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여러가지 사건으로부터 그다지 많이 흘러가지 않은 시간, 생각보다 시끄러운일들이 많이 스쳐지나갔지만
애플파이 온라인은 활기에 가득찼다. 물론, 단 두사람을 제외하고 말이다. 시간은 점심때를 향해가고 있었다.
"젠장, 뭐하나 되는 일이 징그럽게 없는건 올해가 처음인 기분은 왜일까."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여전히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채 인상만 박박쓰고 있었고, 조이는
그옆에 앉아서 프리파워상명이 폭발하지 않게 늘 감정조절을 시키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물론 순진해보이는 해맑은 표정을 유지하면서 천천히 그를 달랬다.
"헤헤 그래도, 찾을수 있는 희망을 얻은게 어디에요"
"...그래, 찾긴 찾았는데. 당장 어떤 반전이 있었던것은 또 아냐.."
"그렇긴 하네요.."
이미 6월달 중순으로 들어선데다가 자신이 올해 초 판을 짜두기로는 방학을 하게되면
아르바이트를 뛰어서 돈을 벌고, 월급을 타게되면 장미와 오랜만에 오프라인 데이트를 하기로 했었는데
현실은 시궁창이 되기도 했고, 어디서 뜬금없이 판타지 세계에서나 나올법한 사건에
자신이 휘말리기 직전에 서있었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난감하기도 한 표정이 나올수밖에 없었다.
방학을 하긴 했지만, 그 직전에 사건들이 터져나왔고 날짜만 방학일뿐 자신에겐 무의미한 나날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아주 모든것을 잃어버린것은 아니었다. 한가지 제대로된 수확을 거둔것이 있다면
지금 바로 자신의 컴퓨터 책상의 키보드옆에 놓여진 "Fate Note"와 "조이왕자"가 함께하고 있다는
재밌는 사실이 있었다.
"흐음..."
잠시 키보드에서 손을 뗀 프리파워상명은 노트를 집어서 펼쳤다. 그의 행동에 궁금한 조이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호기심에 프리파워상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형, 뭐하는거에요?"
그러나 프리파워상명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페이트노트를 번갈아서 손에 들었다,놓았다를
반복했다. 그의 행동은 계속해서 조이에게 궁금증을 제공했지만, 워낙 특이한 행동들을 잘하는
프리파워상명이었기 때문에 그냥 유심히 지켜보기로 생각했다.
"이 노트들 말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타인의 운명선을 랜덤하게 감지할수 있다는데 말이지.."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하듯 이야기한 그는 조이를 향해 뜬금없이 얼굴을 돌렸다.
프리파워상명의 돌발행동에 조이는 쑥쓰러워져서 급히 다른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그런모습에 별다른 내색을 하지 않고 이리저리 관찰하듯이
계속해서 조이를 향해 두리번거렸다.
`집중해보자, 한번 이녀석부터 읽어보는거야.`
곧바로 프리파워상명은 눈을 감은뒤, 조이를 머리속에 그려넣었다. 예전이라면 꿈도 꾸지못할 영역이었기에
신기한상상을 하면서 정신을 감긴 눈속으로 집중하면서 서서히 구체화된 자신만의 그림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감은 눈속으로 서서히 작은 영상이 희미하게 만들어진후, 빠른속도로 형체를 만들어나갔다.
그속에 비친것은 누구도 아닌 프리파워상명 자신의 어릴적 모습들이었다.
운명선의 형태도 희미하지만, 굵게, 하지만 그 선은 굵으면서도 또다시 삐죽 삐죽 여기저기
선이 튀어나왔다. 일직선이 아닌 마구 형태가 들쭉날쭉한 그대로.
"...왜지. 왜 내 과거가 복사되어 나타난걸까.그리고 거칠어."
조이는 영문모를 표정으로 프리파워상명을 난감하게 바라봤다.
"무슨..말이에요? 대체 뭘 보게된.."
그러나 프리파워상명은 강하게 부정하듯, 다시 혼잣말을 되내였다.
"......그럴리가 없는데. 이런일은 대체.."
"왜그러는거에요 형?! 얘기좀 해봐요.."
하지만 여전히 그는 조이에게 이야기하기보다 스스로 무언가의 충격에 빠진듯한 멍한 표정으로
계속 혼잣말을 되풀이했다.
"아주 짧은 순간만에 나는 봐선 안되는것을 보고 말았어. 아아..조이."
"...네?"
"어쩌면 우리가 이사실을 알아갈 무렵, 사건은 종지부를 찍을지도 몰라."
