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서 사는것]
지금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어. 그냥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 어둠속에 있는 기분이야.
그뒤로 어떻게 되었는지 생각나지 않아, 그저 힘이 다 떨어져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
과연 나는 그들 모두를 지켰을까? 생각해보면 그런 모든 숙명들로부터 난 언제나 누군가를 해방시켜야만 했지.
태어날때부터 시작된 싸움의 운명이란것, 기쁜걸까.
사람들은 모두 그런것 같아. 태어나자마자 사실은 거친 세상과의 싸움을 시작한다고. 나 역시 그래왔었지.
하지만 처음엔 아무것도 몰라 그저 방긋 웃던걸.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차츰 알게 되겠지, 세상을 산다는것.
그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말이야.
많은 시간을 살아왔다고 말할수는 없지만, 그속에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있었지.
물론 다 떠올릴수는 없겠지만, 내겐 언제나 깊은 고민과 해결되지 않는 물음표와 같은 문제들이
늘 항상 나를 찾아오곤 했어.
문득.. 눈을 뜨기가 귀찮아. 또다시 싸우러 가야만 하는건 아닌가 자꾸만 그런 생각이 드니까.
그러고보니, 난 지금 죽은건지 살아있는건지조차도 알 수 없는 상태이기도 해. 어떤걸까? 만약 살아있다면 이대로 눈을 뜨고 싶지 않기도 하고, 죽은거라면 마음 편히 쭉 눈을 감고
싶기도 하고.
왠지~ 별의별 생각이 갑자기 들어. 처음 내가 세상에 태어난 그 후의 얼마동안은 기억나지 않지만,
본능적으로 내 이름이 어떤것인지 인지하고, 내가 어떤녀석이고 어떻게 살아가는건지 학습하고.
서서히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각자 터득하고, 배워나가지.
나 또한 그러했어. 저마다 다른 운명이 존재하듯, 나에게도 또 나만의 길과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들이
있었던걸. 마음 편히 생각해볼까? 이럴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은채 어쩌면 나는 나도 모르게 바쁘게
달려온것은 아닐까?
그속에 분명히 내가 얻을수 있는 소중한것을 사소하게 넘겨버린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 지금은 다른 누구보다,
그래 지금 나 자신을 생각해볼수 있는 시간들일거야. 나머지는 차근차근 생각해보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하기야, 세상을 살아가고 삶을 살아가는건 단조로운 일상이기도 했었지. 그속에 하나하나의 과정과 생각을
모두 하는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문득 생각이 들었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제대로 해본적 없던 그 생각. 삶은 무엇일까?
세상을 살아간다는것은? 늘 언제나 똑같고 단조로운 일상의 연속일뿐이지 않았을까.
그속에 내가 느낀 감동이나 즐거웠던 일들은 얼마나 될까?
모르겠어, 돌아보면 항상 나는 혼자였던것 같아. 분명 그들은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었던것 같은데..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느낀것들일까. 언제나 나는 지키는 쪽에 있었어. 무언가를 잃어버리거나
소외 당하면 참 힘들어 하던, 다시 돌이켜보면 나는 아직도 그저 어리기만 한건 아닌지 싶기도 한걸.
나를 누르는 많은 말들, 그리고 언제나 주변인으로만 남아있는 지금까지의 순간들.
씁쓸하면서도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늘 해답을 찾고자 했어. 삶을 살아가고 세상을 살아가는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안되니까, 누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때문에 매번 나는 항상 함께할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어.
하지만 믿어줘, 이건 집착이 아니야.
너도 그렇잖아? 사람이라면, 다른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하고 관심이 필요하지.
그 작은 관심과 사랑 하나를 받고 싶어 쩔쩔매고 어떻게든 살아보기 위해, 발버둥치는 지금까지의 모습들은
꼭 나만 그랬던건 아니었겠지만, 유독 나는 더 그것이 심했던건지도 몰라.
하지만 이해해줘, 그만큼 혼자라는 틀에서 나는 벗어나고 싶었던것 같아.
지금 이 어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모르겠지만, 진실로 지금의 내 마음과 내 모습들은 아닌지 생각이
들었어. 마치 지금의 내 감정과 마음을 이 어둠이 대신 표현해주는 기분이랄까. 긴시간과 세월은 아닐지라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그것.
