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상가상]
장미는 이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었고, 최근 곳곳에 터져가는
사건에 관해서는 크게 관심도 없었다. 한참동안 자신을 골치아프게 한
프리파워상명과도 거의 마주치지 않는 편이었으니, 실상 크게 신경쓸만한 문제 또한
없는편이었다.
이래저래 마음 편한 그녀는 곧 내년에 다가올 수능에 관해서도 깊이 생각했고,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는것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편이다.
그러나, 어김없이 그럴때면 마음속 깊이 꽂힌 비수처럼 튀어나오는
낯익은 남자의 말들은 종종 망설임을 불러왔다.
-프리파워상명:그래도 상관없어! 언젠가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한은..
끝까지 잡아볼거야.끝까지 지켜주려고 설령 밀어낸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아.
장미가 부탁했고 약속했잖아.그리고 내가 동의했고, 호응했잖아.
이제 약속은 깨졌다고 하더라도, 내가 대답했기에 나는 지켜야되.
장미는 지겹다는듯 고개를 설레 설레 저었지만, 불현듯 떠오른
지나간 기억들이 또다시 마음속을 방망이질 쳐댔다. 물론 그럴때마다 찾아오는
가슴속 숨이 막히는 일들은 이제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남들이 모르는 장미의 마음속은
얼마전 자신이 저지른 지난 과거속의 과오의 연속이었다.
-프리파워상명:...의미가 있고 없고, 감정이 있고 없고, 남자이고 남자가 아니고..그런건 필요없어!
다만 중요한건, 내가 약속했으니 약속이란 형태가 남아있던 그렇지 않던 소중한것이니까.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던 그녀는 최근 갑자기 생각나는 프리파워상명 때문에
그자리에서 숨이 멎을듯 말듯한 갑갑한 현상이 자꾸만 발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왜, 자꾸 잊을만하면 떠오르게 해서 아무것도 못하게 만드는것일까.
내년 수능 때문에 가급적이면 올해까지만 게임을 좀 편하게 즐기고 떠나고 싶었던 장미는
이대로 있다간 미칠것 같았다.
뭔가, 도움이 필요했다. 도움이..
`그래..나를 미워해. 미치도록!! 내가 나쁜 여자니까.. 내가 죄인일뿐이야!
이렇게 괴롭히니 속시원하니..? 어디서 어떻게 날 바라보든, 그래 프리파워상명,
넌 늘 너만 생각했잖아.. 내 사랑을 난 확인하고 싶었다니까!!`
장미는 얼른 버스가 오길 기다렸으나, 무언가 몸이 이상했다.
움직여지질 않았다. 굳어버린 조각상처럼 몸이 움직여지질 않은채
과거의 기억들에 사로잡힌듯. 버스가 저만치에서 오고 있었으나
대체 이감정은 뭐지?
내가 그에게 너무 심하게 대했던가? 다시 접어버린 기억을 떠올려보면
그때 어쩌면 너무 심한 말들을 생각없이 던져서 다시는 잃어버리면 안되는 한 사람을
내가 버려버린건 아니었을까? 오랜시간이라 볼 수 없었지만, 분명 그때의 그는 진실하게
마음을 열고 말을 했었던 느낌이 조금씩 몸 전체에 와닿기 시작했다.
장미는 몸을 반쯤 숙인채 안정을 찾기 위해 마음속으로 최대한 합리적인
생각을 시도했다. 아냐, 난 그때 그럴수밖에 없었어. 네가 내 기분을 알아?
나에겐 그사람들이 더 소중해. 끝없이 몰아치는 잡생각들은 결국 버스가 도착했음에도
그것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한참동안이나 과거의 추억에 빠져있던 그녀는 천천히 몸을 다시 일으켜
이미 막차를 놓쳤던 관계로 집까지 걸어가는 수밖에 없었다. 비교적 먼거리지만,
오늘은 차라리 걸어가는 편이 나을듯 싶었다.
그리고 조금 걷던중, 핸드폰을 울리는 진동소리가 들려왔고 그것은 시크릿으로부터 온
문자메세지였다.
-오늘은 장미가 조금 늦는거야?ㅎㅎ 보고싶으니까 빨리와~~~-
그러나 생전 처음으로 장미는 그 메세지가 반갑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시크릿과는
정말 무난하게 잘 지내고 있었는데, 그동안 이런 경우는 없었는데 말이다.
문득 장미의 머리속을 스쳐가는 감정과 생각은 무언가로부터의 회의감, 그리고
작은 후회였다.
그리고 같은 시각, 장미의 기억속을 파헤치게한 범인(?) 프리파워상명은
그 나름대로 조이와 이번 문제로 인한 씨름을 한참 하는중이다.
"세상에..내가 그때 무슨 생각으로 운명탄을 장미에게 쏜걸까..환장하겠다."
"어차피 엎질러진 물이잖아요~ 이미 일은 일어났으니 해결해야죠 형!"
하지만 프리파워상명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후 깊은 한숨을 천장에 뿌렸다.
"너무 좋아해도 가끔은 안되는 때도 있어~."
스스로는 운세에 관해서 신뢰하지 않았으나, 정말로 주변의 모든것이 오로지
장미를 향해 있었다. 처음엔 우연이라 생각한것들이 하나 둘, 장미를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도저히 뗄래야 뗄 수가 없는 상황으로 도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내뱉은 말 대로 너무 좋아해도 안되는 때가 바로 지금이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음 한구석으론 그래도 떠나간 사람이 돌아올 가능성과 희망이 높아진 부분에 대해선
기분은 좋은듯하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옛말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프리파워상명은
오랜만에 뼈저린 깨달음을 느끼는듯, 이젠 진짜로 똥을 씹어서 먹어본듯한 표정까지 짓기 시작했다.
조이는 그런 프리파워상명을 향해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헤에~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을 완전히 못보는것도 아니잖아요 하하"
"누가 사랑을..."
"무슨소리에요~ 형! 언제는 맨날 장미씨 노래만 불렀으면서!"
프리파워상명은 조이의 애정어린 호통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지, 연신 담배 연기를 내뿜고
근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적어도 그의 머리속엔 장미와의 미래가 당연히 불안할수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었으니.
