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을 짜는 자들]
남자는 천천히 와인을 음미하며 조금 전의 이상현상에 대해 슬그머니 미소짓고 있었다.
무언가 기분 좋은 향기라도 느낀것인지, 그는 잠시 일어서 와인잔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의 순간이랄까. 이것은 아무나 느낄수 없는 묘한 힘의 영역.
작은 빛과 같은 기운이 자신을 스쳐간것을 놓칠리 없었다. 순간의 찰나였지만, 분명 그 작은 빛줄기는
빠른속도로 하늘을 향해 날아가다가 어딘가에서 자연산화되었다.
처음 임무를 부여받을때부터, 그리고 한국에 막 도착할때 쯔음에 느끼고 있던
묘한 기대감이 드디어 수면위로 올라올듯한 예감을 제르엘은 즐기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은 자신이 찾고 있던 그때의 그 묘한 기대감을 몸소 체험하며 얼른 스스로의 실력을
발휘할수 있는 다음이 찾아오길 바라는중이었다. 분명 블랙문에서도 이번 사건의 시작과 처리를 위해서
자신을 지켜볼것도 뻔한일. 충분히 좋은쪽으로 흘러가준다면 조직 내부에서 자신의 위치를 끌어올릴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내에서 처리하라던 그 두남자는 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밑의 레벨쯤의 부하들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자신에게 이번 일들을 맡긴것은 그동안 조직내에서 가장 사이가 좋지 않은
미케로스의 견제를 위한 레니게의 지시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제르엘은 다시금 그 나름대로의 배려를
기분좋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일을 화려한 끝마무리로 처리할까 잠시 머리속에 떠올렸다.
`어차피 그 피래미들의 목숨은 기껏해야 몇개월. 언제 처리해도 늦지는 않지.
확실히 이 헤빌메이트의 힘은 반응 하는 사람에겐 최강의 능력을, 평범한 인간에겐 그 누구보다도
짧고도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한다는점에서 가히 최고스럽지만서도.
문제는 아까 그 힘의 근원지와 소유자가 누구냐에 달려있지.허나 놀라운걸.. 이 미지의 땅에서
이정도의 힘을 가진자가 있었다니..큭큭큭.`
그렇지만, 지금 그 자신이 느낀 힘은 상당한 능력자가 아니라면 함부로 내뿜을수 없는
다시 말하자면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헤빌메이트라는 힘에 대응되는 반대의 힘.
그다지 좋은 느낌의 힘은 아닌데다가, 전투쪽으로의 활용가치를 따져보더라도 보통내기로
상대할만한쪽은 아닌듯했다. 아직 자신에 비해선 제법 풋내기가 저지른 짓 같겠지만,
도발의 의미도 있을테고, 현재는 블랙문에서도 계속해서 추적을 하고 있는 그 국제탐정이란 조직도 골치덩이였다.
뭐 그렇다쳐도 아직 공식적으로 서로간의 정체에 대해선 딱히 알려진게 없는터라, 염려할건 없었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이 아닌 다른 간부들은 모두 각자 조직을 추적하는 주변의 걸리적거리는 이들을
소탕하는중이라, 생각보다 여유는 없었다.
어쩌면 그때문에 자신에게 이번 임무를 맡긴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이 들었던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방금 그정도의 힘을 가진 자라면 자신뿐만 아니라 조금 더 함께 싸워줄 다른 간부들도
필요할텐데 왜 자신에게만 그것을 지시했는지는 아직까진 의문의 영역이었다.
혹시 블랙문에서도 아직 감지못한 예상외의 상대일지도 모르겠으나, 어느쪽이든 살려두기엔
조금은 위험한 상대이기도 했기에 아무튼 곧 머지 않아서 강한 상대와 부딫힐것만 같은 느낌이 찾아와
제르엘은 자신마저도 먹어치울듯한 흥분이 온몸을 휘감고 있었다. 문제라면, 아직은 상대와 부딫히지 않았다는것과
어떻게 끌어내어 처리할것인가에 관해서 다시금 고민해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직접적으로 추적해서 싸우는것도 좋지만, 지나친 혼란을 만들 필요는 없었으니
스스로가 바라는것은 아주 조용한 뒷처리였다. 가급적 깔끔한 마무리를 해줘야 뒷탈이란것이 없을테니까.
제르엘은 그부분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보는듯 하다가,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면서 피우던 담배도 마저 다 피운뒤
자신의 정면에 왼쪽 손가락들을 탁하고 맞부딫혀서 공간의 일그러짐을 만들어냈다.
잠시후, 공간은 뒤틀리는듯 하다가 곧 다른 공간을 거울처럼 비추듯, 어떤 이들이 제르엘을 눈앞에서 맞이했다.
-샴차이.
제르엘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공간속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네, 말씀하십시오 제르엘님.
-재밌는 상대가 나타났어. 가벼운 테스트를 좀 하고 싶은데 말이지.
가벼운 상대라는 말에 샴차이는 제르엘을 반응하게 할만큼 상당한 실력을 가진자가 한국에 있을것이란
생각은 전혀 못했기에 다소 놀라는듯, 그러나 당황스러운 반응이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제르엘님. 그동안도 수차례 한국에서 위험인물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그런정도의 인물은..
-아니야, 분명히 있다. 내몸도 그리고 내 감각도 놈을 가리키고 있어.
잠시 기억속에 샴차이는 다시 되짚어봤지만 그런 인물은 접해본적이 없어서 있을리가 없었다.
아니 있었다면 애초에 제르엘이 나서기전에 자신들이 나서서 일찌감치 제거했을텐데, 제르엘이 반응했을정도의
`강한자`라면 생각보다 숨겨진 예상외의 복병이 있을지도 모르는 느낌이 찾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없었다. 혹은 그런 가능성을 가질듯한 기미를 보이던 이들은 오래전에 자신들이
깔끔하게 뒷처리를 해왔었기 때문에 샴차이는 애초 그런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었으니
한편으로 스스로들의 실력에 자신감도 충분했다.
그런데 제르엘은 그런 인물이 아직도 있다고 하니, 묘한 느낌이었다. 아니면 혹시나 이번에 처리하라고 했던
한진현과 사일러라는 두 남자에 대해서인지 물어볼 필요가 있었다. 그들 역시 조직의 블랙리스트위로 오른
위험인물들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혹시, 미케로스님의 아들인 한진현과 사일러라는 두사람입니까?
샴차이의 대답을 들은 제르엘은 처음에 정말 그들인가 싶어서 생각해봤지만 애초 그들이 그러한 힘을
가진정도의 놀라운 능력자들이라면 웬디르에게 한방에 나가 떨어져서 오늘 내일할 환자들도 아니었다.
그러나, 한가지 제르엘의 의중을 꿰뚫고 들어오는 포인트는 있었다.
어쨌든 아까 느끼기로는 진현이 존재할것으로 예상되던 근처에서부터 그 힘은 자신을 스쳐 지나갔다.
다시 세부적으로 파고 들어가보면, 진현과 관계가 있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그것이었고
그것도 아니라면 사일러의 측근일수도 있겠지만 그 주변에 강한힘을 가진 이들은 정보에도 없었다.
다만, 누군가가 어떤 경위로 어떠한 이유때문에 기운을 내질러 선전포고에 가까운 도발을 한것인지는
영 알 수 없겠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최소한 그들과 어떠한 접점은 존재하는 인물일것이란것.
잠깐동안 그 생각때문에 눈을 감느라 말이 없었지만, 이내 눈을 뜨고 대답했다.
-그들이 아니다. 내 예상하엔 그들 주변에 누군가가 있는것 같아.
-..그렇습니까? 혹시 의심이 가는 자라도 알고 계신것인지..
하지만, 제르엘 자신은 그동안 다른곳에 있다가 그것도 머나먼 이 한국땅에 처음으로 임무를
부여받아서 온것이고 그동안도 아무런 관계가 없었으니 알리가 없었다.
다만,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이정도의 힘은 충분히 블랙문과 자신에게 있어서 우습게 치부될만한
기운은 아니었다. 어딘가 미약한듯 하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뭔가 자신에겐 꽤 불쾌한 이 기운을
직접 스스로 짓밟아주고 싶은 묘한 능욕감이 그를 감싸고 있었다.
아주 처절하게 그리고 비굴해지게 만들어서 두번 다시는 그러한 힘을 쓸 수 없게 완전히 죽이고 싶다는
그 생각말이었다. 제르엘의 강한 욕구를 느끼듯,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것들이 일제히 작은 떨림을 일으켰다.
그러나 점점 더 강렬해지는 그의 기운속에 탁자에 있던 유리컵이 떨어져 깨져 버릴때쯤, 제르엘은 비로소
방출을 멈추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아니 어느쪽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이것이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로 놈이 우리의 존재를 눈치채고
먼저 선제공격을 가하려 한건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두남자의 소재지는 파악하고 있겠지?
-네, 하지만.. 그동안 제르엘님의 지시가 없어서 이쪽에서도 손은 쓰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머지 않아 그들이 머무르고 있는곳의 행방정도는 파악하는것은 가능할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사실 제르엘 입장에서 그다지 대답할것도 없었다. 허나, 확실한 결정을 내려주는것은 필요했다.