다만 조이가 알 수 있던 느낌은, 자신을 향해 눈을 감는순간 그속에서 어떤 중요한 사실을
프리파워상명이 알아챘을수도 있다는것 뿐이었다. 물론 조이가 옆에서 바라보는 프리파워상명은
여전히 별다른 미동을 하지는 않은채 다만, 화면속에 보이는 자신의 캐릭터를 주시하고 계속
의미없어 보이는 어떤 특이한 혼잣말의 연속이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티모레 거목의 숨소리 요정나무 아래 세워진 프리파워상명의
캐릭터는 오로지 곁에 아무도없는 외톨이처럼 서있었다.
`단지, 이것들이 꿈이 아니라는것. 조이왕자, 너와 난 대체 어떤 인연의 운명이냐.`
불안한 예감속에 비춰진 둘의 마주친 시선은 어색함만을 주고 받았다.
같은시각,
-깨어나라, 나의 아이여.
`......?`
잠에서 깨어난 윤혁은 조금 멍한 표정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간후,
물한컵을 마셨다. 조금 정신이 깨어날때쯤, 그는 데자누스가 있는 방으로
조심스레 움직였다.
데자누스의 방문은 열려 있었다. 윤혁의 시선에 비친것은 여전히 사악한 미소로
애플파이온라인이라는 게임에 빠져있는 데자누스의 점점 미쳐가는 모습뿐이었다.
`그 잠결에 들린 환청은 무엇이지.`
다만 의문을 뒤로한채, 앞으로의 사건들과 부딫혀 가야한다는것이 윤혁의 맘에 걸렸다.
양측의 어색한 기류는 그렇게 애플파이 온라인을 뒤덮고 있었다.
물론 그 느낌을 감지한것은 그들뿐만이 아닌, 각자의 싸움에 모든것을 걸고 있는 다른 두사람도 마찬가지듯이.
*네벨스턴&타르마: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을뿐이야.
또다른 같은시각의 여러곳에서는 서서히 다시 잠깐의 휴식이란 잠에서 깨어나는
각자가 다같이 하나하나 무언가의 알 수 없는 이끌림속에 하나 둘 움직이기 시작했다.
*메이린:얼른 상명씨 회복해서 글을 쓰게해야 할텐데...휴 =ㅅ=..
어느 병실안에서는.
*진현s:상명, 과연 얼마나 회복하고 성장했을지 기대되. 특이한거 있지. 이상하게 그게임은 예전의 너를
180도 바꾸어버렸어. 알 수가 없어, 대체 넌 무엇을 얻은거냐. 너에게 말하지 않았던 일들이 있었어.
숨기려 했던것은 아니었다, 어쩌다보니 이리 되버렸지. 결국 블랙문을 막을수는 없었던것인가.
아무튼 심상치 않아.. 그들이 다시 움직이려 하고 있어. 그리고 나에게로..
그리고 어느 맑은 여름 하늘아래 서있는 학교.
*???:장미, 뭐하고 있어?
*장미:아아^^; 그냥 잠시 무언가 생각할게 있었어.
통근버스 안.
*루카스:그 바보 오빠를 얼른 회복시켜서 나와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구! 하지만, 카즈키씨..너무 매력적인걸?ㅠㅠ
햇빛이 들지 않는 방 한구석에도.
*데자누스:좋아, 서서히 모든것이 시작되고 있어. 안그래, 헤르멜?
*헤르멜:물론입니다, 반드시 원하시는 성과를 얻을수 있길.
-돌로레 광장
$데블:우리들은 반드시 명왕성을 무너뜨려주겠어.. 지난일들 잊지 않고 가슴속에 간직해두었다!
$피카소:다만, 우리들의 경쟁자인 유성 길드도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야겠지만 -ㅅ-..
-대학강의실
*다크마스터:내가 할 수 있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날 받아준 상명형을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보겠어.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두남자는 조용히 창문속에 보이는 맑은 여름하늘을 주시하고 있었다.
*프리파워상명: 운명선이, 꿈틀거리고 있어. 지금까지 느껴본적없는 거대한 흐름이..
*조이:물론, 대륙도 마찬가지겠죠. 아아, 빨리 해치워버리고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해야죠!
이렇듯 모두 각자 다른 삶을 사는것 같으면서도 운명선은 모두 동일하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었다.
그 중심의 축에는 지금 그것을 감지하고 있는 한남자가 미소를 띄우고 있다.
`왠지 모르게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터져나올것 같군. 후후후, 블랙문의 힘을 보여주도록 하지.`
분명 이번일은 그 어느 임무보다도 쉬운것이 사실임에도 제르엘은 왠지 모를 흥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예상치 못한 또다른 적을 만날것 같은 느낌으로.
[불편한 진실]
"젠장, 빨리 도망쳐 바보야!"