도저히 자신이 이해력을 200% 발휘해도 도무지 알수가 없는 생각들과 가끔씩 변하는 감정 기복들이 생각지도 않는
문제들을 연달아 만들어내어 자신의 몸과 마음이 지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건 당최 연애가 아니라 추리를 해야 할 판이니, 그 스스로가 느끼는 압박감은 연애가 아니라
추적에 가까운 집요함을 갖을수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단지, 장미가 그런 자신의 집착에 가까운
모습들을 보면 더 멀리 도망가려고 난리를 치니 따로 장미에게 대놓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것이 답답한 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요즘이 나은게 아닌가 생각될정도로
또 다시 돌이켜보면 장미때문에 쌓여온 다른 스트레스들이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풀려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상명은 한편으로 장미가 사라진것이 꼭 무조건적으로 힘들기만 한것이 아니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기도 했다. 물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것은 어딘가 자신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러고보니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다행이긴 한건가? 에라 모르겠다싶은 심정으로
상명은 애매모호한 대답을 조이에게 살며시 던졌다.
"글쎄다.. 그래. 나도 꼭 지금의 상황이 싫은건 아냐. 기분은 너무 좋은것 같아.
그러나 사랑은 일직선이 되어선 안되. 서로의 맘이 통해야 하는것 아닐까."
조이는 그런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하려다가 멈추었다. 혹시 자신도 지나에게 가끔은
그렇게 부담되는 상대는 아니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어쩌면 조이 자신도 생각해보니,
지나는 마음이 없었을수도 있는데 스스로가 귀찮게 했을수도 있고 장미와 프리파워상명의 관계처럼
혹시나 지나도 나중에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던것은 아니었을까에 대한 생각이 잠시 스며들어왔다.
그점에서 지나는 물론 이제는 곁에 없는 소녀였지만, 그래도 분명 마음은 통했을것이다.
다만 조이는 문득 프리파워상명이 그래도 장미와의 재회를 기분좋게 마무리 짓고
해피엔딩으로 일이 마무리 지어지길 바라는 눈빛을 보내었고, 프리파워상명도 말은 없었지만
조이의 마음을 이해한듯 둘은 잠시동안 조용히 침묵했다. 적어도 자신과 같은 비극이
누군가, 그리고 현재 자신이 의지하고 있는 이 남자에게도 되풀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참뒤에야 집에 도착한 장미는 늦은 시각임에도 불구, 시크릿을 만나기 위해
바로 방에 들어오자마자 애플파이 온라인부터 접속을 해두었다. 가족들은 다 자고 있는지
집안은 조용했다. 잠시 한숨 돌린 그녀는 천천히 의자에 앉아 시간이 많이 남아있진 않지만서도
약간의 여유시간이라도 활용할 참이었다. 물론 그 타이밍이 얼마 지나지도 않은 상황에 오늘도
귀신같이 시크릿이 나타나 귓말을 걸었다.
다만 장미는 가급적 시크릿이 오늘은 자신을 내버려두길 바라는 마음이 없잖아 있었다.
우연이었는지, 아니면 정말 거부감이 들었는지 시크릿의 문자나 혹은 다가섬이
예전만치 설레임이 없어진 이유도 있었지만 불현듯 다시 떠오른 그남자 때문에
지금은 아무도 터치를 하지 않길 바랬었다.
그러나 장미의 기분을 모르는 시크릿은 그저 싱글벙글 입이 귀에 걸릴듯한
미소를 채팅창에 보여주며 장미를 향해 말을 걸어왔다. 제발 오늘만큼은..이라고
애원하고 싶어도 남들에게 싫은 소리를 차마 못하는 성격에 거절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시크릿:음~ 오늘은 좀 늦었네?ㅎㅎㅎ
@장미:움 "-"하하 안녕요~
잠시 조금 쉬어둘 생각도 있었던 그녀는 시크릿이 좀처럼 자리를 비우질 않고 계속 옆에 있자
살짝 부담은 되었다. 하지만 뭐 하루 이틀인가. 숨막히는 학교생활처럼 이제는 어딘가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흘려버리는 감도 없잖아 있으니까 말이다.
채팅창은 길드원들이 떠드느라 한참 시끄러운듯, 사실 알고보면 크게 문제가 있는것도 없었다.
무언가 지나칠정도로 무난한것이 명왕성 길드의 특징이기도 해서 장미는 따로 깊이 생각해두진 않았다.
@장미:오늘은 별일 없었나요?" ";
@시크릿:당연하지~ 우리길드 되게 편안해 ㅋㅋㅋ 그치?
@장미:그럼요 /ㅅ/~ 많이 편하죠. 길드 하나는 잘온거 같아요!
여러모로 시크릿은 장미에게 많은 신경을 기울이는것도 있었고, 또 명왕성 길드내에서도
거의 공식커플의 분위기였던지라 장미는 혼자 있는것은 쉽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견딜만했다.
$윈터:장미는 힘들겠네 ㅋㅋ 내년에 고3?
$장미:얘기하지마 - - 머리아프다궁!!
$페르소나:뭐 멋진 서방도 있고 잘 이겨내면되지 ㅎㅎ
$타르소니아:그래그래, 고3 그까짓거 1년만 지나가면 되니까 잘하면 되지 넌 왜 가만있는
장미 갈구냐 겨울같은 겨울아 ㅋㅋㅋㅋ
$윈터:내가 뭐라 그런다고 형은 또 날 공격함? ㅡㅡ
이데아 한복판에 자리를 잡고 떠드는 명왕성 길드원들의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광장은 여러 길드들이 끼리끼리 모인듯 저마다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아마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서로 길드채팅을 즐기는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장미는 특별히 자신이 자주 게임을 즐기기는 아직 어려웠던지라 대개 접속하면
남편인 시크릿과 어울리거나 길드원들과의 채팅, 혹은 이따금씩 사냥을 즐긴다던지,
그것도 아니면 길드원들의 장인을 도와주는 여러모로 포지션이 많은 길드원(?)이었다.
게다가 약간씩의 귀염성도 갖고 있었기에 다른 길드원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이었다.
특별히 어떤 큰 특징이나 개성은 없었지만 매우 잘 어울린다는 부분은 여러 길드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의 기본적 특징이니까 말이다.
$디올:어 장미씨 ㅎㅇ요
$키멜:장미씨 저 장인좀 도와주세요~
$장미:네 "-"ㅎ 세공소 고고싱~
물론 어디를 다녀올때도 반드시 시크릿에게 알려주는것은 필수다.
이것은 처음 결혼할때 서로가 지키기로 했던 기본적 룰이었다나.
@장미:쟉이~ 세공소 다녀올게요 /ㅅ/ 여기 잠시만 있어요!