-..간단해. 우선은 조만간 X포인트로 합류한다 모두. 곧 알아봐야 할것들이 슬슬 나타나고 있어.
그리고 지금 나눠진 나머지 블랙문의 조직원들을 모두 소집시켜. 나머지 이야기는 X포인트에서 합류후,
나의 결정과 지시에 따라서 시행한다.
-알겠습니다, 제르엘님. 곧 바로 모두 이동시켜서 합류하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도록하지.
제르엘은 가벼운 손짓으로 공간을 닫아버렸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몇가지의 가벼운 손짓을 통해
챙길만한 물건들을 움직여서 손에 움켜진뒤 검은 양복 정장을 챙겨 입고 급히 호텔을 빠져나와 어딘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참동안이나 프리파워상명과 조이는 침묵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사태는 급속도로 커져가고 있었고,
이제는 문어발식으로 사건들이 마구 터져나오고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대응은 꿈도 꾸지 못했다.
이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부분이었다. 적어도 그들의 반경을 벗어난 범위밖의 문제들은 알아챌수가 없는것이 사실이니까.
일단 조이의 이야기대로라면, 예전에 언급된 데자누스나 암흑세계의 차원을 넘어서서 그들은 또다른 강적들을
맞이할 준비까지 해야했다.
당연히 지금은 게임속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그점때문에 한참 대화가 없어진것에 대해 메이린과 그리고 나머지
ⓗⓐⓟⓟⓨ엔딩™ 길드원들은 물론, 진현도 왜 갑자기 프리파워상명이 침묵하게 되었는지 궁금했으나 그가 직접
말을 꺼내야만 비로소 알 수 있을뿐이었다.
어느쪽이든간에, 지금 조이가 말한 부분들을 참고하자면 직접 움직여서 진현을 둘러싼 배후의 적들로부터의
침공을 이쪽에서 선방해야 되는것이다. 조이라면 싸우는것이 가능할지 몰라도 자신은 아니었고, 더 나아가서
왜 진현이 수수께끼의 적들에게 둘러싸여 생명의 위협까지 당하게 된건지는 미스테리였다.
"조이, 그럼 어떻게 된거지? 우리가 싸워야 할 암흑세계가 아닌 또다른 배후의 세력이 있다는것은..
진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것 같은데 말야. 뭔가 관계가 있겠지만 알고 있는거 없어?"
하지만, 조이 역시 이런 예상을 뛰어넘는 상대들을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거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고,
아까전 진현의 상태를 점검하던중 아차 싶었던 부분도 있었다. 좀전에 진현을 둘러싸고 있던 그 기운은
기존 암흑파워에서 개량된 형태, 하지만 힘의 원형은 달라져있어서 자신의 힘과 충돌을 일으키지만
상쇄는 되지 않았다.
오래전 돌로레 마법학교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던중, 우연찮게 보게된 금기시 되었던
금서들을 떠올렸을때 당시 암흑파워라 불리던 헤빌메이트의 형태들을 심심풀이로 읽었던적은 있지만
정확한것까진 다 떠오르지 않았다. 좀더 확실히 해두자면 까먹은거지만.
조이가 심각하게 생각하는것을 본 프리파워상명은 조이가 집중하는것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차원에서
잠시 걱정하고 있을 ⓗⓐⓟⓟⓨ엔딩™ 길드원들과 일단은 게임내에서의 대책을 좀 마련할 생각이었다.
조이는 조이 나름대로 생각에 잠겨 있는등, 복잡한 상황들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었다.
급한대로 ⓗⓐⓟⓟⓨ엔딩™ 길드원들이 뭐하고 있는지 파악하려고 모니터로 시선을 돌린 사이,
이미 한참동안이나 채팅은 번져있었던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루카스는 이번에 카즈키란 왠 듣도보도 못한
유저랑 일찌감치 결혼한것 같았고, 메이린은 진현s에게 가있었다. 광장을 둘러보니, 혼자만 열심히
아직도 서있었는데 몇몇 유저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와 말은 걸었지만 대답이 없어서 잠수라 생각하고 간 모양이다.
루카스는 티모레에서 벗어나 돌로레로 이미 떠나서인지, 길드창에는 [돌]로 표시되어 있었지만
메이린과 진현은 아직 티모레내에서 있었지만 위치 파악은 하지 못했다.
"...흐음 녀석들. 조금만 기다리지. 조이 생각해봤어?"
마침 얼마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조이는 상명의 재촉에도 불구, 별다른 대답은 하지 않았다.
실은 무언가 손에 잡히는 실마리를 알아낸것도 같았지만.
`...헤빌메이트는 변종도 가능한데..제 1의 형태는 암흑. 더 나아가면 어둠. 계속 발전에 개량.
으.. 그다음은 모르겠어. 문제는 설명해도 이해가 되느냐겠지만..;
사실은 조이의 생각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이남자가 이해를 할것이냐가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데,
조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저지른 실수 아닌 실수가 못내 걸렸다. 원래 조이는 진현의 상태를 감지할때,
그가 암흑세계의 인물인지에 대한 가능성을 두고 급히 알아보려 할때쯤 혹시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헤빌메이트 (암흑파워)의 개량형태에 대한 이론을 과거에 볼때, 암흑은 힘과 힘이 부딫힐때
상대에 대한 감지 즉, 어디에서든 힘에 대한 감지까지는 할수가 없다고 했었는데 개량형태가 되어
발전된 힘이 되버리면 상대에 대해 인지할수 있는 원리가 떠올랐다.
그때문에 혹시나 조이는 순간적으로 진현의 캐릭터를 향해 손을 내밀때 느껴지던 어둠의 힘에 관해서
무언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던것이었다. 하지만, 이남자는 그런 암흑세계와는 거리가 좀 느껴지는
정확히 따져보자면 그런 집단에 스스로가 들어갈만큼의 사악한 의지는 느껴지지 않았던 좋은 느낌의 남성이었었다.
생각해보니 상명과 같은 남자가 마음을 열고 대하는 사람은 자신과 장미 이외에는 별로 본적도 없었던것을
감안한다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겠지만, 속사정을 알수가 없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저지른것만 같은 이 실수에 대한 기분 나쁜 예감이라면 무엇보다도
적어도 이정도의 능력자들이라면 굳이 진현이라면 언제든 충분히 제거가 가능했다.
특히 헤빌메이트를 이용해서 신체의 강제 자연사를 이끄는 그 힘은 오래전 자신이 한번 우연찮게 볼때에도
스스로의 분노를 느끼게 할만큼 악용하면 얼마든지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은 인간 이하의 가치로
생각하며 가지고 놀수도 있었고 그러한 일부의 실제 사례들도 금서에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염려가 되는것은 그 정체 불명의 베일에 쌓인 이들이 맘먹고 노리고자 한다면
진현은 둘째치고 바로 자신에게 화살을 돌리는것이야 쉬운일이었다. 문제는 그리되면 자신은 싸우는게 가능하지만,
자신을 도와주기로 한 프리파워상명이나 혹은 언제 죽을지 몰라서 상태가 불안한 진현, 그외에 상명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운명은?
조이 자신은 정말로 상관이 없었고, 그들이 싸움을 걸어와도 이쪽은 충분히 해볼만 하지만
아무래도 전투력이 완전히 전무하여 페이트건에 모든걸 의지하는 상명은 사실은 도움이 되긴 조금 힘들었다.
문득 한숨이 흘러나오는것을 상명도 보고 있었지만, 뭔가 대답이 없던 조이가 걱정되었는지
흘낏 쳐다만 보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상명은 뭔가 눈치라도 챈것처럼 조이의 한숨이 나온뒤에 슬그머니 물었다.
"나때문이야..?"
"...에? 무엇을요..?"
조이의 한숨이 말하는것은 스스로가 보기에도 이번 싸움에 관해서는 그냥 대충 때리고 치고박는
그런 보통의 싸움들이 아니라는것도 조이를 처음 볼때부터 쭉 눈치채온 부분이지만.
하지만 조이 입장에선 그러한 상명의 반응이 다소 신기하기도 했다.
뭔가 놀라운 표정으로 상명을 바라봤지만, 아까 한말이 맘에 걸리기도 해서 솔직하게 말하기로 생각했다.
어차피 자신 혼자 싸울것도 아니고, 여차하면 그 `어둠의 세력`들이 자신이 아니라 우회해서
만약이라도 상명을 먼저 노리면 지킬것도 생각해봐야겠지만 일일히 다 신경쓸수는 없었다.
대응 수단정도는 만들어야 비상상황시에 손을 쓸수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보면..
아주 방법이 없는건 아니었지만 우선적으로 해야될것은 그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대책마련을 구성해야 했다.
온통 걱정거리속에서 조이 또한 머리속이 복잡해져 오고 있었고,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늘상 이런식의 일들뿐이었다.
웃을수 없는 긴시간의 연속들. 다만, 이남자를 만나서 무언가 마음속에 맺혀온 지난 이야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느껴온 서로간의 의지들이 요즘은 자신을 바꾸게 하는 부분이 있어서 그게 문득 신기한때가 있었다.