-내가 삶을 산다는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는것일까?
그러고보면 나 자신에게 이런 진실된 질문을 해본적은 몇번이나 될까? 그저 아무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고
버린건 아니었을까. 많은 소중한것들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버리는동안 그냥 무덤덤해져 나도 모르게
굳어버린건 아닐런지.
어느 한편으로 나는 때로는 그런 내모습을 지켜보며 그것에 익숙해져갔을때, 내가 진정 어른이 되어가는
그 순간들속에서 그것이 내 모습이 되버리면 나는 스스로 만족하고 이게 나야! 하면서 웃어줄수 있을까?
사실은 준비가 안된것 같은데,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며 마음 한쪽 구석에선
이렇게 살아선 안되!라고 외치고 다른 한쪽에선 어쩔수 없다며 받아들이라고만 말해.
다시 또 생각해보면 모든 사람들은 다 그렇게 두가지 마음이 싸워가며 자신을 완성해가는것 같은데,
해답없는 자신만의 독백과 논쟁인걸까.
문득 그러했어, 내겐 너무나 어려운 일들 투성이였지. 좌절하고 쓰러져갈때마다 나를 잡아주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렇지 않게 나를 비웃으며 넌 그정도밖에 안되라고, 이야기한 사람들도 있었어.
어느쪽이든 내가 생각한것들이 맞다는 자신감 하나만으로 어떻게든 부딫히지 않으면 안되었으니까.
아마 이건 영원히 찾지 못할 해답일거야.
그러나, 내가 말하고 싶었던 지난날들속에서는 단지 존중을 원한거야.
내 삶은 이렇고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이렇고. 세상에 악인은 없다고 생각해왔어,
단지 모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부딫히고 만들어가는 과정들, 생각들.
그게 삶이고 세상이라고 나는 그렇게 지금도 자신에게 말하고 싶어. 앞으로도 마찬가지겠지.
사실 예나 지금이나 대부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온 나에게 누군가 인연이 생긴다는것은 참 즐거운 일이야.
희한하지? 살면서 당연히 겪게 될 부분들을 나는 너무나 원하고 갈망하잖아.
그건 왜냐면, 그런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르게 나는 그런것들조차도 많이 결여된채 지내와야
했기 때문이었어. 글쎄, 내가 활기차고 밝은 성격이었다면 이런 고민은 할 필요가 없었을거야.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동안 사람들의 머리속에는 나는 A의 성격을 가진 녀석이라고들 판단해.
원래는 B의 성격인데, 다들 자꾸만 A라고 우기니까 어느샌가 진실된 B는 사라지고 모두가 외치는 A가
난 되버린것 같아. 다시 B를 찾기 위한 세상과의 싸움을 해야만 했어. 그속에선 많은 부딫힘들이 있었지.
내가 그들에게 B가 맞다고 주관을 지키는동안 A의 나조차도 다친채, 어느순간 나는 A도 B도 아니면 또다른
인격의 C조차도 모르는 헷갈리는 나 자신을 봐야만 했었어.
무엇이 맞는걸까? 과거의 나를 돌아보며 느낀 생각들속에서 해답은 없는데, 사람들은 해답을 말하길 원해. 내가 말하고 싶은것은 그것이 아니었어. 어쩌면 그것은 그사람들이 생각하는 실로 맞는 해답이 아닌
자신들이 원하는 해답이 나오길 바란것은 아니었을까.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는 조금 틀리다는
이유와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생각지 않은 소외감을 느끼기도 해야 했어.
항상 존중받지 못한채 그렇게 빙빙 돌아야만 했지.
그래도 바보같이 웃고 있어야만 했어. 안그러면 더욱더 벌어지는 거리감은 나에게 상상이상의 외로움을
주기 때문이었던거야. 그래서 두려웠어.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원하지도 않는 그들의 가치관을 따라가며
그래요!나는 A니까 라고 말해야 할까,
아니면 혼자가 되는 한이 있어도 B를 지켜내며 진실된 자신의 모습을 고수해야 할까.
굉장히 많은 고민이 필요했던 시간들이었지. 혹 누군가는 그때그때 맞춰가라고 말하지만,
상황에 따라 A가 되고 B가 되는 내모습을 원치 않아.