@시크릿:응 ㅎㅎ 다녀와~
시크릿은 옆에서 페르소나와 대화를 주고받는중이라 잠시 자리를 비우는 부분에 관해서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페르소나:장미랑은 별 문제없지?
@시크릿:뭐 보는대로 후훗. 부러움?
@페르소나:...진심 네가 제정신으로 하는 말은 아니라고 해두마-_-..
@시크릿:아 그나저나 말이야.. 장미 전 남편이 타로스님 말구 누구였지? 너랑 친한분 말야.
페르소나는 시크릿의 민감한 질문에 관해서 모른다고 대답하려다가 그냥 얼버무리기로 생각했다.
현재로선 자세하게 설명할 이유는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 특히, 시크릿은 사건의 전말을 모르고 있었다.
물론 그래도 시크릿은 100%를 이해하고 있는건 아니었지만 프리파워상명이 썩 좋은 상태로 장미를 보내준것은
아닌것을 들었던 부분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냥 지나가는척 넘어가는게 낫지 않으려나.
페르소나는 가급적 그 이야기는 시크릿에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인만큼 100%의 회피는
불가능하므로 적당하게 이야기하고 넘어가고 싶었다.
@페르소나:아, 상명형?
@시크릿:맞다.. 그분은 그뒤로 별 문제 없는건가? ㅎㅎ
@페르소나:글쎄다. 본적이 별로 없고 잘 안돌아다니는 사람이야.
한가지 장미에 관해서 주의할건 있다고 해.
주의? 시크릿은 장미에 관해서 완벽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그부분은 의외라는 모습이었다.
@페르소나:아니..예전 백합 길드애들이 하는 이야기론, 너무 착해서 상처를 잘 받는다나.
그리고 생각보다 좀 잘 흔들리는 모습이 있다고 그래.
페르소나의 말을 시크릿은 금방 이해했다. 그러니까 장미의 예전 남편인 프리파워상명이
언제 접근해서 장미를 흔들수도 있을지 모르고, 그렇다면 장미는 흔들릴수도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이혼을 하자고 한다면 필히 그런 이유가 될것이다. 사실은 이 모든것이
데자누스가 자신의 뒤에서 하나하나 지시한 내용인데 실제 데자누스의 의도를 모르는 페르소나는
데자누스의 생각과 시야가 깊기 때문에 배려차원에서 한말이라고 착각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이러한 의도를 아는 사람은 데자누스를 제외한 단 한사람뿐일테니 눈치를 채는게
오히려 이상할지 모른다.
@시크릿:하지만 지금 장미의 남자는 나야. 그러니까 내가 잘 지키면 되지 뭘 걱정해 ㅋㅋㅋ
@페르소나:혹시라도 흔들릴거 같다면 주의를 좀 해야 될걸, 마누라 간수 잘하라고 멍청아 --ㅋㅋ
@시크릿:웃기고 있네 凸
마침 둘의 대화가 끝나갈 무렵 장미가 서서히 위로 다시 올라오면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진쪽으로 이동해왔다. 페르소나는 별말없이 슬그머니 우측으로 비켜주면서 길드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방해는 곤란한것이다. 페르소나가 이동하는 모습에 장미는 다소 궁금증이 들었지만
뭐 특별한 이야기를 나눈것은 아닌듯하고, 워낙 둘은 서로 장난을 자주 주고받아서
무슨 장난을 주고받았는지 장미는 그것이 궁금했을뿐이었다.
@장미:페르소나 오빠랑 무슨 얘기라두 했어요?"ㅅ"..
@시크릿:어? 아닝 ㅎㅎ 그냥 뭐 장미랑 잘지내니까 좋냐면서 혼자 막 화내다가 가던데
@장미:아항 "-"♡ 그럼 잘되간다고 해주세요오~
그말에 시크릿은 입이 귀에 걸릴듯 신이 나서 길드채팅에 페르소나를 향하여 약을 올렸고
길드채팅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그모습을 지켜보는 장미도 웃음이 나왔지만
그순간, 어디선가 낯익은 전사 한명이 루라쪽으로 이동하는것이 눈에 보였다.
"....저건."
장미의 시야에 걸려온 전사는 그대로 빠르게 루라를 타고 이동해버렸으나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이전같으면 조금이라도 멈춰서서
망설이는듯한 모습이어야 맞을것인데, 지금같은 경우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냥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마치 단 한번도 만난적이 없었던 사이나 인연, 혹은 그래왔던 사람처럼.
평범한 낯선 캐릭터의 모습처럼.
다시 잠시나마 잠들었던 기억들은 장미의 머리속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분명히 게임안에서
다른 이들과 어울리는동안 잊었다고 생각한 잠재적 기억은 가슴속을 슬그머니 틀어막아오고 있었다.
아니..아니라구! 아무리 합리적인 생각을 하려해도 그때의 일들은 그에게도 상처였겠으나,
무언가 자신이 악역이 되버린 현재의 결과에 대해서는 결국 어떠한 과정으로 마무리 되었다고 할지라도
정당함에 대해선 물음표였다. 어느쪽이든지, 둘중 하나밖에 그때는 선택할수 없었다고 마음속으로
끝없이 자신을 세뇌시키며 변명이라도 해야만 했다. 그래도..그래도 여전히 가슴속이 답답했다.
오늘따라 왜이러지.
그렇게 망설이는동안 갑자기 말이없어진 장미가 걱정되었는지 시크릿은 장미를 향해 말을 걸었다.
@시크릿:왜그래? 뭐 갑자기 안좋은일이라도 생겼어?
하지만 지금 장미는 시크릿과 채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속이 답답해진것 때문인지, 얼른 벗어나고 싶어했다.
@장미:하..아니에요 "-";; 내일 학교 가야하는것 때문에 준비좀 해야 하니까 나갈게요! 뱌뱌 /ㅅ/
시크릿은 잠시 휴대폰을 꺼내어 시간을 봤지만 11시 30분이다. 평소 장미는 새벽 1시정도까지는
있다가 나가는 편이었는데 오늘 갑자기 너무 이른 타이밍에 나간다고 하니까 당황한듯 했다.
평소보다 분명히, 예정에도 없던 타이밍의 돌발 행동이니 당연할수밖에.
아쉬운 마음에 시크릿은 다시 물었다.
@시크릿:엉? 지금 막 11시30분인데 벌써가?