다시 또 생각해보면, 서로 각자가 겪어온 지난 일들, 과거들. 그때문에 닫혀버려서 더이상은 타인을 신뢰하지도 믿지도 않고
삶에 대한 동기부여마저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두사람의 우연찮은 만남들은 또다른 기대감을 만들었다.
`...괜찮을까? 그리고 난 어떻게 하면..`
모든걸 짊어지고 싸운다는 의식만이 늘 자신의 머리속에 남아 맴돌았다. 물론 이곳에 오면서 그러한 생각들에서
조금은 벗어난 부분도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운명의 꼬리표에서는 벗어날수 없다. 숨은 막혀오는데,
돌아갈곳도 그리고 뒤를 돌아볼곳도 없어서 외로워진 나날들. 자연스럽게 조이의 시선은 창밖으로 흐르고 있었다.
바깥은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밝은 햇빛속의 좋은 풍경들, 나도 저렇게 평화로운 날들을 보낼수 있을까.
그때에 뭔가 혼자 심각해진 조이의 어깨로 상명의 손이 올라왔다. 순간적인 안도감을 조이는 느꼈으나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주어진 현실의 무게감이 이 어린 소년에겐 견디기 힘든 무거움이었으니까.
어쩌면 지금까지 버텨온것만 해도 대단한지 모른다. 그때문에 프리파워상명은 때로는 그런 조이의 무거운
마음들과 시선들이 한편으로 많이 걱정도 되었던 부분들이 있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야 조이? 괜찮니?"
그런 상명의 행동에 조이는 이내 웃음지었지만, 그 웃음이 많이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뭔가 억지로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조이의 모습속에서 상명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조이를 바라보았다.
"...헤헤, 아니에요. 앞으로 강한 사람들과 싸우게 될거니까..음 ..형도 그러니까..에.."
상명은 조이가 말하고 싶은 바를 다 이해할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의미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분명히 싸움들이 벌어지게 되면 상상이상의 커다란 전투들이 될것이고, 뭔가 자신도 짐이 되어서
조이가 더 힘들어질수도 있을테니까. 그렇겠지, 조이는 내가 아냐 그래도 아이일뿐이지.
"괜찮아 조이.. 혹시나 나라든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다쳐서 또 혼자가 될까봐 두려운것들도 있지?
오래전에 네가 겪은 일들이 또다시 생길까봐. 그것은 너로 인해 생긴 일들이 아니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도, 너에게 짐이 되진 않을거야. 오히려 너를 지키려고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지.
이 나도 그놈들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건 말이야.
우리가 함께 싸워가야해. 네가 모든걸 짊어질 필요는 없어. 너에게도 누군가가 필요하다는걸 잘 알거든.
내가 겪어본 마음들이니까. 너무 혼자 마음속에 살지마, 돌아보면 너를 이해해줄 사람들은 많이 있어.
알겠지?"
".......아."
무언가 숙연해진 조이의 모습에 문득 다시 괜찮은건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지만, 일단 그들과의 싸움을
하려면 이상태로는 힘들었다. 게다가 좀 전에 보여진대로 진현에겐 아예 페이트건 자체가 먹히질 않아서
이쪽도 대응수단을 변경해야만 했다.
"아무튼..그놈들에겐 지금 우리의 힘이 통하지 않는다는거잖아. 그럼 방법을 생각해보자구 조이.
나도 이상태로는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건 알고 있어. 그렇지만, 시간이 없다. 진현이 왜 무슨일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나도 듣고싶어. 녀석에게도 물어봐야 할일들이 있고. 답답하긴 하지만, 어떻게든
헤쳐가는수밖에.. 일단 진현에게 물어볼게. 무슨일이 있었는지 듣는수밖에 없을거야.
음, 그리고 너무 마음에 두지말고 원래 하나보단 둘이라고 하하.."
그리고 급히 상명은 다시 의자에 앉기 시작했다. 조이는 그런 그의 모습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지만,
아무생각도 하지 않았던것은 아니었다. 상명의 말대로, 그들에게 힘이 통하지 않는건 맞지만서도,
그것은 페이트건 때문이었는데, 아주 방법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상명에게 무언가 소중한
사람이란것도 알고 있었으니 최소한의 비극을 무조건적으로 막아주는게 최고였다.
문제는 조이의 입장에서 이 페이트건을 그들의 힘에 맞춰 개량된 형태로 쓰는것은 상관없지만,
상명의 상태를 고려할때에 꽤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었다.
`...사상 최강의 비밀병기라서 지나친 위력으로 사용이 금지되었던 물건인데..이 사람 믿어도 되겠지..
어차피 그들의 헤빌메이트에 맞서기 위해 제작된거니까, 용도와 형태를 바꾼다면 엄청난 위력의 무기가 되겠지만.
단지..나조차도 이건 만지기가 너무 겁나는 무기였지..`
그 와중에도 조이는 페이트건을 이리저리 만지작 거렸다.
`그 위력을 이사람이 감당하느냐에 달렸어...`
자신은 그냥 그들과 직접 맞서 싸워도 되지만, 어쩔수없이 상명에게는 전투능력이 전무한 인간이기에,
최소한의 생명은 지키게끔 해줘야 했다. 조이는 페이트건의 뒷쪽부분에 달려있는 작은 단추를 눌러
그안에 만들어진 작은 버튼들과 그리고 - 상명은 본적이 없었지만 - 대륙의 언어로 쓰여진 `봉인 해제` 버튼을
눌러 기어를 `위력 조절`에서 `일반`을 `전투`로 탄환 변동을 시작했다.
설령 자신들에게로 정해진 운명이 `죽음`이라 할지라도, 어쩌면 조이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그 누군가가 노리는 속셈은
그 자신을 찾아내서 상명과 함께 죽일 생각이란것은 예상하기 어려운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건
정해진 싸움의 운명을 돌파할 생각이었다.
그 누가 자신들을 노릴지라도.
어쨌든 사건의 중심과 방향은 블랙문으로 흐르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전 발견한 검은 먹구름의 형태는
그들이 곧 습격할것을 의미하고 있었지만, 진현과 사일러는 아무것도 대응할수없는 현실을 알고 있었다.
"자네는 알고 있던가? 검은 먹구름의 기상 이변이 발생할때에는 그들은 꽤나 가까운곳에 존재한다는것을
암시하는 나름대로의 경고의 의미이기도 하지."
하지만 진현도 충분히 자신의 과거에 그런일을 본적이 있었으니 모를리는 없었다.
마치 각오라도 한듯, 사일러의 이야기에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들을 죽이러 올때쯤엔 검은 달이 떠오른다죠. 꽤 가까운곳까지 찾아온듯 해요.
하긴, 그 위험한 장난을 쳐놓았으니 우리들이 레이더망에 나타나겠죠.."
블랙문의 대표적인 힘인 헤빌메이트는 애시당초 단순히 강제 자연사를 빨리 이끄는것 외에도,
자신들이 설치해둔 일종의 망이었다. 위치를 강제 공유할수 있는 특성 때문에, 블랙문은 이들의
위치를 찾아내는것이 그다지 어려운일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블랙문은 무슨 꿍꿍이에선지
계속 며칠째 검은 기류만 형성시켜서 이들에게 금방이라도 찾아올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꽤 시간을
끄는축에 속했다.
그점에서 이 둘에겐 각자의 의문점이 존재했지만, 진실은 알 수 없었다.
"...후우, 이렇게까지 금새 손을 쓰려고 나타날줄은 몰랐지만. 어쩔수가 없지.
어떻게든 놈들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긴 해야되지만, 우리들 몸안에 주입된 그들의 술수가
풀리지 않는한은 벗어날수는 없네."
"...그렇겠죠. 자신들을 추적하는 이들을 비밀리에 매번 제거해왔던 조직이니.
정체불명의 목적도 궁금하지만, 이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그 하루하루가 아쉬울뿐입니다.
음..."
진현도 마음같아선 지금이라도 그들과 맞서서 어떻게든 발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무의미한 짓이었다. 아쉬운 마음이 굴뚝같이 찾아오고 있었으나 어떠한 방법도 대응도,
지금은 생각할수 없었고, 무엇보다도 자신의 여자친구 윤영과 그리고 친구인 상명이 너무나 머리속에
떠올라 미칠듯한 기분이었다.
자신은 이제 살아갈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러려니 쳐도, 그 둘이 당해버린다면 결국 자신으로 인해
소중한 이들이 희생당하는것이다. 다만 진현의 불길한 예감은, 어쩌면 그들의 악랄했던 지난 과거를 목격했던것을 볼때,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당시 과거에, 진현은 자신을 찾아온 블랙문의 조직원들에게 억지로라도 죽으려했으나
양부모들만 죽었을뿐, 오히려 블랙문은 그런 진현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리면서도 비웃듯
그에게 헤빌메이트의 힘을 주입시켜 평생을 상처속에 살아가게 만들어놨다.
잠시 진현은 윤영에게 문자를 보낸뒤, 마침 접속해있던 프리파워상명이 생각나
다시 침대에 앉아 그에게 그동안 하지 못한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때에.. 타이밍 좋게 어디선가 자신이 하려던 귓속말을 상명이 먼저 선수쳐버린 귓속말이 그를 맞이했다.
얼마되지는 않은것 같다. 비교적 채팅이 늦게 올라간것과 아까전 길드채팅의 흔적이 남은걸로 봐서는 말이다.
