거의 자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지 이해가 안가서요..
단순히 기억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그러니까.."
생각보다 이야기는 심각하게 흐르고 있었다. 조이가 설명하는 현세의 데자누스는
결국 대륙에서 존재하던 똑같은 한사람이라는 이야기고, 그가 몸안에 지니고 있다는
암흑파워는 상당히 강력한듯한 인상인데, 무언가 일이 복잡하게 진행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이곳사람처럼 평범하게 행동한다는거에요.
그렇지만 기운이 보이는 저에겐 데자누스는 굉장히 위험해요. 단순히 그가 조금 정신을
집중한것 만으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서서히 정신이 잠식당한다던지, 그럴거에요 아마도.."
"뭐..? 그럼 장미라든지, 페르소나.. 또 기타 이외의 대다수 명왕성 길드원들은
전부 데자누스의 마수에 걸려있다는거야?"
"예...하지만, 우리가 뒤쫓아야할 적은 데자누스 한사람이 아니라 누군가 한사람이 더있는거에요.
그때 기억하죠? 데자누스에게 운명탄을 날리던 시점에서 갑자기 탄이 박살난거 말이에요.
데자누스가 동일 인물이지만 스스로의 능력에 관한 자각을 하지 못했다면 아마 탄에 명중되었을거에요.
헌데, 그때엔 누군가가 근처에서 페이트건의 운명탄을 데자누스를 대신해서 막아버린거에요.."
사실 프리파워상명도 다시 생각해보기론 과거에 데자누스와 수차례 대립을 할 당시에는
그다지 데자누스가 사악한 모습을 보이기보단 어디까지나 열등감, 혹은 승부욕에 사로잡혀 있던게
기억의 전부였다. 하지만 다시 만난 데자누스는 확연히 말투와 행동 모두 달라져서 자신조차도
뭔가 다른 사람을 만난것 같은 느낌을 받긴 했었다.
"....그러면, 조이. 만약 이대로 우리가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가면
어떻게 되는거지?"
"...으음.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나요. 암흑파워는 정신을 지배하는것부터 시작되니까요.
헤, 이런말 하면 형에게 맞을까 무섭긴 하지만~ 장미씨라든지 다른분들이 시간이 지속되어 버리면
정신력을 갈취 당하게 되겠죠? 그게 데자누스의 힘의 원천이 될거구요. 쉽게 말해서~!
그렇게 되서 정신이 파괴당해버리면 음.. 장미씨는 말그대로 자신 이외엔 아무도 인지를 못하고
데자누스에게 영원히 끌려다니게 되는거에요.. 적어도 보통의 인간이라면 암흑파워를 견딜수가
없다고 해요.."
조이의 이야기를 듣던 프리파워상명은 사태의 심각성이 순간적으로 급속히 느끼기 시작하자,
당황한 나머지 조이의 멱살을 잡고 다급하게 캐묻기 시작했다.
"무슨말이야? 장미가 진짜로 그렇게 된다고? 이봐, 그럼 이미 늦은거 아냐?! 왜 지금에 와서
그얘기를 하는거야 너!"
갑작스런 프리파워상명의 돌발행동에 조이는 당황하긴 했지만, 침착하게 설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뒤 급히 그를 진정시키는데 집중했다.
"켁켁.. 말좀 들어봐요.. 아직, 아직 늦은건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몇개월의 시간이
더 필요한거라구요.. 지금은 초기 단계에요. 우선은 빨리 장미씨의 상황부터 알아보는게
먼저잖아요!! 이것좀 놓고 얘기해요!!"
그러고보니, 프리파워상명은 피카소를 찾아 조금이라도 정보를 캐기 위해 온것인데
엉뚱한 문제에 잠시 묶여있다는것을 깨닫고 조이를 급히 놔주었다.
"후.. 그렇군. 아직 늦지 않았다면 됐어 조이. 좀전 일은 미안하다. 하지만, 어쨌거나
결국 데자누스의 마수를 어떻게 막느냐가 관건이야."
"헤헤, 그런거죠~!"