@장미:음 "ㅅ"... 몸이 좀 안좋기두 하구요~ 쉴래요
들어온지 약 한시간도 안된 타이밍에 나간다는 말을 듣자 기분이 좋진 않았으나
어차피 내일이면 또 만날테니 상관없다고 생각한 그는 장미를 보내기로 했다.
@시크릿: 그래그래 ㅎㅎ 잘자구.. 내일봐! 사랑해.
@장미:네~~ 서방두 "-"♡
그리고 급하게 애플파이 온라인을 종료시킨 장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오늘만 벌써 몇번째인가. 급히 침대에 누워 억지로 눈을 감은 그녀는 당분간은
프리파워상명을 가급적 만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감돌았다.
지속적인 재회는 원치 않는다. 왜냐면, 그것은 자신의 숨통을 틀어막는 묘한 답답함과
언제부턴가 들게된 미안한 감정이 자꾸만 자신을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얼른 잊어버리자..제발...제발....제발 사라져줘 당신.`
다만 게임을 종료하던 순간, 병원 근처에서 조용히 자신을 지켜보던
데자누스가 서있었다는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형, 괜찮아요?"
조이가 궁금한듯 묻자, 프리파워상명은 마치 이런일은 자주 겪어서 이젠 내성이 생긴듯한 표정으로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마치 이제는 전문가라도 된마냥, 프리파워상명은 어깨를 으쓱하며
무덤덤한 표정으로 조이를 돌아봤다. 얼씨구, 왠일?이란 생각으로 조이는 의외라는 눈빛을 보냈으나
하기야 요즘 가장 그의 곁에서 오랜시간동안 머무르고 있는것은 조이 자신 아닌가.
당연히 지금의 그에게 조이가 가장 상대를 많이 해온 동료이기에, 어느순간 프리파워상명은
장미보다 당장 눈앞에, 그리고 옆에 있는 조이를 무의식적으로 신경쓰게 된것이기도 했다.
"뭐, 이런일 한두번 겪니. 그리고 지금은 주변에 알려서 어쩌면 좋을지 조언을 듣는것도 중요해.
근데 말이다.. 왠지 이 이야기를 듣고나서 다들 웃으면 어쩌지?.."
그의 말대로 정말 이런 이야기는 영화로 꾸며도 좋을 정도다. 그만큼 프리파워상명의
주변에 터지는 일들은 애니메이션 소스로 활용해도 대박을 노릴수 있을정도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의 연속이었다.
라이벌의 음모에, 여친의 변심에, 게임속 스토리의 주인공과 동료가 되질 않나,
그냥 어디까지나 단순히 생각한 그 여친의 존재가 운명으로 정해진 여자라고 하질 않나.
프리파워상명은 지금 자신이 대체 무슨 꿈속에 사는 기분인지 모를정도로 뭔가 일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돌로레 광장에서 누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던져야 할지 근심섞인 표정을 지은 그는,
최근 자주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예프에게로 시선이 향했다. 확실히 얼마전 조언도 도움이 되었었지만
이번 사건에 관해서는 여자로서의 직감을 어떻게 말해줄지 궁금하기도 했다.
@프리파워상명:예프씨.
예프는 혼자 광장에 서있다가 오랜만에 프리파워상명이 접근해오자 심심했던 참인지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활기찬 모습에 되려 축쳐진듯한 모습에서 신선한 자극이
되어버린듯 그의 눈동자도 또렷해졌다.
@예프:어!!! 오랜만이에요!!! 지난번에 도움은 되었어요?ㅋㅋ
프리파워상명은 도움이 되었다고 얘기하려다가 급히 채팅창에 올라간 자신의 말들을
백스페이스키를 눌러 모두 지운뒤 원래 자신이 하려던 목적으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괜한 말실수는 아무래도 곤란하고, 실제로도 말조심을 해야하는 위치에서 활동하다보니
세세한 단어 선택도 주의해야 했다. 다만 알고보면 굳이 꼼꼼하게 해야할 필요는 없었으나
유저들이 바라보는 그에 대한 이미지는 그런정도의 수준에 가있으니 영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음, 물론이죠. 그나저나 소름끼치는 일을 겪고 왔어요.
사실 이부분 때문에 걱정도 되서 앞으로 어찌해야될지 모르겠더군요.
@예프:무슨일이요?!
@프리파워상명:하도 요즘 기분 참 그지같고 ㅡ.ㅡ;왜이렇게 되는일이 없는지 좀 한탄을 했었어요.
@예프:ㅇ.ㅇ 그게 소름끼쳐요?
예프의 엉뚱한 대답에 프리파워상명과 조이는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분은 어때요? 장미씨보다 귀여우신것 같은데.."
하지만 조이의 조언에도 프리파워상명은 일단 고개를 저었다.
우선은 상의 해야할 부분부터 상의하려는듯 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조언부터 듣고 싶어. 어차피 지금은 장미를 찾느냐 찾지 않느냐,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오히려 내겐.. 이제 데자누스가 무슨 짓을 꾸미려는건지 그걸 알고 싶어."
말을 마친 프리파워상명은 다시 시선을 돌려 예프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프리파워상명:아니아니 ㅋㅋㅋ 끝까지 들어주세요. 제가 진짜 운세같은건 안믿는 편이라 안보거든요.
그런데 하도 심심하고 할것도 없길래 운세 봐주는 홈페이지 아무데나 찾아서 들어가서 봤어요.
그럭저럭 공감되는거 많길래..그러려니 하다가 애정운을 심심해서 보기로 했죠.글쎄 거기에..
1991년 여성과 인연이 있을거라고 결혼은 32세에 한다나.. 그리고 성은 ㅇ,ㅈ씨 성을 가진
여자래요.
@예프:호오...
@프리파워상명:그래서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람 같길래..골똘히 생각해보니까 장미에요 ㅡ.ㅡ;;;ㅋㅋ
@예프:헉!!!!
@프리파워상명:장난으로 한것 치곤 무서웠어요..ㅋㅋ
@예프:거기 어디에요!! 나도 공유좀 해줘요~
@프리파워상명:황당했어요 ㅋㅋㅋ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는거에요.완전 그 인연이 있는 여자의 특징도
장미랑 똑같아요 ㅡ.ㅡ; 순간 보고나서 뭐야 이거..그랬죠. 그래도 현실은...ㅠㅠ 말이 안되는거겠죠?