평범해보이는 술집 내부는 이미 아수라장의 도가니였다.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이곳은 테이블이 여럿 박살나있었고, 의자도 뒤죽박죽 널부러져있었다.
게다가 좀전에 소리를 친 남자의 눈앞엔 여러명의 남자들이 쓰러져있다.
그는 당황한 눈빛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소년의 손을 잡고 그대로 술집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한참을 달리던중, 한쪽 손에 노트를 쥐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야이 멍청아, 인간들에게 마법을 날려대면 어떻게해!"
두남자는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바로 소년으로 보이는 이가 뛰어가는 와중에도
숨을 헐떡거리며 대답했다.
"..미래세계의 사람들도 마법을 쓰는줄 알았단 말이에요!!!"
"시끄러! 바보같은놈-_-"
그들은 술집을 나와서 한참을 뛰어가다가 인적이 드문 골목길로 들어섰다.
두남자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의 동향을 살피면서 잠시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노트를 들고 있는 남자가 말했다.
"......조이, 여긴 네가 생각하는 세계와는 완전 달라. 말그대로 마법의 "마"자도
모르는 인간들 투성이라고."
조이는 여전히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그 남자의 말을 듣는 즉시 대답했다.
"하아~하아!! 몰랐죠 전.. 그래도 형을 구한게 어디에요! 히히.."
그러면서 말을 마친 조이는 싱긋 웃었지만, 잠시후 그 웃음은 울음으로 변하기 직전의
상황으로 변했다.
프리파워상명은 심각한 표정으로 조이에게 오랜만에 핵꿀밤을 선사해줬다.
"그게 날 구한거냐! 젠장, 경찰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_-.."
방학이 시작된 이후, 방구석에만 있기도 지겨웠던 프리파워상명은 조용히 조이를 데리고
술집에가서 기분전환을 하려고 했었다. 물론 조이가 나름 현대에서는 미성년자라는것을
감안하면서도 카운터에서는 친구라고 속인뒤, 가까스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조이는 마시지 않지만-
조용히 술을 마시던 중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조이의 얼굴이 워낙 앳되보여 거의 16살의 나이임에도 불구, 초등학생 수준의
외모를 자랑하는지라 곧바로 쫓겨날뻔 했으나 조이가 가볍게 손을 써서 통과하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이 타 학과의 종강파티날이었는지 매우 시끄럽고 북적거렸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현대세계의 개념이 부족했던 조이가 너무 시끄럽다고 생각되었는지 옆 테이블의
단체손님들에게 `아저씨들 시끄럽잖아요 조용히해요!`라고 먼저 시비를 걸어버린것.
덕분에 옆테이블의 단체손님들이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을 에워싸고 공격해오려던중,
조이가 먼저 마법을 날려버리면서 여럿을 한방에 훅 보내버리고 말았던것이다.
그러나 너무 순수한 조이왕자(?)는 자신의 멋진 마법으로 괴한들을 날렸다고 생각하는듯 했다.
"하급 마법을 몇번 써줬을뿐인데, 저렇게 나가떨어질줄 몰랐어요 히히.."
그리고 조이는 프리파워상명에게 도착할때까지 핵꿀밤을 조합스킬로 맞아가며 돌아갔다.
진현s는 오랜만에 병실을 4인실로 옮겼다. 요즘 특별한 소일거리가 없던 그였는지,
연신 침대에 앉아서 하품만 하고 있었다. 사실 그가 병실을 옮긴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런 "심심함"이 주 원인이다. 초기에는 특실에서 조용히 나름대로 멋진 생애를
마감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목숨이 얼마 붙어있지 않다는 진단을 듣고나선 죽기전에
심심하지 않은 삶을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얼마동안은 프리파워상명에게 연애강좌를
해주며,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써주기도 했지만 절대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는 프리파워상명인지라
언제부턴가는 소식조차도 모르게 되었다.
어쨌든 아무래도 병실의 특성상 쉽게 움직이기가 어려웠던터라 가져왔던 노트북으로
매일같이 -아무생각없이- 시간을 떼웠다. 이러다가는 정말 자신의 수명이 다하기전까지
꼼짝도 못하게 생겼다. 그 스스로에게 흥미거리가 많지 않다는것이 어느 한편으로는
슬픈일인지도 모른다.
잠시 핸드폰을 열어 어떤 연락이 왔는지 확인해봤으나, 남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여자친구 윤영이 보낸 몇건의 문자메시지와 프리파워상명이 보낸 퉁명스러우면서도
형식적인 안부 인사 몇통이 전부였다.