@프리파워상명:진현, 보여? 여기는 상명.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진현은 가볍게 그에게 대꾸했다.
@진현s:어? 상명.. 아까는 불러도 한참 말이 없더니 어디갔다가 이제 온거냐? 나갈려고 했다니깐 ㅋㅋㅋ
@프리파워상명:아아..이쪽도 일이 좀 있다구. 이 슈퍼스타님이 바빠서 말이야 ㅋㅋㅋ
순간 진현과 사일러는 프리파워상명의 슈퍼스타란 말에 풉하고 웃었지만
뭔가 예전과 다른 느낌도 들었다. 이전의 그였다면 그냥 무뚝뚝한 무의미 인사를 남기기 일쑤여서 얼음덩어리였는데,
요즘은 그러니까 능구렁이같이 눈치가 빨라져서 대응이 참 신기해졌다.
하지만 그 반대편의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은 사실, 진현을 꾀어보기 위한 술책을 시작하고 있었다.
"아무튼 녀석을 직접 만나보자고?"
"아무래도 그게 좋아요.. 어쩌면 놈들이 진현씨를 미행할수도 있겠지만, 이쪽도 이번에 바꾼
페이트건의 위력을 실험해볼겸, 진현씨의 과거를 좀 읽어볼 필요가 있어요..
그러면 배후에 가려진, 그리고 형이 그토록 궁금해하는 그들이 저지른 짓들도 조금은 알수가 있겠죠."
"으으음 그렇군? 어떻게 꼬셔본다..하지만 녀석은 병원이라구. 함부로 나올수가 없어.
운명탄 자체가 통한다면 좋겠지만.. 무슨 방법이 없을까나.. 그나저나 이번 페이트건은 뭐가 문제인데?"
"..하여간 아무데나 난사하면 정말 큰일나니까 필요한때에만 써야되요. 적들을 노리는거니까요.
그리고 거기 건 근처에 누르는것들이 있을건데 그거 함부로 누르지마요.. 페이트건이 늘어나게 될거에요."
"...알았다."
조이의 특이한 술수에 감탄도 했지만, 요점은 진현의 상태 점검을 위해서 그를 어떤 경로로든 수단 방법 가리지말고
무조건 불러내야 했다. 처음에 상명은 조이가 진현을 꾀어내서 불러내잔 말에 미쳤냐고 얘기했다가,
조이가 설명해준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마도 그 정체불명의 적들에게 위치를 뭔가 들켜버린 느낌도 들지만, 만에하나라도 이쪽에서
진현을 좋다고 만나러 가버리면 그것은 상대쪽이 원하는 결과가 되서 한꺼번에 포위를 당할수가 있어서란것이
조이의 설명이었다. 즉, 일을 조금이나마 쉽게 해결하기 위해선 어차피 베일에 가려진 배후의 세력들이
진현이 무조건적으로 자신들을 만나러 오게 되면 추적을 하든 어쨌든 움직일테니까 말이다.
바꿔말해서 조이의 의견은 원정이 아니라 이쪽에서 상대쪽이 오길 기다렸다가 역으로 소탕하자는 것이었다.
어찌보면 확실히 조이가 똑똑한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지금으로선 그냥 조이의 말을 듣는게 나았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진현이 있는쪽으로 향해서 당해버리면 정말로 난감한 상황이 튀어나올테니까.
아무튼간 결국 목적은 진현을 꾀어내는것이다. 그리고 상명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진현에게 접근하는 방향으로 향했다.
@진현s: 요즘은 별문제 없는거지? 하도 오늘 말이 없어서 무슨 심각한일 있는건 아닌가 싶었지.
@프리파워상명:응 그건 그렇고.. 언제 한번 좀 만나고 싶은데, 내일이라도 가능할까? 네가 무지무지 보고싶어 죽겠거든.
@진현s:응? 만나자고?
도대체 프리파워상명의 속셈이 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이 무턱대고 마주치자마자 바로 내일 만나자는 얘기에
조금 어안이 벙벙해졌다. 뭐 어차피 문제될게 없는건 맞는데, 자신은 병원에 있는데다가 프리파워상명에게
블랙문과의 문제에 대해선 아직을 말을 하지 않았기에 진현의 입장에선 가뜩이나 지금 본인이 자신의 문제로 인하여
똑같이 심각한 문제에 처할지 어떨지 알수도 없는데 만나자는 얘기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즉, 진현은 그 나름대로 회피를 할 필요가 있었다. 어떤부분에서 일이 터지더라도 진현은 자신만 희생당하면
되는건데, 거기에 자신의 친구를 끌어들일 필요가 없는 점에선 좋은 생각이었고 반대로 프리파워상명에겐
그것이 곧 미친짓이 될 지경이라 사태가 겉잡을수 없이 흘러가버릴 우려가 있는것이다.
뭔가 양쪽 모두 서로의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떻게든 서로를 자신의 영역으로 끌어당겨야 했다.
@프리파워상명:그래~ 뭐 이쪽에서 만나러 가고싶긴 한데, 내가 차비도 없고 좀 바쁜일들이 많아.
길드도 관리해야되고 너도 알다시피 내가 연애쪽이 약하잖아? 직접 현실 교습을 받아보겠다 이거야~
@진현s:...그, 글쎄^^; 너야말로 알겠지만 여긴 병원이라 나 찾아오는 사람도 많고 어떨지 몰라..
"사일러씨, 이건 생각지 못한 부분입니다.. 제가 가버리면 놈들의 레이더망 때문에 제친구가 위험해질텐데요..
괜찮을까요?"
하지만 이상황에서 프리파워상명의 무리한 부탁(?) 때문에, 사일러의 입장도 공교롭게 되버렸다.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 블랙문이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데다가 그 친구라는 자는 블랙문의 블자도 모를테니,
다녀오는건 상관없다고 생각하긴 했다.
"블랙문도 아마 우릴 동시에 노릴테니, 굳이 따로 따로 흩어진다해도 문제될건 없을것 같네..
다녀와도 상관은 없을게야. 어차피 우리가 붙어있건 혹은 떨어지건 놈들은 우리의 위치를 대강 파악하고 있지.
여차하면 자네도 마음을 비워두게 하하하..."
사일러의 반 농담식의 대처방법에 진현은 슬그머니 웃음도 나왔지만, 과연 지금 자신이 움직이는게 나을까에 대해선
영 결정하기 어려웠다.
"뭐 상관없겠지만요.."
@프리파워상명:뭐 어때? 하루쯤만 시간을 내달라고, 그리고 우리가 직접 못본지도 너무 오래됐어.
내가 직접 가주면 좋겠지만, 날 배려해주는 널 위해선 그동안 열심히 하는게 전부라고 생각했거든.
어떻게든 일단 내일만 좀 시간을 내줬음 해.
@진현s:흐음...ㅎㅎ 하기야, 너 차비도 없다는데 이몸께서 한번 가주는것도 좋겠지.
그나저나 내일이라니..너무 갑작스런 부탁이야. 그래, 알겠어. 하지만 난 지금부터 준비를 좀 해야할거 같은데..
진현의 결정에 상명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이라도 끝까지 거절했다면 끔찍한 상황도
생각해볼법 했는데 다행히도 예상보다 무난하게 흘러가서 곧바로 다음 대책들을 생각할수 있었다.
당분간은 어쩔수 없겠지만.
급히 조이와 프리파워상명은 슬슬 마주치게 될 그 배후의 세력들과의 첫 대면을 마음속 깊이 새겨두면서
각자 일전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진현은 진현 나름대로, 왜 굳이 자신을 졸라서까지
그토록 만나자는건지 이해가 안갔지만, 간만의 만남을 위해 게임을 빠져나가서 가볍게 짐을 준비하는 한편,
사일러와 여러가지 다음 상황들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티모레 거목의 숲을 미칠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상당히 가벼운 복장들에 복면까지 쓴 이 남자는
굉장히 빠른 이동속도로 날아가 어느 허름한 집 근처에 도착하자마자 문을 박차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놀라운것은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남자를 대하는 긴 로브를 입고 책상에 앉아 태연하게 맞이하는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마법사의 모습이었다.
"......오실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여전하군 자네는.. 마법학교로부터 떠난지 몇년만인지도 모르겠군."
다시 예의 짧은 무덤덤한 대답.
"...또 그 이야기입니까, 엑스로트 경. 아니, 말할까요? 당신의 진짜 정체를."
그의 태연한 대답에도 불구, 엑스로트는 억지로 감정을 자제하는듯 했지만,
순식간에 그 마법사의 곁으로 다가가 긴 장검을 그의 목 근처에 살며시 갖다대었다.
".....어쩔 생각이시죠. 엑스로트 경. 저를 죽인다고 할지라도 달라질건 없습니다.
하고싶은대로 하십시오."
"...위지, 우린 더이상 방관할수 없네. 놈을 막아야만 해."
위지라는 마법사는 여전히 책상에서 무언가의 마법서들을 천천히 읽고 엑스로트의
대답에는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그 침묵은 생각보다 길었다.
방안에는 몇개의 촛불만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만이 감돌고 있었지만
둘의 기운은 그 어둠들마저도 빛으로 느껴질만큼 충분히 환한 상태였다.