일단 목적 완수가 먼저였기 때문에 프리파워상명은 피카소의 접속 유무를 알 수 없었지만
천천히 귓속말을 걸어 여부 파악에 들어갔다.
@프리파워상명:헤이.
@피카소:어! 상명오빠 오랜만임 -ㅅ-;ㅋㅋ
피카소는 너무나 할일이 없어서 아비디타로 사냥까지 하러 온 참이었고, 마침 안그래도 프리파워상명에게
장미의 결혼소식을 알려줄까도 생각했었다. 더구나 한참 지루할 타이밍에 나타난 프리파워상명은 그야말로
가뭄속의 단비나 마찬가지다. 잔뜩 신이 난 피카소의 모습에 프리파워상명은 안좋은 타이밍에 온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후, 천천히 장미의 근황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다만, 직접 대놓고
말을 하기보다는 슬그머니 돌려 말하는것이 훨씬 낫기 때문에 직설적인 부분은 피했다.
@프리파워상명:응, 그런거 같아. 뭔가 좀 알고 싶은게 있어서 말야.
@피카소:왠지 오빠라면 장미씨 얘기 꺼낼거 같은데?ㅋㅋ
@프리파워상명:다들 안본사이에 쪽집게가 되어 돌아왔군 -_-;ㅋㅋ
@피카소:하지만 아까 듣기로는 장미씨가 시크릿이라는분하고 결혼한거 같애.
피카소의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모든 상황이 확실해졌다. 즉, 데자누스는
자신에 대해서 혐의가 분명하든, 불분명하든 그것과는 별개로 장미를 떠나지 못하게끔
손을 쓴것이다. 약이 잔뜩 오르는 프리파워상명이었지만, 좀더 피카소와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프리파워상명:누가 알려준거지.
@피카소:흐응~ 나는 직접 들은거야. 시크릿님한테..
@프리파워상명:그나저나 너희도 꽤 골치아프겠는데..
@피카소:웅? 우리가 왜?
프리파워상명의 시야에 걸린것은 데자누스의 베일에 쌓인 야망이었다.
최근의 움직임은 더욱더 그러했다. 과거엔 그다지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요즘들어서는 매우 활발해져가고 있었다. 물론 조이가 말해준 베일에 가려진 의문점들도 걸렸고,
이이상 시간을 계속 주다간 유저들 전체가 데자누스의 먹잇감이 되기 직전이니까 말이다.
@프리파워상명:데자누스 때문이잖아.
@피카소:아.. 데자누스 ㅡ ㅡ.. 울 길드애들도 몇명 빼갔어 나쁜놈!
피카소가 화를 내자, 프리파워상명은 무슨 영문인지 몰랐다.
@프리파워상명:무슨 말이야? 길드원을 빼가다니..
@피카소:우리뿐만이 아냐. 싸이클론, 혼, 유성,북성,포인트,붉은별 등등.. 여기저기서
시작할때부터 길드원 빼갔다는 소문이 나돌았어.
생각해보면 프리파워상명도 사건 초기에 자신의 길드원들이 명왕성으로 간다는 쪽지를
받은적이 있었다. 그땐 지금처럼 이런 사건의 내막을 알아가던 시점도 아니었던터라
그러려니 했으나, 생각보다 여기저기 피해를 입은 길드들이 한둘이 아닌듯 싶었다.
물론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프리파워상명:너희뿐만이 아닌거 같은데..?
@피카소:설마 오빠도..?
@프리파워상명:뭐야 그럼 다들 왜 가만있는거지?
@피카소:강하니까.. 그런것도 있지만, 빼가는 방식이 참 교묘하고 더러워.
이를테면 데자누스의 방식은 이렇다. 우선 각 길드내에서 길드원들을 몇명씩 빼온다.
다시 그들과 친분이 있는 또 다른 길드원들을 데려오게끔 지속적으로 지시를 하는것이다.
그 나머지는 운영 능력이 따라주는 페르소나와 간부들로 하여금 안정적인 분위기를
유지시킨후, 자신이 최종 관리를 하면 된다. 더 나아가서 조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데자누스가 조금만 정신을 집중시킨것 만으로도, 그리고 그와 근처에 있는것만으로도
대다수 유저들은 서서히 잠식당해 가는중인지라 데자누스에게서 벗어날수가 없었다.