그때에 예프는 그 얼마동안 이데아 새벽의 놀람에서 장미를 스쳐지나가면서 보긴 봤었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의 장미는 분명 기분도 좋아보였지만 한가지, 눈에 들어온게 있다면 어딘가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들이었다.
@예프:하지만 그 두사람..오래 못갈거 같은데요. 뭔가 부자연스러워요.어느 한쪽이 억지스러운?
그런 느낌이 들어요~
@프리파워상명:그치만..잘 어울리던거 같아요. 좋아보이는것 같기도 하구..만약 그 장난으로 본 운세가
사실이 된다면..기대도 되긴 하는데 --; 전 별로 끌리질 않아요.
@예프:어?! 왜요!! 얼마나 로맨틱해요~
그말을 보고 있던 조이는 좀전에 프리파워상명이 운세때문에 골치아파하던 모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예프의 로맨틱이란 말을 보고 풉하고 폭소를 하다가 그대로 프리파워상명의
레줌 발린 10장 꿀밤을 정통으로 맞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넌 내가 진정 그런 로맨틱하지도 않은 스토리로 다시 재회하길 바라냐 이놈아.."
"그만좀 때려요 형!! 맨날 때려...꿀밤 얼마나 아픈데요 형두 맞아봐요! 흑.."
조이 입장에서는 그런걸로 고민하는 프리파워상명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는건 당연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에 비해선 어떤 경우로든 행복한 고민 아닌가? 다만 프리파워상명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심각해보이고 있었다. 대체 왜그런지는 영 아직도 이해는 안가지만서도, 조이는 궁금한 부분들이
생겨서 별다른 말없이 지켜보기로 했다.
@프리파워상명:아 그게 말이죠..장미성격이 좀...-_-;
@예프:에이~ 잘될꺼에요. 그동안 상명씨가 얼마나 간절하셨는데요!!
그러나 과거엔 분명 그랬었지만, 지금 예프의 발언은 저주 그 자체였다.
비로소 프리파워상명은 당시 사건을 너무 주변에 일파만파 퍼트렸다는 생각에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죄책감을 강하게 갖기 시작했다.
"......진정 내가 미친건 아닐까. 가끔 그런생각이 들어 조이.."
"...........형은 사랑을 하면 안되는 운명은 아닐까 그런생각도 들어요. 안하자니 외롭고..
시작하니까 이렇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심지어는 조이마저도 현재의 상황에 배를 잡고 거의 실신하기 직전일정도로
웃기 시작했다. 프리파워상명은 더 때릴 여력도 없었는지 혼자 심각하게 받아들일수 밖에 없었다.
운명탄은 이미 장미에게 날라갔고, 이것은 취소할수가 없다. 한번 맞은 운명탄은 그 즉시 루트가
바뀌어 다시 운명을 재조작하지 않는한 그대로 흘러간다. 고로 어찌보면 데자누스의 계획 여부에 상관없이
둘은 어떤 경로로든 결국 재회하여 맺어지는 구도가 나오는것이다.
그리고 프리파워상명은 이제서야 장미와 진짜 현실적으로 이뤄지게 될때의 고민이 온몸을
휘감는 느낌이었고, 벗어나고 싶었다. 처음 찾고 싶었던 마음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번개같은 생각이 프리파워상명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장미가 소속된 명왕성 길드를
자신이 물리치면 장미도 자신에게 실망해서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것이다. 그다음 장미를
만날때 도로 헤어지게 만들어서 좀더 현실적으로 나은 여자를 찾기 위해 프리파워상명은
심오한 계산을 마쳤다.
그래야 할 이유도 있었다. 장미를 먼저 데려오면 분명히 데자누스가 눈치를 챌것이고,
그 주변의 장미와 친한 이들도 수긍을 하기 어렵다. 어차피 그럴거라면 정면승부로
그들을 물리치는 수 밖에 없고, 그렇다면 차라리 그냥 명왕성을 장미가 보는 앞에서
멋있게 격파한뒤, 조용히 남자답게 (?) 떠나는것은 물론 악의 소용돌이에서 빨리 튀는길이 진리였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생각 여부에 관계없이 예프는 열심히 둘이 잘되길 바란다며 진심어린 마음으로
애정이 담긴 저주를 계속 보내고 있었다.
@예프:상명씨같은 남자라면 성공할거에요! 애플파이 최초의 로맨틱한 결혼을 하는거에요!!!
@프리파워상명:아니..아니. 저기 예프씨..제말은 그게 아니라..그러니까..
@예프:힘내요!!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요 호호호! 이제 자러갈게요~
그리고 그가 더 채팅을 급하게 하자, 그를 반긴것은 "접속중인 유저가 아니거나 같은국가의 시민이
아닙니다"라는 정겨운 글귀가 그를 환영하고 있었다. 프리파워상명은 당황했는지 난감한 표정으로
조이를 돌아봤고, 조이는 너무 웃었는지 눈물까지 난 모습이었다.
".............미치겠다. 아까 진작에 장미를 봤을때 운명탄을 차라리 날렸어야 했던건데.."
그러나 다시 아까 스쳐지나온 이데아로 돌아가자니 엄두가 안났다.
게다가 장미가 자신을 보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할것이고 운명탄을 맞추기가 힘들어진다.
갈팡질팡하던 프리파워상명은 캐릭터를 움직이면서 근처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 누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마우스 포인터도 여기저기 이동시켰다.
문제는 새벽에 가까워지는 시간이라 대부분이 광장에서 개인상점을 열어두고 잠수를 탄다던지,
혹은 활동적인 유저의 수는 많지 않았다.
"후우..살면서 이렇게 답답했던적은 올해가 처음이다 정말.."
"그래도 전 형이 왜그렇게 심각해 있는지 모르겠어요. 누가 봐도 이건 축복을 내려줄 일이잖아요~"
"아냐 아냐...반대지."
프리파워상명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무의미하게 저었다. 물론 타인이 볼때의
프리파워상명은 "행복한 고민"이지만 그 스스로에겐 이것이 난감한 이유라면
장미의 성격 문제였고, 진짜 만에 하나라도 둘이 이루어진다라는 전제가 사실이 된다면
매일같이 장미때문에 속썩을게 아닌가?
"생각해봐, 조이. 이미 몇번이나 나를 떠났다가 돌아왔다를 반복했던 애였어.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해도 또 그러지 말란법이 있겠냐.. 더구나, 자신의 문제는
거의 이야기를 안해. 같이 있어도 그래왔단 말야. 하물며 지금 떨어져 있는 순간은
오죽하겠어? 그나마 그것도 게임속에서 그리고 떨어져 있는 순간이었으니 망정이지..