"자네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런일들이 생길거란걸 알고 있지 않았나? 우린, 시대의 운명을
거부하고 있어. 그 나름대로 언젠가는 우리들의 행동도 결국 그에 대한 댓가를 치를뿐일세.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안되!"
"물론 알고 있습니다, 엑스로트경께서 그런 이야기 하지 않아도, 어차피 운명의 흐름은
정중앙에서 변하진 않았습니다만. 그런 당신은 왜 스스로의 영혼을 분열시켜서까지
비극을 자초하시려는 겁니까? 아니면 그 아이를 위해서..?"
".....그 이야기는 아직 할 수 없네. 나에게도 내가 지켜내야할 마지막 소중함이 있으니까.
허나, 부탁하네. 자네를 비롯한 대륙의 극소수의 그들이 나서주지 않는다면 세상은 끝일세.
애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될 일들이었지.
나에겐 그당시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었고, 어쩔수없이 죽음이냐 아니면 자네가 말한
둘로 분열된 삶을 살아갈것인가 결정해야만 했지. 내가 사랑하는 모든것들을 지키기 위해
내가 나를 버리고 속이는 삶이 내가 택할수 있는 모든것의 결정체였네."
엑스로트는 말을 마친뒤, 위지의 맞은편 의자에 그대로 앉았다. 하지만 여전히
무거운 분위기는 방안을 그대로 감돌고 있었고, 바깥은 폭우은 물론,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고 있었으나
문은 그대로 열려있었다.
그럼에도 둘은 그것에 신경쓰지 않는듯, 첨예한 분위기였다.
위지는 잠시 엑스로트를 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다시 마법서를 읽어나가면서 그옆의 문서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나갔다. 하지만,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그를 비통하게 바라보는
엑스로트의 모습에 위지는 조금 망설이듯, 그러나 다시 냉정한 표정과 말투로 이야기했다.
"...제가 해드릴것은 더이상 없습니다. 이미 오래전 5차 암흑 전쟁에서도 저는 모든 힘을 다해
싸워주었으니까요. 돌로레에서 수차례 마법학교의 교사로 그리고 대교수로 지내오는동안
마법학교는 과거의 부패함이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전 분명히 경고했을텐데요, 엑스로트경.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버린 당신의 운명의 댓가일뿐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도 전 당신에게
돌로레를 떠나기전, 그토록 부탁하고 당부까지 잊지 않았던걸 기억하시진 못하시는지요..?"
"...내가, 내가 어리석었네! 순간의 사랑으로 모든것을 버린 그때의 잘못을 난 부정하지 않네.
허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리고 레니게의 거대한 암흑의 속셈을 알았을땐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네.
다른건 더이상 잃을것이 없지. 하지만..하지만 말일세. 나에겐 지켜야할 마지막 한사람이 남아있어.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부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만 부탁해 위지군!"
엑스로트는 위지를 향해 진지하게 무릎을 꿇고 몸을 숙였다. 그럼에도, 여전히 위지는 냉정히
엑스로트의 말에 대해 일말의 대꾸없이, 묵묵히 자신의 할일만을 하고 있었다.
"...가십시오, 엑스로트경. 화가난다면 그자리에서 절 베어버리시지요.
이미 속세를 떠난 몸입니다. 더이상 드리고 싶은 말은 없군요. 이 대륙과 함께 눈을 감는것도 좋겠지요."
".....그런가, 위지. 그 아이는 정말로 자네를 무척이나 존경하고 따랐지. 지금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갔는지
알수가 없지만 말이야. 나를 위해서가 아닐세. 나는 이미 잊혀진 사람일테니까. 아마 어딘가에서,
날 많이도 원망하겠지..? 알고 있네, 난 단지 사죄하고 싶을뿐이야. 나를 너무 미워하진 말아주게.
그러나, 그아이는 아무 죄도 잘못도 없이 태어날때부터 혹독한 운명의 길을 걸어왔어..
그아이 혼자서 버려진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힘들어하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는동안 난 아무것도 해주질 못했어.
난 이미 내영혼을 걸었고, 아마 머지 않아 그 한계가 드러나겠지. 허나, 이번 싸움에서 그들을
막지 못한다면 난 그 누구보다도 더 깊은 후회속의 나날을 살고 말거야.
부탁하네, 위지. 그동안의 인연과 그리고 그 아이를 위해서, 다시 한번만 나서주게.
그리고, 앞으로 내가 없는것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할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자네가 곁에 있어주어야해.
내가 아니라, 조이 왕자를 위해서 말일세!"
문득 위지는 엑스로트의 강한 부탁을 듣고 눈을 지그시 감고 얼마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엑스로트는 깊이 무릎을 꿇고 조금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저라고 해도 별수는 없습니다, 엑스로트경. 그러나, 그들은 또다른 운명선의 길로
들어섰을겁니다. 머지 않아 우리와도 곧 만나게 되겠죠. 갑시다, 엑스로트경.
어차피 당신의 나날도 그 아이의 나날들과 똑같은 긴 어둠속의 나날이었던것, 알고 있습니다.
미래의 내일을 위해서 우리들 어른이 나서지 않으면 안될 의무가 있겠죠?"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엑스로트는 고개를 들어, 위지에게 물었다.
"...고맙네, 위지군..! 헌데, 그가 아니라, 그들..이라고?"
위지는 태연히, 여러가지 마법서들을 자신의 비단향 가방안에 넣고, 책상의 맞은편 방에 들려
2~3개의 지팡이를 막 꺼내오며 대답했다. 마치 당연하다는것처럼 어깨를 으쓱하며.
"네, `그들`이요. 머지 않아, 이세계에 거대한 충돌이 일어날겁니다. 우리들의 모든 흑역사와 잘못된 운명의 길을
개척해줄 조이왕자 일행이... 그리고 다시 머지 않아, 이세계에 시간의 역행이 발생할겁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들이 만난 이 현재의 상황도 그때에 가면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되버릴지도 모르죠.
그렇게 되버리면 분명히 조이왕자는 죽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은 그전에 돌로레로 향해서
특이점과 운명의 우연현상을 조작해서 그들을 구해내야만 하죠. 허나, 신이 정해준 섭리는
한낱 인간들이 바꿀수 없겠지만, 그만큼 우리들은 그 댓가를 각오해야만 합니다.
굉장히 슬픈 일들을 이번에 많이 겪게 될것 같군요.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되셨습니까.
가시죠, 엑스로트경. 우리들과 앞으로의 세대들이 맞이할 긴시간동안 이어진 흑역사와의 결판을."
말을 마친 위지는 조금은 비장한 표정으로 먼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고, 곧바로 엑스로트도
짐을 급히 꾸려 위지를 따라나섰다.
상명은 학교의 교문 근처에서 진현과 약속된 장소에 서있었다. 간만의 외출이라 신이 난건지 조이는
도저히 싸우러 나온것 같지 않은 해맑은 표정의 모습으로 언제나 그렇듯, 상명의 옆에서 팔짱을 끼고
매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괜시리 초조한 마음에 상명은 괜한 심술보가 발동하여 조이의 사랑스러운 팔짱(?)을 뿌리친채
혼자 근처에서 구석진곳에 자리잡고 담배를 피우며 긴장을 달래는 모습이었다.
일단 어제 약속한대로 진현과 이 근처에서 만나기로 되있었던데다가, 조이와는 진현의 배후에
존재하는 어둠의 세력들의 정체를 파헤치기 위해 일찌감치 전투 계획까지도 잡아놓고
불시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모의는 많이 해두었지만 영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는지,
혼자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당초 예정된 계획으로는, 조이는 진현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몰래 떨어져 있다가
상명과 진현이 대화를 끝마치고 난뒤에 떠날때쯤 근처에 존재할 배후의 세력들을 예상해서
전투에 바로 돌입하기로 했고, 상명과 진현은 조이가 전투를 시작할때에 진현이 다칠것을 염려해
상명에게 미리부터 페이트건에 마법탄을 모두 채워놨다.
"...슬슬 올때가 되었는데."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상명은 자신의 옆에 놓여진 가방을 이리저리 신중하게 다시 한번 바라보면서
혹시 뭐가 빠진건 없는지 살펴보았지만, 워낙 꼼꼼하게 전날 계속해서 몇번씩이나 점검해서
이상은 없었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조이는 잠시 그의 곁으로 다가와 순진한 표정으로 그에게 무언가 질문을 날렸다.
"형..그런데 오래전부터 형이 친구란 말을 썼는데 그게 뭐죠...?"
"...친구?"
친구...라. 사실 알고보면 조이는 친구가 없었다. 동갑내기라고 해도 신분의 차이 때문에 모두에게
높은 존재로 인식되어온 조이의 지난 과거들을 보아하니, 몰라서 묻는것이 어느정도는 이해되었다. 하지만, 지금에와서 자신도 생각해보니 이제는 정말 믿을만한 그 친구가 단 하나도 없게된건 아닐까 싶어,
무거운 대답만을 조이에게 해주는 수 밖에 없었다.
"....친구...조이, 지금은 나도 그게 뭔지 모르게 되버렸어.."