가만, 그런데 프리파워상명이 곰곰히 다시 생각을 해보니 자신 또한 데자누스와 어쨌든
대면을 여러번 했었는데 그때엔 왜 멀쩡했던것인가? 문득 궁금해진 문제였으나, 아마 그것은
조이가 손을 써둔것이 아닌가 싶었다. 실제로 조이는 묘한 엉뚱한 행동을 일삼기도 하지만,
데자누스가 어떤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암흑파워를 막기 위해 어떠한 행동을 했었을것 같았다.
특별히 조이가 언급하진 않아서 확신하진 못하겠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본다면 그러했다.
@프리파워상명:무식하게 빼오는게 아니라 "정"을 이용한다는건가.
@피카소:하지만 알면서도 도저히 막을수가 없어..ㅠㅠ 나쁜자식!
@프리파워상명:.......설마 그정도일줄이야. 내가 알기론 백합 길드와의 시작이 다인줄 알았는데.
하지만 사실 백합 길드원들중 일부는 자신이 제거했다. 그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장미를
붙잡는데 끼어들어서 할말 안할말 가리지 않고 퍼부은것에 대한 댓가성 복수였지만, 어쨌든 분명
일부는 페이트노트로 인해서 제거되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데자누스는 전혀 그 사건들에 대해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이대로 데자누스를 그냥 둘 수는 없었고 지금도 어디선가 음모를
꾸미고 있을것이 예상된 프리파워상명은 어느쪽이든 데자누스에 대한 추적을 멈출수가 없게 되었다.
@프리파워상명:너희도 조심하도록 해.
@피카소:....응.
어쩌면 데자누스가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는 그의 성격을 생각해보건데,
그는 언제나 한가지 카드만을 준비하지는 않는것이다. 따라서 숨겨놓은 또다른 계략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단 피카소와의 대화를 끝마치고 급히 여러곳을 돌아다니면서
다시 단서를 수집할 계획이었고, 데자누스가 일을 벌여놓기 전에 가급적 자신이 먼저 선수를 쳐서라도
끝장을 내기 위해 주문서를 타고 티모레 마을로 우선 귀환을 시도했다.
데자누스는 하데스와 전투장 구석으로 비밀리에 이동했다. 그리고, 준비된 이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데자누스:스크린샷은 올렸지?
#헤밀턴:네..ㅋㅋ 예정대로입니다. 저에게 과거 일로 욕을 하게 한후 저와 싸우는것처럼 스크린샷을
3~4장을 찍어서 게시판에 올렸어요.
#하데스:치밀하군..
#데자누스:이제부터 싸이클론 길드와 혼길드의 싸움을 유도시키는거다. 쿡쿡.. 오그바류.
#오그바류:네~
#데자누스:내가 지시를 내리는 타이밍에 네가 먼저 헤밀턴을 공격한다. 헤밀턴은 무조건 맞고 죽도록.
#헤밀턴:알겠습니다.
#데자누스:그후에 헤밀턴이 와서 오그바류, 다시 너와 싸운다. 그럼 싸이클론과 혼 길드는 무슨일인지
내막이 궁금할테니까. 하지만 두길드의 자존심이 워낙 강한지라 과연 그대로 넘어갈까?
데자누스는 확신에 찬 미소를 지은뒤, 전투장 입구 근처로 오그바류와 헤밀턴을 보냈다.
그리고 자신도 근처로 이동한뒤, 싸이클론 길드원들과 혼 길드원들이 있는지의 확인 유무에 들어갔다.
프리파워상명은 별다른 느낌없이 피카소와의 대화를 끝마친후, 돌로레로 돌아왔다.
물론 아직까지 다크마스터는 접속중이었지만, 진현s는 나간지 오래였다.
하지만, 잠시후 자신도 모르는 음산한 느낌이 조금씩 몸으로 찾아오고 있었다.
$프리파워상명:...뭐지. 굉장히 기분이 좋지 않은 느낌이 찾아오고 있어.