`뭐 별일 없는건 사실이지.. 따분해. 하지만..`
문득 진현s는 얼마전 간밤에 봤던 검은달의 움직임이 영 머리속에 지워지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자신이 이런 상태가 된것도 그 검은달의 의미라고 볼 수 있는 블랙문에게 당한것 때문이었는데,
다시 과거 몇년전 자신이 겪었던 비슷한 경험을 하려하니 어딘가 모르게 한기가 느껴졌다.
당시 미케로스로부터 블랙문에 대해선 알아서도 안되고 알 필요도 없다는 얘기까지 들었음에도
진현s는 자신의 가족이 당한 참극을 그냥 돌아서서 잊어버릴수가 없었기에 최대한 블랙문에 대해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서라도 조사를 했지만 결국 알아낼수 있는것은 없었다. 아쉬운 마음속에서도
남은 돈을 모두 투자해서 그는 일단 유럽쪽을 중심으로 그들의 행방을 알아내려 했다.
여러 유럽국가들을 수년간 돌아다니며 블랙문에 대한 정보를 캤지만, 이 조직은 의외로 거의 일반인들이나
혹은 웬만한 조직과는 다르게 거의 모든게 베일에 쌓여있어서 무언가를 알아낸다는게 그리 쉬운일도 아니었다.
문제는 그당시 진현s가 워낙 무모하게 혼자 돌아다니면서 추적을 하고 있었던지라, 실상은 블랙문에게 이미
노출상태가 되었었고, 독일의 한 공항에 도착하여 그곳 건물을 막 빠져나가던 시점 일이터졌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누군가 금발의 여성이 그를 기습하여 스치고 지나감과
동시에 진현s는 숨이 막힐정도의 고통을 느끼며 그대로 쓰러졌다. 게다가 쓰러진 장소는 다소 으슥한곳이어서
기습을 당하기엔 너무나 쉬운 장소였다.
그런 그에게 금발의 여성이 다가와 말을 한것은 아직도 진현s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었다.
-...설마했지만, 우릴 추적한다는 애송이가 사실이었군.
-......당신은..? 누구죠?
-어차피 곧 얼마뒤 죽을테니 이름까지 알필요는 없어. 하지만 이쯤에서 우릴 추적하려는 짓은 그만두길 바래,
핸섬가이. 미케로스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목이 날라갔을테지만 호호호. 하지만 그자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것까진 삼가도록 해주마. 지금 여기서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넌 지금 당장 죽게 될거야.
어떤가? 시키는대로 하는게 좋을텐데?
-....그래, 어차피 죽을거라면 이름 정도는 기억하게 해주는게 어때?
- 내이름은 블랙문의 상급 간부중 하나, 바람의 웬디르라고 한다. 뭐 다시 만날일은 없을테니,
그것도 좋겠지 애송이. 호호호호호! 자 그럼..
그 일 이후로 진현s는 정말 한국에 입국한뒤 며칠 지나자마자 바로 가슴쪽에 강한 통증을 입기 시작했다.
입원 당시 여러가지 검사를 했으나, 의료진쪽에서는 그저 원인불명의 불치병이라고만 했을뿐
결국 별다른 해결책도 찾지 못한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결국 이상태로 죽는건가.. 하지만 그들은 보통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었어.
내가 당한것도 무리는 아니지. 어차피 이렇게 된것 그냥 맘을 비우고 남은 삶이라도
즐겁게 사는게 좋을거니까 ..`
한참 인터넷 쇼핑을 하던중, 진현s는 바로 옆 침대에 있는 남자가 자신을 아까부터
슬금슬금 쳐다보는것을 눈치챘다. 하지만 그는 모르는척 여전히 노트북으로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속으로는 잘됐구나 쾌조를 불렀다. 그리고 잠시후, 입가에 미소를 띄며 시선은
그대로 노트북에 고정했지만, 아무렇지 않게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듯 입을 열었다.
"같은 처지시군요."
진현s의 말에 남자는 살짝 놀라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담담하게 대꾸했다.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시니 당황스럽군요."
진현s의 오른편 침대에 반쯤 누운 남자는 그를 바라보면서 살짝 미소지었다.
이제 막 중년으로 넘어가려던 티가 역력한 남자는 다시 시선을 돌려 천장으로 향했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진현s는 다시 그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몇개월인가요?"
그의 물음에 남자는 조용히 웃으며 손가락을 네개 폈다.
진현s는 그의 생명이 4개월 남았다는것을 알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이어서 남자가 이번에는 먼저 말을 걸었다.
"보통의 시야를 가진분은 아니시군요."
"저 말인가요?하하, 만약 퇴원이란게 남아있는 분이라면 저와 같은 행동을 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남자는 신기해하면서 다시 물었다.