아무래도 사건들의 연이은 무게감 때문인지, 조이는 그가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마치 `지금은 아무말도 해줄수 없을정도로 자신도 힘들다`는 느낌이 들어서 뭔가 해선 안될말을 한 생각에
미안한 마음으로 조용히 다시 그와 멀리 떨어졌다.
아무튼, 어제는 너무 지나치게 자신의 문제들에 신경쓴 나머지 길드원들로부터, 특히 그중엔
메이린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들어서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왠지 모르게 그녀가 자신의 애인이 되었다면, 끔찍한 나날을 보낼뻔 했다는 생각에
다시금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는데, 근처에서 몰래 지켜보던 조이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살짝 웃었다.
어제 저녁만 해도 이미 프리파워상명은 메이린과 세계 1차 대전을 한바탕 치루고 나온 상태로
알고보면 영 감정상태가 꼭 좋지는 않았다.
-메이린:정말 무슨 사람이 그렇게 자기일에만 신경쓰는거에요!!! 어제도 내가 몇번이나 찾았는지 알아요?!!!!
-프리파워상명:...아 그래. 미안하다구. 요즘 바쁘다보니 어쩔수 없었어. 내 사정 잘 알잖아. 조금만 참아달라구.
-메이린:뭐에요..? 그게 지금 몇주째인지 알기나 해요? 어떻게 그렇게 자기 생각만 하면서 지낼수 있죠?
우리들은 대체 뭔데요?!! 들러리에요? 아니면 당신의 옆에서 눈치만 보고 지내야 되는거에요?
-프리파워상명:..아니 그게. 후, 나도 내 나름대로 힘들단 말야. 너희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지낼수 있다면
나도 좋겠어. 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걸 너무 화만 내면 나로썬 어쩔수가 없다고.
-메이린:그럼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되죠? 상명씨가 그렇게 모든일을 해결할동안 우린 바보처럼 멍하니
있어줄만큼 한가하지 않아요! 우리 생각도 해달란 말이에요!
-프리파워상명: 뭐야? 상황이 그렇게 되버린걸 나보고 어쩌라구? 애초부터 너희들에게 내가 도와달라고 그랬어?
당장도 머리아파 죽겠는데 왜 뜬금없이 와가지고 날 더 복잡하고 힘들게 하는거야!! 누가 도와달랬냐!
-메이린:...어머어머.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말을 참 그렇게 하기에요?
-프리파워상명: 아~ 정말.. 어지간히도 잔소리들 하고 있네. 네가 내 애인이나 되는거냐?
뭐 그렇게 사사건건 간섭하는거야 간섭은!! 아우 좀 숨막히니까 적당히 좀 해주지 않겠어?..
-메이린:애인이어야 꼭 잔소리 하나요?!
-프리파워상명: ㅋㅋ 그런건 당연한거지 바보야~ 장미라면 모를까, 너처럼 잔소리 많은 아가씨한테
누가 사귀자고 할까 무섭다~ 메롱!
-메이린:...우씨.. 너무해 정말 ㅠㅠㅠ..이렇게 이쁜 매니저보고 잔소리 많은 아가씨래....정말 삐질거에요..안놀아
-프리파워상명:아, 너랑 사귄다고 생각하면 우~ 끔찍해 ㅡㅡ 이건 뭐 시도 때도없이 애인마냥 왜 그렇게 간섭하는거야!
-메이린:...두고봐요 상명씨 ㅡㅡ 그말이 씨가 될거에요 아주!!!! 내가 저주를 걸어버리고 말것어!!!!!!! 꼭 되라 그렇게!!!
우우!!! 프리파워상명은 메이린이랑 사귀면서 알콩달콩 산다!!!! 메롱!! 반사에 거울반사, 무지개 반사!!
-프리파워상명:...아 젠장. 내가 대체 왜 너랑 사귀고 살아야 되는데 -_-;; 바쁘니까 비켜!!! 가뜩이나 정신없구만 ㅡㅡ
-메이린:...씨. ㅠㅠ 맘대로 해요!! 나도 몰라!
사실 말이야 조금 심한 부분도 있었던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생각보다 메이린이 열혈녀라지만
상처를 좀 잘받는 성격이라서 맘에 걸리는 점들도 없잖아 있었다. 뭔가 시원치 않았던 어제일에 자신도 모르게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아무렴 지금은 먼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일히 다 신경쓰긴 어려웠다.
아무튼 그일들에 대한 사과는 나중에 따로 불러서 하기로 했고, 진현의 문제가 우선인지라 바로 해결하고
게임안에서 들어가면 메이린과의 어색한 분위기는 좀 풀어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근처에서 어딘가 많이본 승용차 한대가 막 교문 근처로 오는듯한 모습이 멀찌감치 보였다.
물론, 조이도 근방에서 이미 기운을 느끼고 있는듯 슬그머니 상명의 곁에서 조금씩 거리를 벌리며
멀리 이동했다.
"......후우, 오는건가."
곧, 진현이 학교 근처에 대충 주차를 한뒤 멀리서 손을 흔들며 오는것이 보였다.
다만 조이와 달리 자신은 딱히 진현의 기운같은거야 느낄수도 없어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직접 만나보는것도 중요했고, 분명 진현이 오게 된다면 그 배후의 세력들도 조이의 말을 따르자면,
일종의 레이더를 형성하고 있어서 위치를 쉽게 알수 있다 했으니 아마 놈들도 어딘가에서
조용히 상태를 주시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코빼기도 안보이고, 조이와는 달리 아무 능력도 없다보니 어떤지 상황을 파악할수 없어서
다소 답답하긴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아무런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진현이 바로 앞까지 와서 말을 걸자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평상복의 차림으로 그다지 꾸미지도 않은 모습의 진현이 오늘따라 뭔가
반가웠다.
"여~ 상명. 웬일이냐? 이런날 다 보자고 하고. 하하, 네 생각은 정말 알 수가 없어~ 아무튼 반가워!"
쾌활한 모습으로 웃으며 나타난 진현은 상명에게 반가움의 의미로 악수를 건넸다.
약간은 어색한 모습속에 상명은 진현과 가볍게 악수를 나누고, 아무렇지 않은척 대답했다.
"...어어, 요즘 본지도 오래됐고, 어떻게 잘 지내나 싶어서. 밥은 먹었어? 일단은 식사를 할까?"
"아~ 아니야 상명.밥은 병원에서 해결했지~ 그나저나 뭐 무슨 이야기들을 그리 하고싶은데?"
"음, 글쎄?~ 뭐 여러가지 있고, 너의 이야기들도 듣고 싶어."
대충 대충 둘러댄 상명은 교문 안쪽에 들어간 조이가 앉아있는 벤치 근처를 둘러보며 살짝 신호를 보냈다.
그걸 지켜보던 조이도, 대충 알았다는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다른 행동을 하는척 주변을 주시했다.
`오케이, 아직은 무사하다는거군? 그럼 일단 진현을 학교안으로 들여보내야겠다.`
그와 동시에 상명은 자연스러운척, 발길을 교문안으로 돌렸다. 진현은 아무것도 모르고 상명의 발걸음을 따라
똑같이 이동했다. 다행히도 현재는 방학기간이라 주변에 그렇게까지 인파도 없었고, 심지어 교정 근처에
조이가 있는쪽 부근에는 아예 이동중인 사람들도 없었던데다가 그 근처로 산과 언덕들이 조금씩 있었기에
전투가 만약 벌어진다면 그쪽부근에서 하면 되었다.
그다지 교문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는 않은곳 벤치에 앉은 상명은 먼저 진현에게 말을 걸었다.
"그동안 별일없었지? 그보다 묻고싶은것이 있는데 말야~"
"응? 뭐 별일이라고까진 하하하. 웬일이야 상명~ 요즘 좀 이상해?"
그리고 상명은 잠시 가방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듯 하다가, 갑작스레 무슨 물건을 꺼내 진현을 향해
정면으로 돌아보면서 순식간에 겨누었다. 확실히 권총같아 보이면서도 장난감 같은 물건과
자신을 겨누는 상명의 모습에 진현은 급히 당황하기 시작했다.
"....너, 여행 갔다 왔다면서 무슨일이 있었던거야?"
진현은 갑작스러운 상명의 냉정한 태도와 그리고 나지막한 음성에 `설마 블랙문의 정체를 알리가 없다`라는
생각에 둘러대려 했지만, 페이트건의 총구가 자신의 이마에 정확히 닿자 뭔가 이상한 느낌을 감지했다.
"...상명, 뭘 듣고 싶은거야. 난 널 속인것이 없어!"
"..거짓말 하지마라. 멀쩡한 사람의 상태가 순식간에 강제 자연사를 이끌정도로 몸이 비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는 질병은 들어본적도 없는데? 도대체 널 이렇게 만든 놈이 누구냐고!!"
뭔가 확실히 상명은 알고 있었다. 그렇지만, 상명은 블랙문에 관련된것도 아니었고,
자신의 지난 과거들에 대해서도 아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당연히 진현은 그동안 상명이 자신의 겉모습만 보고
생각할거라 믿었던 부분들이 완벽한 오판으로 작용함을 느껴갔다. 가뜩이나 날씨는 한참 여름이었던때라
긴장한 진현은 자신도 모르게 슬글슬금 땀방울이 하나, 둘 떨어졌지만 지금은 무슨짓을 했다간
상명이 겨눈 이상한 물건으로부터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지만, 그의 표정은 너무나 진지해서 어떻게 진정조차
시킬수가 없었다. 다만 최대한 솔직하게 어떤일이 있다고만 가급적 얘기하는게 차라리 나을듯 싶었다.