앞으로를 함께할 사람이 그런다고 생각해봐."
"에이 막상 그래도 같이 있게 되면 또 달라질지 모르잖아요~"
그래도 이야기가 통하지 않자, 프리파워상명은 답답했는지 조이에게 좀 더 진지한
눈빛으로 설명을 했다. 물론, 조이의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꼭 해야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아예 어리다는 이유로 말을 안해버리는것도 문제가 될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냥 조이가 어렵게 느끼더라도 해버리는게 나을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누구에게나 버릴수가 없는 천성이 존재해. 난 적어도 내가 볼때 장미는
분명히 나중에 또 다시 떠나려고 그럴거야. 그리고 힘들어질때쯤 돌아오고.
빌어먹을 습관이지. 자신은 어떨지 모르지만 곁에 있는 사람은 힘들수밖에 없어.
함께,우리,같이 라는 개념이 부족한 애야. 그러니까.. 사실 명왕성에 간것은."
잠시 대화가 끊겼으나 조이도 비로소 프리파워상명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고 나서야 어느정도 감이 왔다.
어쩌면 프리파워상명은 장미와의 연애 문제를 떠나 장미 그 자체가 위험한 길로
들어선것이 걱정된것이다. 특히 명왕성과는 민감한 문제가 여럿 발생중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데자누스 그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오히려 무덤을 파려고 들어간것이란 말인가요..? 그러고보니 데자누스라는 자의
심상치 않은 사악한 기운도 있었죠.."
그런데 지금까지는 그저 현실적인 눈앞의 문제가 대화의 전부였다. 문득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말한것이 마음에 걸렸다. 뭐 이미 여러번 그부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긴 했지만
조이는 분명하게 심각해하고 있었고, 표정도 말투도 그럴때마다 장난끼 어린 소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 유독 그때마다 프리파워상명도 슬그머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무슨말이지 조이.. 심상치 않은 기운? 데자누스는 그냥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었단 말야?"
"그..그게 말이에요. 처음 이곳에 도착해서 형이 장미씨랑 헤어진뒤에 데자누스라는 자가
마을에 나타났었잖아요."
그때에 조이는 초기에 별다른 이상징후를 발견하지 못했고, 프리파워상명의 기분이 썩 좋지 못할때라
자신이 곁에서 무슨말을 하든 들어올리 없다고 판단했으나, 이후 이상한 느낌을 감지한바 있었다.
데자누스가 슬그머니 모습을 나타낼때, 드류의 기운과 같은 암흑파워를 그에게서 느꼈었다.
"그렇다면..뭐지? 데자누스가 마법이라도 쓴다는건가? 하지만, 데자누스에게서 어떤 소문도 듣지 못했어.
하데스라는 동생도 그랬고."
갑자기 이야기는 장미에서 데자누스로 화제가 바뀌었다. 다시 둘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데자누스는
늘 좋지 못한 느낌을 둘에게 공통적으로 날렸었다. 프리파워상명에게는 대면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이 나쁜 느낌을, 조이에게는 그것외적으로 강한 암흑의 느낌을. 둘은 각자 그부분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해오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뭔가 이상해요.. 형. 그냥 우리들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이 전부가 아닌것 있죠.
일단 장미씨가 그러면 위험할수도 있구요. 데자누스에 관한건 천천히 알아보기로 해요..
그나저나 형은 왜그렇게 장미씨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거에요?"
"아 하긴..지금은 그문제가 먼저였지.다른게 아냐. 아까도 계속 얘기했지만,
만약에 그애만을 바라보다가 내가 더이상 돌아갈수 없을정도로 더 커버렸을때.
그때 장미가 떠난다고 그러면 난 누군가를 사랑하기도 힘들어진단 말야.
사람의 나이는 한정적이지 않아. 난 로맨틱한걸 그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모든걸 다 주었다가 모든걸 다 잃어버리면, 누구에게 하소연 하겠니.."
무언가 사건이 생각 이상으로 커진 느낌을 둘은 받기 시작했다.
물론 중점은 여전히 데자누스와 장미다. 그러나, 단순히 데자누스가 프리파워상명에게
타격을 주기위해 장미를 뺏은것이 목적의 전부라고 생각하기도 곤란했다.
적어도 프리파워상명이 아는 데자누스라는 유저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어떤일을 꾸미고 그것이 서버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았다.
오랜만에 돌로레를 찾아온 데자누스는 최근에 짜두었던 여러가지 판을
생각하면서 정세를 알아보기 위해 나래로 마을 광장을 천천히 돌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보이는 낯익은 캐릭터는 묘한 즐거움을 주었다.
"후훗, 프리파워상명. 뭔가 이상한 낌새라도 느낀것인가?"
일단 싸이클론 길드와 혼길드의 싸움을 유도시킨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두길드의 싸움이 아직까지는 결판이 나지 않는지라 어느 한쪽을 확실히
망쳐놓기 위해선 좀 더 효과적인 방법론이 필요했고, 또 계속 이데아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여러 길드들도 골치덩어리 였다.
@데자누스:헤르멜, 로사무와 바일트왈은 잘 숨어 들어갔겠지?
@헤르멜: 예정대로 입니다. 그리고 피카소양은 타르소니아님과 연결을 시키는중이고,
예프는 페르소나님이 각각 접근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데자누스:그나저나 상관없는가?
@헤르멜:무엇을 말씀하시는지..
@데자누스:자네, 프리파워상명과 오래전 안면이 있던 사이였던거 말이야.
@헤르멜:그부분은..
헤르멜은 오래전 프리파워상명이 몇년전 기자단 활동에 필요한 정보 수집을 위해
얼마동안 데리고 있었던 조수들중 한명이었다. 이번엔 프리파워상명이 독자적으로 혼자
활동을 한다고 공식적으로 말을 했던것도 있었고, 어디까지나 임시적으로 같이 활동을 해온 부분이기 때문에
그다지 신경쓸 부분은 없었다.
다만, 데자누스는 생각보다 별다른 내색이 없는 헤르멜의 속내가 조금 궁금하기도 했었다.
@데자누스:뭐 말하고 싶지 않다면 상관없어. 그보다 오랜만에 서로 마주칠것 같은데 말야.
내가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지. 어차피 다음 전략들을 위해서도 잠시 혼자 있고 싶거든.
@헤르멜:알겠습니다. 그럼.