"설마 직업도 같은건 아니겠죠?"
그의 질문에 진현s는 살짝 궁금해졌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대화가 오고가면
이름이나 나이부터 묻고 그후에 직업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남자는 그 모든것을 생략한채
어떤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현s는 특별히 그부분에 대해선
대답하지 않았지만, 시야의 이야기를 한다는것은 그에 관한 업종일거라고 예상했다.
어쨌든, 남자와 진현s는 미묘한 심리전이 오고가는중이었다. 마치 이것은 아주 작은 힌트를 주고
상대를 끌어오는 공방전과 마찬가지 상태다. 진현s는 그의 심리를 역이용해 보기로 생각했다.
즉, 상대의 최소한의 힌트에 대해서 100%의 정답을 말이다.
"예컨대, 문제를 내는 스타일이 특이하시군요. 쉽게 접할수 있는 직업은 아닐건데 말입니다.후훗
당신의 직업은 예전에 저도 꿈꾸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같은 취향을 가진 만남이군요."
그의 이야기를 듣던 남자는 놀라운 표정으로 진현s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똑똑하시군요, 같은 처지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말입니다."
"과찬입니다, 명함 있으면 주실수 있습니까?"
그리고 남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옷걸이 위에 놓여진 코트에서 지갑을 꺼낸후
다시 작은 명함을 꺼내어 진현s에게 1장을 건넸다.
진현s는 명함을 받아본뒤, 흥미로운 표정으로 웃으며 그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이야기했다.
"...사립탐정이군요."
밤이 깊어진 시간에도 애플파이 온라인은 아직 활발한 활동을 하는 유저들로 북적거렸다.
물론 어디까지나 돌로레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데자누스는 오랜만에 돌로레에 머물고 있는중이었다.
현재는 그가 특별히 흥미를 갖고 있는것은 없었다. 마음 한구석에선 자신의 계획중 대다수가 들어맞아가는
부분이 기쁘기도 하지만, 그 소수는 프리파워상명에 관한 부분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이 서버의 통치도 불가능한게 아냐. 다만, 프리파워상명을 어떻게 끝장내느냐에 달려있지.`
별생각없이 개인상점들을 둘러보던 데자누스는 근처에 하데스를 발견했다.
@데자누스:요즘 활동이 뜸한거 같은데 말야.
@하데스:...아니, 별일은 없었어. 그냥 요즘 게임에 흥미가 생각보다 없어진듯 하더군.
하지만 하데스의 이런말은 원래 맘속에 없었던 말이었다. 그리고 최근 자신을 괴롭히는
정체불명의 환청이 자꾸만 신경쓰였다.
그리고 얼마전에도 잠에서 깨어나려고 할때쯤 또다시 환청이 들려왔었다.
-깨어나라, 나의 아이여.
문득 그것이 하데스의 마음에 걸렸지만, 따로 데자누스에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한참 심각해할무렵, 데자누스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데자누스:조만간 티모레도 조용히 방문할 생각이다.
@하데스:티모레를?
@데자누스:어차피 우리들의 일과는 상관없는 지역이지만 말이야. 내가 노리는건 다른것이다.
현재의 전쟁에서 밀리는쪽은 언젠가 약한곳을 노리기 마련이지. 이를테면 싸이클론이든, 혼이든
분명 장기전으로 가다보면 밀리는쪽은 티모레로 갈수가 있다. 물론 예상경로지만.
@하데스:그러면 한길드만 남겠는걸?
데자누스는 씨익 웃은뒤, 자신의 계획을 이어서 이야기했다.
@데자누스:어차피 우리가 이데아를 지배중이라면 유성과 태풍같은 길드들은 들러리에 불과해.
그들은 내가 손하나 까딱하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무너뜨릴수 있어.즉, 돌로레로 조만간
내가 가야할거 같다.
하데스는 데자누스의 지시에 조금 의문이 들었다.
@하데스:왜지?
@데자누스:내가 돌로레로 명왕성의 2군을 양성시킨다. 그리고 전쟁으로 양측이 쇠약해질 타이밍에
본대와 2진이 동시에 돌로레를 협공해서 함락시키는것이지. 그럼 우리가 두군데를 차지한다.
데자누스의 사악한 계략은 전체를 먹어치우고도 남을법한 부분이었다.
얼마든지 길드 자체를 강하게 키워서 자국내의 성을 차지하는 상태에서 타국가의 강한 길드를
견제하기에는 "이간질"만큼 효과적인것이 없다. 그렇게 전쟁을 일으켜서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거나
혹은 또다른 제 3국으로 이민을 하게 되면, 결국 성주길드만 남게 되는데 그곳의 공백에 또다른 길드를
다시 개설해서 2군데의 전력으로 공성전에 참가하게 되면 매우 위협적인 부분이 된다.