"...시간이 없어, 상명. 내가 해줄말은 하나다. 나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려고 하지마.
네가 연관되버려서 다치거나 죽게되면 난 더 힘들어질거야. 미안, 난 네가 궁금해 하는 지난 일들에 대해서
아무말도 할 수 없다."
"...뭐라고? 너와 난 친구아냐? 지금까지 나에 대해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진실된것처럼 행동한건,
모두 나를 속인거냐?"
"....크, 상명. 지금은 넌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발을 빼야만해! 그들이 알면, 아.."
"그들..? 그들이라면 도대체 누구? 단순히 몇명이 아니란거야?"
진현은 이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앞이 캄캄했다. 게다가 병원에는 현재 사일러 혼자만이 남겨져있었고,
자신이 없는동안 블랙문의 조직원들이 들이닥치면 그상태로 그는 죽는다. 아니, 하기사 어차피 자신의 위치도
블랙문은 충분히 파악할수 있다지만, 도대체 진현의 관점하에선 상명이 이사건의 냄새를 전체까진 아니더라도
어떻게 알게 되었는가의 여부도 도저히 상상할수 없는 상태라 그저 난감할뿐이었다.
아니, 어쩌면. 전에 사일러가 이야기 한대로 정말 생각지도 않았던 도움을 얻을수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또 하지만. 진현은 일순간 눈을 감고 다시 생각해보아도 상명에겐 특별한 능력이 없어서
아무런 도움도 안되고 괜한 개죽음만 당하게 되면 친구로서도 용서할수 없는 짓을 저지르게 되버리는것 뿐만아니라,
블랙문에 의해서 무고한 자신의 주변사람이 희생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알게 되었든 분명 자신이 당한 지난 일들은
사실 숨길래야 숨길수가 없는 의문점이어서 이이상 아예 다시 모르게 하게끔 덮어버리는 일은 있을수 없었다.
결국 체념한듯, 진현은 눈을 감고 조용히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알고 있을지 어떨지 모르겠어. 하지만 상명,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위험하다.
나에겐 지금 너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줄 시간도 없고, 그들은 지금 나의 위치를 추적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을거야. 분명한건, 세계의 어떠한 조직과 내가 연관되어 버린거다.
상명, 그들은 블랙문이라고 불리우는 어둠의 조직이야. 단순히 애들 장난이 아냐!
나 아닌 너까지 이사건에 휘말려서 희생되길 난 원치 않는다. 그냥 빠져줘."
"........빠지라고? 어떻게 그런말을 아무렇지 않게 태연하게 나에게 할 수 있는거냐!"
화가 나버린 상명은 지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선 별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은채
무작정 진현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댔다. 무기력한 표정의 진현은 그런 상명의 행동에도
아무런 대응조차 하지 않고 그저 흔들려주었다.
".....블랙문이라고? 좋아, 그럼 내가 그놈들을 박살내주면 넌 다시 원래대로 살아날수 있는거지?!
그런거 아냐?!"
".....상명, 이미 내목숨은 어찌할수가 없는 상태다. 네가 나선다고 해서 무언가 해결될거였다면
난 이미 너에게 도움을 요청했을거라고! 제발 날 더이상 비참하게 만들지마! 누구나 사람에겐,
각자가 해결해야할 각자의 일들이 있는거야. 그선까지 넘으려 하진 마라.."
"친구라면서!"
".....그래, 그러나. 지금은 친구라는것만으로 모든것이 공유될 시기는 지났어.
왜..넌 아직도 여전히 순수한 어리광만 부리는거니..미안, 설령 네가 사건의 진실을 안다해도,
난 네가 이사건에서 손을 떼고 떠나주길 바래. 그동안의 우정이라도 기억해줄테니까."
"...이..이자식이 ..!!"
상명은 진현의 침착하고도 냉정한 그 말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감정이 폭발해
막 진현을 향해 분노의 주먹을 날리려고 하고 있었다. 그순간, 무언가 맑은 하늘에
구름 한점없던 날씨가 서서히 어딘가에서 검은 기류의 구름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당황한 진현은 상명이 날리려던 주먹조차도 얼른 거둬내고, 급히 상명을 향해 다급하게 외쳤다.
"피해라 상명! 곧 놈들이 들이 닥칠거야! 크, 바람?!"
진현의 당황한 모습에 상명은 슬그머니 주변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물론 생전에도 진현을 만났을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진현이 당황하는 기색들은
단 한번도 지금까지 찾아볼수 없었다. 그리고 좀전에 진현이 말한 정체 불명의 조직의 이름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블랙문..?`
그들의 근처로 무언가 검은 안개들이 슬그머니 모래폭풍들과 담겨서 하나하나, 덩어리들이
만들어져 빠른 속도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근처에서 지켜보던 조이는 슬슬 이상한 기운들을 눈치채고 마침 상명과 진현의 근처에서
머지 않은곳에 자리잡고 상태를 주시하고 있던차에 검은 안개들과 모래폭풍들이
사방에서 몰려오는것을 보고 급히 움직였다.
"왔구나!! 네이팜타워드~!!!!"
눈앞에서 사방에 온갖 안개들과 폭풍들이 다가오려 할때, 진현은 아까부터 근처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있던 소년이 갑작스런 블랙문의 공격으로부터 손을뻗은뒤 전방에 원형태의 방어막을
형성해 모두 막아내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진현의 그런 시선조차도 신경쓸틈 없이
조이는 일단 옆에 상명에게 바로 말을 걸었다.
"형, 놈들이 왔어요.. 근처에 몇명 깔린것 같은데 아무거나 한방 발사해봐요..빨리!"
"오케이, 알았다구!"
상명은 조이의 지시대로 근처에서 계속 자신들을 배회하며 돌고 있는 모래폭풍 하나를 향해서
가볍게 페이트건을 한발 발사했다. 순식간에 뿜어져나온 강렬한 불꽃의 덩어리는 모래폭풍 한가닥과 부딫히자마자
시원하게 펑 터져나가면서 그대로 부서져버렸다.
"...이건, 헤빌메이트? 호오, 보통놈들이 아닌데요!"
"그게 뭐야 조이? 헤빌..뭐?"
"어휴! 지금은 신경쓰지말아요, 지금 이 검은 기류들에 우린 포위되었으니
위기부터 넘기는게 좋겠죠!!"
진현은 상명과 웬 귀엽게 생긴 꼬마가 나타나서 느닷없이 몰아친 블랙문의 공격을 손쉽게 막아내고
반격까지 하는 SF영화같은 현상에 그냥 넋이 나갔다. 지금은 뭘 생각할 틈없이 이들을 지켜보는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일단 조이는 네이팜의 방어막을 빠져나와서 그대로 원형태로 돌고 있는 검은 기류들을 향해
뭔가 손에서 강한 마법의 빛줄기들을 뿜어내 한쪽을 지워냈으나, 곧 그 뒤편에서 나뭇잎들의 뭉쳐진 탄과
하늘에서 막대기 형태의 폭우가 조이를 향해 돌진했다.
`우와악..이정도의 힘을 이쪽 세상에서 맛보다니. 보통 솜씨가 아냐?! 자연의 힘을 조종한다는건가?`
조이는 허공에 손을 뻗어 간단한 기탄을 몇개 소환해서 주변에서 몰려드는 나뭇잎들과 가지들을
향해 날려댐과 동시에 하늘로부터 자신을 향해 쏟아져나오는 폭우 막대기들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갖가지 색깔의 정령 구슬들을 소환해서 있는대로 던져댔다.
하지만 분명 자신은 주변에서 몰려드는 공격들은 모두 막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자신도 모르게
어둠의 기류가 등 뒤를 강타했다. 정말 한순간에 기척도없이 날라든 공격은 조이를 당황시켰다.
".....크악!!.."
"조이!!!!"
그러나 조이는 방어막에서 상명이 나오려는것을 손을 뻗어 제지시키고, 다시 정신을 가다듬은뒤
교정 한복판에서 날라올 상대의 공격 루트를 파악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나오지말아요! 검은 안개가 나타나면 거기에 마법탄만 날려요.."
고개를 끄덕인 상명은 자신의 등뒤에도 검은색 안개의 기탄들이 방어막을 향해 한꺼번에 돌진해
부딫히자, 생각보다 그 타격이 크게 와닿았다. 뭔가 마치 몸을 쇠망치로 부딫혀버린 느낌?
세상에 이걸 정면으로 부딫혔다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자, 가루가 안된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을틈은 없었다. 이미 사방에서는 폭우에 나뭇잎들 뭉터기에 모래폭풍과 검은 안개가
미칠듯이 이들을 배회하면서 계속 돌고 있었고 예상치 못한 찰나의 순간들을 노려서 동시에 돌격하는 바람에
어디서 어떻게 손쓸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자연의 기후를 조종해서 거기에 헤빌메이트와 조합하고 있다.헌데, 주변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느낄수가 없어..`
조이는 포위된 반경에서 자신의 등뒤에서 날라오는 검은 기탄들은 아예 X자 형태로 팔을 모아서
막아버린뒤에, 교정의 벤치 밑의 계단으로 순식간에 뛰어내렸다.