@데자누스: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리고 데자누스는 급히 주문서를 타고 새벽의 놀람으로 사라졌다.
혼자 오랜만에 남게 된 헤르멜은 근처의 프리파워상명에게 말을 걸려고 다가설때쯤
그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피카소:뭐?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야?
사냥을 한참 하다가 심심해서 놀러온 돌로레에 피카소는 오랜만에 즐거운 소식을 접했다.
프리파워상명이 생각외의 대박을 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왜인지 모르겠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마치 복권에 당첨되어놓고도 떼이는 돈과 세금이 너무 많아서 아까워 하는 사람처럼
똥씹은 반응이었다. 사실 이런일은 기뻐해야 정상 아닌가? 게다가 그동안 프리파워상명은
매일같이 오늘내일 하면서 장미 노래를 부르고 다녔으니 실제론 기뻐해야 맞는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라보아도 지금 그는 전혀 기뻐하지 않고 있었다. 대체 이유가 뭘까.
그렇다고 해도 피카소에겐 정말 이번 사건만큼 쇼킹한 사건이 없었으니 흥미가 갈수밖에 없었다.
@프리파워상명:아니 그러니까.. 난 그게 그다지 별로란 말이야.
@피카소:푸하하하하하!! 어머 이게 웬일이야~ >_< 상명오빠 기분 좋겠는걸?
@프리파워상명:아니라니깐 ㅡㅡ지금은 심각해. 무심결에 본게 이렇게 된거라구..
@피카소: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야~~ 오빠 축하해!
밤도 깊었기에 돌아가려고 했던 프리파워상명은 마침 피카소가 오는 바람에
잘됐다 싶어서 아까의 운세 이야기를 예프에 이어서 또하게 되었다.
물론 마찬가지로 반응은 축복의 저주(?)였다.
@피카소:정말 이거 장미씨랑 실제로라도 잘되면 난 그날이 올때 오늘을 생각하며 웃을거야 ㅋㅋㅋ
@프리파워상명: 웃지좀 말라고 난 심각해 ㅡㅡ
@피카소:푸하하하 오빤 결혼할거야~ ㅋㅋ 장미씨가 엉겨붙으면서 여보~~ 그러는게 생각나는걸?
신부 이름에 장 미 이렇게 되어있으면 못갈지도 몰라 ㅋㅋㅋ 쓰러질듯!
@프리파워상명:ㅡㅡ;; 뭐가 그렇게 신났는데.. 아무리 그래도 난 싱글족을 좋아하니까
그렇게 될거라 믿어.
좀전의 심각했던 분위기는 다시 사라진채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은 또 티격태격하며
금새 덤앤더머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전히 축하 메시지를 연신 받는 바람에 프리파워상명은
그야말로 울상이었다.
@피카소:하지만 결국 오빠는 결혼하게 될듯?!?!?!?!?!?!?! 이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야
빠하하하하하하하하핳! -ㅅ-
이렇듯, 그동안 강한 모습을 보이던 프리파워상명이 크게 난감해하자, 주변인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모두가 다같이 그의 포커페이스가 허물어지는것을 매우 원하는듯한 모습들이었다.
무엇보다 프리파워상명의 현재 상태는 그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일들이 슬슬 운명의 장난의 도를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가있었다.
@피카소:난 오빠가 꼭 반드시 잘 해내길 바라고 있으니까 파이팅이야!! 난 갈게~~~
@프리파워상명:이..이봐.. 난 그게 아니라.. 내말 좀 들어 보라니깐!! 야!
@프리파워상명:접속중인 유저가 아니거나 같은국가의 시민이 아닙니다.
조이는 결국 그모습을 지켜보다가 참지못해 폭소하고 말았고, 이번에는 아예
배를 잡고 뒹굴기 시작했다. 그래 실컷웃으라는 표정으로 한심해하는 프리파워상명은
대체 이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될지 머리속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오 젠장.. 환장하겠네. 왜 이렇게 내주변은 다 이런 사람들이.."
역시 이번에도 긴 한숨이 천장위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고, 이제 안되겠다 싶었던
프리파워상명은 내일 다시 이 문제에 관해서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하고 해결점을
찾으려고 생각한뒤 주문서를 막 클릭하려던 찰나, 또 다른 이에게서 귓말이 날라왔다.
가뜩이나 심각한 문제가 있었는데, 누군가 건드리려니까 짜증이 났던 그는 모른척한채
가버리려고 했다가 도로 취소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어차피 이미 늦은 시간 더늦어도 거기서 거기지 뭐, 이런 생각으로
무심결에 그는 마우스 포인터를 귓말이 날라온 방향으로 움직여서 상대가 누군지 확인했고,
그의 눈동자는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 뭔가 그에겐 의외의 인물이었다.
@헤르멜:오랜만이네요. 잘지내고 있죠?
그녀의 모습을 본 프리파워상명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한동안 어디가서 보이지도 않다가
이제 막 재회를 했는데, 가입된 길드가 명왕성이었다. 적어도 그렇다면 데자누스와 한패가 아닌가?
특히 명왕성 길드에 관해서 그다지 좋은 감정이 없었던 프리파워상명은 그냥 무시하고 싶었다.
그래도 일단은 오랜만에 만났으니 간단한 이야기라도 들어보기 위해서 짧게 대답했다.
특히나 반갑지 않은 상대에게 날라가는 특유의 시크한 태도는 여전한듯 보였다.
@프리파워상명:별로 반갑지 않은 재회군요. 용건은?
그리고 헤르멜은 왜 대답이 차가운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특별한 목적없이 옛 인연을 다시 만나기 위한 정도에 불과했으나
길드소속의 문제 하나가 둘 사이에 작은 선을 그려놓았다.
@헤르멜:.....아니요. 그냥 잘지내고 있는지, 묻고 싶..
@프리파워상명:그래요.. 그렇단거군요.
@헤르멜:...그런거죠..(...)
둘의 오래전 장난끼섞인 대화에 잠시나마 차가웠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무언가 흐릿한 대화속에서도 프리파워상명은 침착하게 한가지 물어볼게 있었다.
헤르멜은 데자누스와 크게 인연이 없었다. 지난 구서버에서도 둘은 서버도 달랐고,
특별한 인연의 끈도 없었는데 갑작스레 데자누스에게 붙게된 이유가 궁금했었다.
@프리파워상명:이서버의 상황이 혼란스러워져 간다는거.. 알고 있죠?