이 전략 자체가 실현이 어려울뿐, 사실상 실현만 된다면 데자누스가 언급한 티모레도 더이상은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하데스는 서서히 악마처럼 변해가는 데자누스를 못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자신은 예전처럼 더이상 데자누스에게 거부할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물론 데자누스의 최종 목표는 프리파워상명일것이다. 그가 저항하려 한다면 더욱더 데자누스는
그것을 즐기며 마지막 숨통을 끊기 위해 단 한방의 힘을 남겨둘것이니까 말이다.
`크크큭, 이상하게 난 네놈에게 조금씩 더 끌리고 있다. 왜일까?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무언가의 숙명이 느껴져. 그래, 네놈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놈이었다. 조금씩 더 우린
서로를 향해 칼날을 겨누겠지. 자, 네놈이 어디까지 가는지 보여주길 바래, 프리파워상명.`
프리파워상명은 도착하자마자 조이를 무릎꿇게 한뒤, 두팔을 위로 향하게 해놓고 벌을 세워놨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조이가 울상을 지으면서 프리파워상명에게 말했다.
"형 잘못했어요 ㅠㅠ"
그러나 프리파워상명은 어딘가 어색한 조이의 모습에 터질려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의자에 앉아서 모니터 전원을 키고 캐릭터의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웃기지마 이녀석 -_-.. 너때문에 내가 곤란해질뻔했잖아."
하지만 생각해보니, 요 근래에 들어서 특히 08년은 스스로가 느끼기에 매우 재수가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현실도 게임도 모두 되는게 없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나날을 매일같이
보내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환장할 노릇인지 모른다. 즉, 굳이 조이 때문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은 조이를 만난후, 존재하지 않을거라 생각하던 희망을 찾아가고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무언가 달라짐이 있기는 있었다.
그래도 08년도는 말그대로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지우고 싶은 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프리파워상명은 곰곰히 어디서부터 자신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봤다.
제일 먼저는 복학초였다. 별다른 생각을 안하고 학교에 다시 복학을 할 당시, 자신의 동기들보다
1년늦게 오는 바람에 자신의 학년에 같은 동기가 하나도 없었다. 그야말로 한학기를 부적응의 시간속에서
보냈고, 조금 지나니까 성적도 떨어지고 전공이 맞지도 않았다.
좀더 지나니까 이번에는 애플파이에서 장미와 이혼했고, 또 좀더 지나니까 이번엔 진현s의 문제가,
더 지나고 보니까 데자누스의 음모와 지인들의 쌩 등등 이건 당최 산넘어 산이 아니라 산 하나 넘으려고 하면
옆에 갑자기 산이 하나 더 생기는 어이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늘 자신에겐 이런식으로 사건이 갑자기
물량으로 늘어나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우 젠장, 왜 내인생은 이런식이냐..하여간 불행하다구, 조이."
생각해보니 짜증은 둘째치고 불타는 청춘의 20대를 그냥 날려버리게 생긴것이다. 프리파워상명은
인상을 박박 쓰면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잠시 윈도우 화면으로 나간 그는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운이 드럽게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궁금해졌다.
곧바로 그는 인터넷을 실행한뒤, 정말 믿지도 않는 운세를 봐서라도 이 지겨운 나날의
끝을 보고 싶었다. 옆에서 벌을 서던 조이는 어느샌가 슬그머니 프리파워상명의 옆으로 왔지만
프리파워상명은 아무것도 모른채 그저 인터넷 쇼핑에 몰입중이었다.
간단하게 네이버에서 검색창에 `운세`를 적어 검색을 시작한후, 아무 홈페이지나 찾아서
대충 들어갔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중에 무료는 없었다. 사실 대다수의 운세를 주관하는 사이트는
알고보면 무료로 얻을수 있는게 없으니 결국 상술인셈이지만서도, 프리파워상명은 왠지 울며겨자먹기로
선택하는 기분이 들어 조금은 망설여졌다.
"나원참..이건 뭐 100에 99는 다 유료구만."
별수없다고 생각한 그는 좀전에 들어간 운세 홈페이지에 다시 들어간뒤, 종합 운세를 보기 위해
핸드폰 요금이 부담되면서도 "이건 내인생을 위한 투자일뿐이다,훗-_-v"을 연발하면서 운세요금
5000원을 핸드폰으로 결제했다.
그리고 보기좋게도 운세에도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다. 정말 있는 그대로 프리파워상명은
운세에 나온대로의 꼬여가는 삶이 진행중인것도 사실이었다.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조이는
자신도 모르게 쿡쿡 웃다가 프리파워상명에게 핵꿀밤 조합스킬을 맞은후 입을 다물었다.