"으으.. 이대로 포위되다간 사정없이 저것들에게 먹혀버릴거야!"
하지만, 그냥 당해주기만 하면 이쪽도 재미가 없지!"
뒤쪽에서 자신을 먹어치울 기세로 다가오는 모래폭풍과 위쪽에서 떨어지는 폭우 덩어리들의
공격을 간신히 회피해서 최대한 유인함과 동시에 조이는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빠른속도로
한쪽 손바닥을 지면에 찍고 다시 높이 뛰어올라서 나머지 공격들도 비슷하게 피해냈다.
그와중에 상명과 진현이 있는쪽은 아직 자신이 형성해놓은 막이 강력해서 크게 뚫리진 않았지만
사방에서 계속된 공격때문에 조금씩은 금이 가고 있었다. 게다가 페이트건은 50발이 제한된 횟수인데,
만약 지금부터 페이트건을 아무 생각없이 상명이 난사해버린다면 최소한 발사할만한 화력 에너지가
15분은 지나야 했다.
일단은 주변에서 몰아치는 범위 공격들을 간신히 피해서 곳곳의 지면에 손바닥을 겨우 찍어낸 조이는
가볍게 왼쪽 손가락으로 도망다니면서 급히 오각형의 손동작을 허공에 그리고 외쳤다.
"폭풍소리!!!"
그러면서 양팔을 하늘높이 들어올린 조이의 발밑으로 거대한 오망성의 원이 또렷한 형태로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그다음 조이는 상명과 진현을 감싸고 사정없이 공격해대는쪽으로 팔을 휘둘러 오망성을
날려 부딫히게 만들자 강한 폭발음이 터져나오면서 뭉쳐져있던 재해들의 파편이 사방에 흩어졌다.
조이는 다시 아까전 상명이 있던 장소로 순식간에 튀어올라 이동했다.
폭풍소리에 부딫힌 주변의 재해들은 급속도로 펑펑 터져나가면서 언제 그랬냐는듯 얌전해졌다.
하지만 그후의 주변은 온갖 모래들과 돌덩이들, 나뭇잎등으로 뒤범벅되어 상당히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한참동안의 소란이 잠시 가라앉은 뒤에야, 일행은 겨우 한숨 돌린듯 멍하니 서있었다.
일단 주변을 둘러보던 상명은 경계하는 모습으로 페이트건을 들고 조용히 한바퀴 둘러봤으나, 딱히
이상현상은 더이상 없었다.
정말 한순간에 목숨이 왔다갔다 할뻔 했지만, 조이만큼은 이런일을 겪어본것처럼 여전히 여유있는 해맑은 모습으로
씩 웃고 있었다. 진현은 그저 어안이 벙벙했지만, 상명에게 침착하게 물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저 꼬마는 누구야 상명? 그리고 네가 들고 있는건 또 뭐고...?"
하지만, 진현의 물음에 채 대답하기도 전, 교문앞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터벅 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지나가는 남자인듯 싶었는데, 서서히 일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남자는 상당한 체구에 검은 양복을 입고 있었으며 모자마저도 검은 중절모로 꾹 눌러써서 육안으로
어떤 인물인지 구분할수는 없었으나 일행의 근처에 막 도착하자마자 남자는 씩 웃은후,
중절모를 벗다가 갑자기 하늘위로 중절모를 놀라운 킥솜씨로 하늘높이 쳐올렸다.
남자의 행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조이는 다급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남자의 행동에 대응하듯
허공에 손을 뻗어 빛으로 된 지팡이를 소환했다. 그러나, 잠시후 건장한 남성이 차 올려버린 중절모는
조이가 지팡이로 대응하기도전 그대로 가속도가 붙어 위에서 밑으로 그것도 상명을 향해 정확히 뺨을 살짝
그어 버린뒤 쭉 날라가 근처의 나뭇가지를 휙 베어버리면서 어디론가 날아가버렸다.
난감한 표정의 상명은 긁혀버린 뺨에서 흐르는 피를 슬며시 닦아내다가 기습적으로 페이트건을
남자를 향해 겨누고 발사했지만, 날아오르던 마법탄을 그는 씨익 보고 웃더니 그대로 한손을 휘두르자
마법탄은 튕겨져 허공으로 날아가 그대로 펑 터져버렸다.
"...뭐,.뭐야!!! 페이트건을?!"
살짝 오기가 올라버린 상명은 다시 한발 발사해버리기 위에 남자를 겨누자, 이번엔 조이가 손을 들어
그를 제지시켰다.
"형, 그만둬요!!"
"응? 무슨말이야?"
반대편의 남성은 그모습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너희들이었나?"
남자는 금발의 건장한 외국인이라, 상명과 진현은 그가 하는 말에 대해선 무슨뜻인지 웃음소리 말고는
아무것도 분간이 안갔지만, 조이만큼은 랩체크워크를 통해 모든 언어를 듣고 읽을수 있었기에 바로옆의 진현과 상명에게
가벼운 통역으로 남자가 한말을 전달해주기 시작했다. 잠시후, 둘도 남자의 언어를 들을수 있었다.
"우리들이었다는데요..? 혹시 저사람 누구인지 아는 사람인가요?"
".....아니, 누군지 몰라. 처음보는 사람이다."
조이는 진현의 말을 듣고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남자에게 말했다.
"..당신은 누구시죠?"
남자는 다시 조이의 말을 듣고, 품에서 담배 한갑을 꺼내 조용히 물고 불을 붙이다가
연기를 내뿜는 여유로운 모습까지 보인뒤에야 조이의 물음에 답했다.
"네가 그 힘의 주인공인가, 저기 옆의 녀석도 꽤 재밌는 물건을 들고 있군.
상당한 위력들은 잘보았다. 내소개를 하지. 한가지 알아둘건 있어.
우린 절대로 평범한 이들에게 자기소개를 실시하지 않는다. 예컨데 그 힘의 비중을 아는
상대에게만 그 정체를 밝히는 집단, 블랙문이라 한다."
"블랙문?!"
"난 그곳에서 상급층의 간부, 제르엘..굳이 목적이랄건 없지만, 한진현이란 남자의
살해 임무로 한국에 들렸다고 해두지."
상명과 조이는 제르엘이라는 남자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서 본격적인 배후 세력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진현의 살해라? 상명에겐 이해되지 않는 구석들이 있어서 제르엘에게 넌지시 물었다.
"무엇을 꾸미고 있지..?"
"너희들에게 그것을 말해줄 이유는 없는것 같은데, 어디 애송이들의 실력감상부터 해볼까.
내가 판단하기에 즐거웠다고 생각되면 작은 이유정도는 설명해줄수 있겠지만 말이야."
"..실력 감상이라고?!"
"물론 너희들을 이겼을경우에 너희들을 기다리고 있는건 지옥이겠지만 말이야, 큭큭큭.."
그사이 조이는 제르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헤빌메이트의 기운을 감지하고 있었지만,
이자는 보통의 상대가 아닌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검은 기류와 몸 전체를 휘감는 검은색의 불꽃들은
제르엘을 뒤덮는데다가 아예 자제하지 못해 억지로 뿜어져 나오는 힘이 조이에겐 보이고 그리고 느껴지고 있었다.
"...형, 조심해요. 저 사람.. 엄청나게 강해요."
방금전, 제르엘의 간단한 공격에도 그토록 고전했건만, 조이조차도 강하다고 식은땀을 흘릴정도면
그 힘의 위력은 예상할수가 없었다.
"...강하다고 조이? 그거야, 우리 둘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거잖아!"
하지만 분명히 조이는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었던데다가, 방금 소환한 그 지팡이를 이리저리 슬금슬금
휘두르면서 제르엘의 예상을 벗어난 공격들에 대비하고 있었다. 이미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란것을
체감한것처럼.
".....장난칠 상대가 아니에요.. 대륙에서도 이정도의 실력을 가진 사람은 한번도..."
"...뭐, 뭐라고..?"
그러나, 그들이 당황하는동안 이미 제르엘은 기척조차도 없이 어느샌가 이미 가벼운 복장으로
양복 정장을 맞은편 벤치의 근처에 놓아두고 움직이려고 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정도의 강력한 상대랑
싸울려고 맘을 먹고 있었다니? 잠시 서로간에 마주보던 그 찰나의 순간에 제르엘은 준비가 완료되있었다.
조이는 제르엘의 강력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서 지나치게 긴장한듯이 얼굴이 매우 창백해졌다.
`...빠, 빨라. 무지 빨라... 큰일이야.`
조이와 상명은 제대로 긴장하여 몇발자국 살짝 뒤로 움직였지만, 도망갈수도 없었다.
".....자, 그럼. 이몸을 직접 움직이게 만들어준 애송이놈들의 실력감상이나 한번 제대로 해두도록하지.
이 제르엘님의 손으로 말이야. 영광이라고 생각하길 바란다..큭큭큭."
vs 제르엘?!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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