적어도 헤르멜님이라면 데자누스의 측근이니까.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려는지
뻔히 알고 있을거고, 그게 좋은일이 아니란걸 알면서도 왜 그의 곁에 남아있는거죠.
자신을 속이는 일따윈 그만두시길 바래요.
아예 단도 직입적인 이야기가 되버렸음에도 직설적으로 지금은 이야기 하는편이 나았다.
괜히 마음을 돌려서 말한다면 어떤 오해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었고, 어차피 명왕성에 대해
적대의식을 갖고 있는것은 그 길드에 소속된 길드원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헤르멜:설령 모순이든, 그렇지 않든.. 남을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에 남아있는것뿐이에요.
@프리파워상명:...그러니까 왜 남아있을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이유를 묻잖아요!
특이하게도 둘은 묘하게 여러번의 감정선을 마구 넘나들고 있었고, 급속도로 분위기가
우울하다가도 차가워졌다가, 격해졌다가 단순해졌다가 변화가 매우 심했다.
그리고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던 그녀의 명왕성 소속에 대한 해답은 단 한마디에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헤르멜:그를 좋아하니까요! 이런 대답 들으니까 속시원한가요..?
@프리파워상명:......네?
헤르멜의 대답은 공기를 순식간에 차갑게 만들었다. 지켜보던 조이도 당황한 표정으로 혀를 찼다.
물론 대화를 나누던 프리파워상명도 어안이 벙벙해진 모습으로 세사람 모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형, 세상에 데자누스같은 무감각형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나요....이 반전은 대체."
"..........이건 뭐라 해줄 말이 없어, 조이.나도 처음 듣는 충격과 공포스런 사실이야."
"저 여성분의 취향은 뭘까요..."
".....노트로 굳이 조작하지 않아도 세상엔 알 수 없는 운명선이 가득한가봐."
"그나저나 형..데자누스라는 사람이 형보다는 능력이 좋은가봐요..."
"뭐라고?!"
헤르멜의 미스테리한 대답에 프리파워상명은 어처구니 없는 이상황을 뭐라 생각해야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장미와의 문제도 문제였지만, 세상에 헤르멜이 데자누스에 대해서 애정을
품고 있을줄이야. 이것은 애플파이 10대반전에 꼽힐정도로 기사거리를 삼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속을 가득 채웠다.
적어도 기억속에 잠재된 헤르멜은 제법 괜찮은 여성 유저였다.
그런데 어찌하여 데자누스같은 남자에게 끌렸는지 아무것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모든것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헤르멜은 원인도 결과도 알 수 없는
수학문제와 같은 난제를 지금 제공한 셈이다.
@헤르멜:이런 대답 들으니까 속시원 하냐구요! 바보 멍청이!
@프리파워상명:.....그렇진 않군요.
@헤르멜:...그래요, 그렇진 않겠죠..(...)
@프리파워상명:...아마도요..(...)
@헤르멜:..(....)
그리고 진지하게 아무리 생각하고 떠올려도 데자누스는 정말 로보트 같이
감정을 드러내는일도 없었고, 헤르멜이 좋아할만한 요소는 하나도 없는 무뚝뚝한 남자였다.
순간적으로 프리파워상명은 차라리 진현s보다 데자누스가 실전에는 더 강한거구나(?)라는
새로운 충격에 휩싸여 모든것을 버리고 데자누스에게 연애교습이라도 받을까하는 그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판단이 머리속을 강타했다.
@프리파워상명:하지만 데자누스는 당신의 맘 따윈 모르지 않나요.
@헤르멜:정곡을 찌르시는것도 여전한 기질이시네요~ 사실 그래요. 그렇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날 알아줬으니까요 ㅎㅎㅎ 최소한 곁에 두니까요!
@프리파워상명:그것만으론 부족하잖아요.혼자 그렇게 뒤에서 바라본다고 달라질것은 없을텐데요..
여기 저도 그정도쯤은 얼마든지 해줄수 있어요. 헤르멜씨 곁에 있어주는걸 원한다면 제가 더 낫지 않나요?
@헤르멜:흥~ 이보세요. 버스는 떠났다구요. 그러니까 그때 장미씨가 아니라 절 택했어야죠 바보씨!
하긴, 그당시에도 헤르멜과 살짝 애정전선이 이어질뻔 했었다. 기자단 활동을 도와주던 시절,
프리파워상명은 언제나 장미에게만 맘이 완전히 향했던것은 아니었었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헤르멜과 같은 여자와 결혼을 한다라면 더 좋았을지 몰랐으나 후회해도 지금은 늦은 상황이다.
@프리파워상명:나원참..어쨋든 지금은 짝사랑이란겁니까.
@헤르멜:그렇겠죠.. 언젠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프리파워상명:.....꿈깨세요..아가씨(웃음)
@헤르멜:꼭 그렇진 않을거에요!!
@프리파워상명:...그러길 바라지만요. 장미는 잘있나요.
@헤르멜:그럼요, 여전히 길드에 적응도 잘하고, 특별한 문제는 없어요 ㅎㅎ
장미에게 특별한 문제는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결국 남는 선택지는 단 하나.
헤르멜의 마음도 데자누스에게 가있었고, 장미도 데자누스에게, 자신과 오랜시간동안
인연의 끈을 맺어온 일부도 데자누스에게 가있었다. 그들 전체가 자신의 등을 돌리는 시점부터
어차피 외로운 싸움이었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을수 없다면? 이제와서 누가 다시 돌아올것도 없으니까 말이다.
어느쪽이든 어떤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받아들일수 있는 마음의 준비는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결론이 정해진 프리파워상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헤르멜에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 프리파워상명에게서 어떠한 말이 튀어나올지 이미 직감한듯 말수가 없어졌다.
@프리파워상명:더이상 알고 싶은건 없습니다.
@헤르멜:무엇을..말이죠?
@프리파워상명:그만.. 가십시오. 다음에 우리가 다시 만날때엔..
@헤르멜:............
@프리파워상명:"적"입니다. 데자누스에게도 전해주시죠. 이런 "안부"를.
헤르멜은 그 말이 무슨 의미를 파악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는듯, 아무런 대답은 하지 않은채
광장에 서있는 이동NPC 루라를 타고 조용히 사라졌다.
잠시 프리파워상명과 조이, 두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다.
다만, 진짜 싸움이 본 궤도에 들어서는것에 대해서 말없이 느껴지는 설레임이 감돌뿐이었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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