대다수 페이지를 둘러본 프리파워상명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인생에 대체 어떤 여자가 올건지
그것도 매우 궁금해졌다. 이미 머리속에 찾아야할 여자인 `장미`는 어딘가 실종되버린지 오래였다.
오직 지금은 자신의 생에 어떤 여자와 꼬여서 살게 될건지에 대한 궁금증 하나만이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는중이다.
"조이, 나 어떤 여자 만날거 같애? 심각하지만 않음 되거든."
"흠 글쎄요, 형의 그 성격을 당해낼 여성분이 있을런지.."
조이의 조언같지 않은 조언을 들은 프리파워상명은 페이트노트를 들고 조이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러자, 조이는 급히 말을 바꾸었다. 아무리 그래도 농담일뿐이지만, 막상 사악하게 나오니
조이는 당황스러웠다.
"아하하하 -_-...형은 지나처럼 이쁘고 참한 여자를 만날거라고 생각해요 우하하하하!"
"그렇겠지?큭큭"
아무생각없이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와 장난을 치면서 `연애운`을 클릭했다.
그러나 워낙 어려운 단어와 이해가 가지 않는 설명때문에 프리파워상명은 생각보다 겉핧기식으로
대충 밑으로 마구 스크롤해가면서 건성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 거의 다다를 무렵,
인연에 대한 설명을 무심결에 보게 되었다.
*의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상당히 냉정한면이 있습니다.
*신경이 예민하고 자존심이 강하며 변화를 좋아하고 깔끔하며 깨끗한 타입입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이중적인 면이 있어 남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기도 합니다.
*남의 말을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고집이 있어서 가끔 친한 사람들과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한참을 읽던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에게 물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사람 성격인데?"
"그러게요.."
어느새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벌을 안서는것도 모른채 매우 집중해서 같이 상의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이는 장난기가 발동했다.
"아 저것은!!! 형이네요 형!! 특히 신경이 예민하고 날카롭대요!! 남의 말을 잘 안듣고 고집도 세대요..
우와 어쩜 이렇게 정리를 잘해놨지?!"
"조이..."
물론 프리파워상명이 조이를 이렇게 부르는것도 그의 기분이 썩 좋지 못할때란것은 이제 잘 알것이다.
"..방금 뭐라고 했지?^^;"
"아하하;;; 저는 형이 장난도 잘 받아주는 관대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요~~~"
"오늘부턴 그렇게 안믿어도된다-_-"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자신의 필생의 힘을 내어 조이에게 지금까지 선사한적없는
"범위 꿀밤"을 선물해주었다. 잠시, 전쟁(?)을 치른 둘은 설명에 나온 여자가 누군지 곰곰히 따져보기 시작했다.
"이거 어디서 많이 겪어본 성격인데 말야 조이.."
"뭐 설마.."
"설마 그애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요.."
둘의 머리속엔 공통된 한사람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프리파워상명은 처음엔 그부분을 고려 안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자신의 성격과 똑같은 한사람이 더 생기는것도 있으니 이건 물과 기름이었다.
그런데 그런 여자를 만난다고? 프리파워상명은 연애운을 클릭한것을 슬슬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과 떨리는 손으로 맨 마지막 줄을 조심스레 스크롤을 했다.
*귀하와 인연이 있는 여자는 1991년 양띠 여인입니다. 인연이 있는 성씨는 "ㅇ,ㅈ"입니다.
잠시후, 프리파워상명은 설마했던 일이 사실로 벌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뜨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건 아냐 ㅠㅠ!!!"
그모습을 보던 조이는 웃음이 터져나오려는걸 간신히 참은뒤,
조용히 옆에서 프리파워상명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위로했다.
"...형 이건 어쩔수없는 형의 운명이에요. 그렇지만, 장미씨가 진짜로 형의 운명일줄은..풉."
"..................뭐라고?"
"아하하하하하하-_-;;; 그치만, 형은 장미씨라서 어쩌면 다행인지 모르잖아요."
"나 심각해 말하지마."
어디까지나 프리파워상명은 장미와 거기까지 간다는 생각은 의외로 하지 않았던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순간, 프리파워상명은 무언가 불편한 진실과 그리고 자신의 운명선이 왜
들쭉날쭉한지 조금은 서서히 몸으로 와닿기 시작했다.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예전에 우연히 장미에게 운명탄중에서 운명을 맞춰버린것을
생각해내었다. 심각한 표정의 프리파워상명은 급속도로 암울하면서도 심각한 진짜로
똥이라도 씹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꿈일거야."