$다크마스터:응? 왜그래 형? 무슨 안좋은 일 있어?
$프리파워상명:아냐..그런게 아냐. 근데 썩 좋지 못한 느낌이야.
지켜보던 조이가 물었다.
"형, 왜그래요? 아까부터 심각한 표정으로 굳어있는데.."
"뭔가 이상해.. 뭔가. 데자누스가 그냥 단순히 나를 노리고 있다는 느낌이 아닌거 있지."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뭔가 굉장히 재밌는 사건이 터질것 같은 느낌이야.."
다크마스터와 조이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영문모를 궁금증이 생겼다.
한편, 돌로레 전투장에서는 데자누스의 지시대로 헤밀턴과 오그바류가 각자의 포지션에
위치하고 자리를 잡았다.
#데자누스:시작해.
데자누스가 지시를 내리자마자 오그바류는 헤밀턴에게 다가서서 그대로 조합스킬을 연속으로
날린뒤, 병원으로 보내버렸다. 갑자기 일어난 사태에 주변은 멍해졌다.
지켜보던 싸이클론 길드원들이 다가와서 따졌다.
*사이르:지금 뭐하시는거죠?
*소카쿠:뭡니까?왜 남의 길드원을 함부로 죽이시나요?
*오그바류:저님이 먼저 저한테 시비붙이고 욕했는데요?^^ 스크린샷 게시판 가보세요~
근처에서 멀찌감치 지켜보던 타르마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다가왔다.
*타르마:무슨 일인가요?
*오그바류:싸이클론은 원래 길드원 그런식으로 관리하시나요?
*타르마:이게 대체 무슨..
전투장은 급속도로 소란스러워졌다.
*소카쿠:아니 그러면 먼저 저희길드 간부에게 얘기해서 사과를 받으면 될일 아닙니까!
*오그바류:원래 그쪽 그러시잖아요~ 얘기해도 제대로 처리도 못해주시던데요?
*사이르:뭐라구요?ㅡㅡ 아무리 화가 나셔도 그런식으로 말씀을 하시면 안되잖아요!
*타르마:저 방금 스크린샷 게시판 보고 왔는데 헤밀턴님 말씀이 지나치셨습니다.
오히려 그쪽에선 그런거 보면 빠르게 처리를 해야되는게 매너 아니십니까?
*비올라:그렇다고 다짜고짜 쫓아와서 조합스킬부터 날리는건 매너인가요?
*타르마:지금 저희랑 해보자는겁니까? 누가 먼저 사건의 발단을 만드셨는지 모르는건가요?
그리고 이어서 헤밀턴이 나타나서 똑같이 오그바류에게 조합스킬을 날리자, 오그바류는
예정대로 반격하면서 싸움에 불이붙기 시작했다.
$사이르:헤밀턴님 참으시구요 ㅡㅡ;; 우선 얘기좀 해보세요.
$비올라:무슨일이에요 헤밀턴님?
물의나라에서 사냥을 하고 있던 네벨스턴은 뭔가 길드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돌아가는것을
감지했다.
$네벨스턴:무슨일이죠?
$사이르:...아 길마님 ㅠㅠ 지금 싸움나고 난리도 아니에요!
$네벨스턴:네?
네벨스턴은 급히 주문서를 타고 나래로마을로 귀환했다.
*타르마:저희 길드 건드린 댓가를 톡톡히 치르게 해드리죠. 처리하세요.
그말이 끝나자마자 혼 길드원들은 다수의 인원을 이끌고 순식간에 싸이클론 길드원들을
하나하나 죽여나갔다. 이에 싸이클론 길드도 전사,탐험가,마법사들을 이끌고 입구에서 대기했다.
이윽고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고함창도 시끄러워졌다.
[타르마]:혼 길드 간부로써 이야기합니다. 사과 안하시면 전쟁 한번 가죠.
[네벨스턴]:무슨 말을 하시는겁니까? 길마인 저에게 아무런 전달도 하지 않은채 이런식으로 하시는겁니까?
[타르마]:두번 번복 안합니다. 그쪽이나 길드원관리 잘시키세요.