지금까지는 페이트노트를 맹신에 가까울정도로 신뢰했던 프리파워상명이지만,
어쩌면 이제부터는 그 반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실제로 프리파워상명은 장미와 처음 인연을 맺을때부터 뭔가 인생과
운명이 꼬여가는 기분을 수차례 느낀적이 있었다.
그러니 사실은 그냥 그대로 장미를 떠나보냈으면 어쩌면 부담없이 편하게
지낼수 있게 되는것인데, 자신의 승부욕과 근성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당시는 오로지
사랑하기 때문에 훗날을 생각지 않은채 장미에게 운명탄을 맞춰버린것이다.
어느한편으로는 "우리가 설마 실제 결혼까지 할 정도는 아니겠지"라고 안심했고,
지금은 그 안심이 방심이 되어 이미 적어버린 운명을 되돌릴수가 없게 되었으니
오히려 페이트노트가 지금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독이된 결정이 되버렸다.
처음의 간절한 마음은 온데간데 없어진 프리파워상명은 설마려니 그것이 현실이
될거라고 생각지 않았다.
"...이제부턴 장미를 만나면 운명을 바꿔놔야겠다."
"...무슨소리에요 형! 좋으시면서 큭큭.."
하지만 조이의 이야기에 프리파워상명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뒤 입을 열었다.
"내가 나랑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와..."
".....어찌보면 공감되네요..나도 이렇게 힘든데 휴.."
"뭐라고?!"
"아하하 아니에요~~~ 형은 멋쟁이!"
그러나, 분명하게 자신은 장미를 찾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반가워야 정상이었다.
모든것의 흐름이 장미로 가고 있었다. 꿈도, 현 상황도, 심지어 운세도,
장미와의 헤어짐이 터지자마자 자신은 알 수 없는 사건들의 연속에 휘말리고 있지 않은가.
문제는 장미를 중심으로 터져나오는 그사건들이 꽤나 골치아픈 일들의 연장선속이라
무조건 유쾌하게 받아들일수만은 없는 결과물이었다.
`어느쪽이든... 찾으라는것인가?`
다만, 머리속 한구석에 든 생각. 그것이 지금 그를 위험하게 만들수도 있었다.
자신은 언제나 운명의 개척을 원했다. 매번 그것은 그의 머리속을 어지럽게, 또 힘들게,
복잡하게 만들어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는 느낌이 든것은 한두번 겪은일이 아니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흐름의 진행 방향은 또다시 자신의 선택이 아닌 `이미 정해진 이정표`대로
흘러가고 있었으니, 이 또한 자신의 의지라고 받아들일수는 없는것이 아닌가.
언제나 늘, 자신의 선택이 아닌 남들이 정해준 그것도 아니면 마지못해 선택해온 그동안의
과정들을 보면서 굳이 장미와의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매번 자신은 강하게 외쳤다.
난 정해진 운명따윈 차라리 파괴시켜 버리겠다라고.
그래서 프리파워상명은 한편으로 조이에게 말하지 않은 마음이 있다면 이것이었다.
자신이 사랑할수 있는 여자가 정해져 있었다는것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고 말이다.
조이는 아직 어려서 그점을 모를수도 있고, 이해해주기에도 받아들이기에도 아직은
힘들테니까.
처음 장미를 찾겠다는 각오, 또 찾을수 있을것 같은 희망, 그것을 느낄수 있는 감각.
내던져버려도 될까? 운명이라고 정해진 길의 한복판 위에서 그는 문득 진지한 고민에
휩싸이고 있었다.
정해진 길의 파괴냐, 아니면 결국 그것과 상관없이 스스로 사랑해왔고 찾아야 한다고
굳게 믿는 장미의 구출인가. 둘중 한가지만 고를수 있다. 지금 프리파워상명은
그것에 관해 처음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모든것을 생각해볼 시간이 찾아온것이다.
어느쪽이든 이것은 그에게 있어서 매우 `불편한 진실`이 되어가는 순간이었다.
`조이, 축하해주는건 고맙지만 난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해. 넌 아직 어려서
이런 내기분이나 마음을 잘 이해못할지 몰라. 그러니까, 꼭 좋은것만은 아니야.
아마, 너도 시간이 흐르면 내가 왜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지 알아줄거라 믿어.`
같은시각, 버스 정류장에서 막차를 기다리던 장미는 자신도 모르게 귀가 간지러웠다.
"누가 내 얘기하나..?"
설마가 현실이 된 프리파워상명, 이젠 오히려 장미와의 운명을 부정하며 바꾸기 위해
장미를 찾아서 운명루트를 바꿔야 하지만..
과연?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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