[사이르]:그런 그쪽은 기분 꼴린다고 마음대로 길드원이 나대도 상관없다는건가요?
전열을 가다듬은 싸이클론 길드는 한꺼번에 전투장으로 들이닥쳤고, 혼길드는 다수의 전사를 입구에 배치하면서
들어오는 싸이클론 길드원들을 입구에서 쓰러뜨리기 시작했다. 양측의 길드는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전투장
중앙 전체에서 한바탕 범위 공격과 조합스킬, 그리고 각종 자장가와 폭풍소리,짝사랑 마법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전투장은 순식간에 두길드의 힘싸움이 펼쳐지면서 급속도로 혼란스러워졌다.
이미 전투장 곳곳에선 싸이클론, 혼 길드의 전사,마법사,탐험가들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교전을 주고받는 한편,
드라곤과 피닉스까지 동원되면서 그야말로 제대로 전쟁의 불이붙어버렸다.
그리고 잠시후, 돌로레는 정식으로 싸이클론 길드가 적대 설정 되었다.
다크마스터와 한참 이야기중이던 프리파워상명은 적대설정을 보자마자 당황했다.
$프리파워상명:뭐..뭐야.
$다크마스터:전쟁인가..=ㅅ=;
이어서 프리파워상명에게 쪽지가 한통 날라왔다.
*오빠 큰일났어..빨리 이데아 와봐 ㅠ_ㅠ 어떻게 해야되.. -피카소- 6/13/18:37
프리파워상명은 급히 이데아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는 명왕성 길드원과 태풍 길드원의 충돌이 진행중이었다.
*타르소니아:다시 한판하자구요 ㅋㅋ 뭔 말을 그따구로 하시죠?
*키핑:아니 노물전에서 이기고 좋아하는것도 안되나요?
*타르소니아:아니 근데 뭔 말을 그런식으로 하냐구요 ㅋㅋ
*키핑:제맘인데요^^;
프리파워상명은 광장에서 어쩔줄 몰라하는 피카소에게 귓말을 걸었다.
@프리파워상명:무슨 일이야?
@피카소:글쎄..전장에서 ㅠㅠ 저기 타르소니아님하고 울 길드원하고 노물전 치르자고 했는데
키핑이 이긴거야.. 근데, 이기고서 기분좋아서 울길드애들에게 일반 채팅으로 자랑하다가
타르소니아님이 본거야.. 그래서 서로 시비붙었어 =ㅁ=;;어떻게 해..
갑자기 서버의 모든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돌로레에는 싸이클론과 혼길드가
이미 충돌을 시작했고, 이데아 역시 명왕성 길드와 태풍 길드의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체 이게 무슨..일이지"
하지만 문제와 상관없이 지루한 표정의 조이왕자는 기다리다 지쳤다는듯 프리파워상명을 보채었다.
"형, 나 배고파요~!! 오늘 밥은 언제줄꺼에요!! 맨날 혼자 그렇게 있으면 어떻게 해요!
나도 돌아봐 달라구요!"
뜬금없는 조이의 투정에 프리파워상명은 긴장감이 살짝 풀어지긴 했지만,
조이를 향해 돌아보며 웃어주었다. 하, 그러고보니 또 내문제에만 신경쓰고 있었구나라고
미안함이 담긴 표정에 조이도 오랜만에 싱긋 웃는다. 뭔가 제법 맘이 열린듯 두사람에겐
공감된 하나의 느낌이 다가왔다. 비로소 진지하게 서로의 손을 잡은 느낌?
"원래 밥은 말이죠~! 항상 먹고 살아가야 한다구요! 오늘 메뉴는~?!"
조이가 손을 내밀며 입을 우물우물 거리자, 결국 참다못한 상명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글쎄, 네 마음속에 `해`가 뜬거 보니, 배도 고프긴 하겠구나, 그렇죠 왕자님?"
"그럼요~! 얼른 식사부터 하고 멋지게 사건 해결해요 우리!"
`그래, 조이. 그렇게 웃는거야. 너도 나도, 그렇게 항상 함께 할 수 있기를.
앞으로도 잘해보자구.`
[To Be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