그래 조금 전 이야기 한대로 나는 결국 B니까 말이야.
그런데 세상이란건 말이지, 참 희한해. 내가 내생각을 가지고 주관을 지키려고 하면 왜 모두가 말하는것이
맞는데 고집을 부린다고 A가 되라고 말해. 나는 그렇게 A형 인간으로 원하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하는가 하면,
또다른 누군가는 바보같이 끌려다닌다고 넌 B가 아니냐고 되물어.
헷갈리다보니 누구의 이야기도 듣지 않으려 하면, 그런 이유로 또 혼자가 되버리기도 하고.
너무 어려워, 산다는것은 말이야. 그리고 누군가를 상대하는것도 말이지.
자신의 주관을 지키며 살아가는것이 왜 나쁜거지? 지나치지 않으면 상관없는것 아닐까.
지금도 그것은 풀리지 않는 문제인지도 몰라. 그래서 지금도 누군가가 따지려 하면 겁나.
그런 각자의 생각과 의견차이로 어느 한순간 가까웠던 사람이 남이 되버리기도 하고,
어느순간 날 모른척 해버리기도 하고. 그래도 꼭 나쁜것만 있었던것은 아니었던것 같아.
긴 시간동안의 즐거움은 아니었지만 지난 마법학교에서의 시간들, 지금보다 더 어린시절 겪었던
성 안에서의 생활들, 위지 선생님과의 여러 수련들이라든지.. 그리고 제일 중요한건 내가 진심으로
정말 많이 사랑한 지나와의 첫 만남도.
분명 지독하게 외롭고 늘 혼자인듯 했고, 삶을 살아갈 동기부여를 잃어갈때마다 한번씩 생기는 좋은 일들은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중요한 밑거름이었다고 생각해.
..그리고, 이런 나를 아무렇지 않게 맞이해준 그 형까지도.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그 순간엔 정말 최선을 다한것 같은데 내가 책임을 다하지 못한것은 아닐까.
문득 걱정되, 그래. 왠지 내가 지켜주러 가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뭔가 나와 비슷해보이는
그런사람 같아서. 가끔 보는 거지만, 너무 뒷모습이 외로워 보일때가 많던걸. 마치 나를 보는 기분 같았어.
떠올려보면, 그 형이 아니었다면, 난 굉장히 외로웠겠지? 그래서 더 지켜주고 싶었어!
그것으로도 즐거움은 느낄수 있는거야. 또 떠올려보면 지나와의 순간들, 날 처음으로 진심으로 사랑해준
여자라서. 내게 더 없이 소중했던걸. 일일히 열거 할 수 없지만 마법학교에서의 학생들,
나를 지켜주기 위해 늘 지겹지만 따라오는 병사들, 모두 그래, 어쨌든 나에게 조금의 관심이라도
있었던 것이기에 그랬던거라고 생각해.
그래서 어떻게보면 아직은 살아있었던것이 참 다행인것 같아.
앞으로도 분명 살아가면서 한번씩은 날 웃게 하는 좋은 일들이 일어나길 바래.
그렇지만 확신할수는 없으니까, 괜찮을까?
하지만 어쨌든 지금에 와서는 혼자가 되어있어. 늘 항상 혼자로 남아있어야 하는 그 현실들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많은 생각들을 해야만 했어. 너무나 외로웠어. 왠지 모르게 이겨낼것만 같은 느낌들이 들면
여지없이 이 운명은 나를 언제나 혼자로 만들곤 했어.
느닷없이 주어진 왕자라는 신분때문에 난 무엇도 할수가 없었지.
겨우 아무 거리낌없이 의지할 상대를 찾아낼듯하면 그사람은 언제나 죽거나 떠나거나.
지금까지 흘려보내온 순간들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살아있었다는것이 무척 신기하기도 해.
마법학교에서의 수련들도 정말 지독하리만치 힘들었지만, 왕이라는 아무 의미없는 자리에 오르기 위해
가식적인 삶을 살아야만 했었고, 그러한 신분 때문에 지나와의 사랑을 시작하는것도 많은 반대에 부딫혀서
지쳐버렸어. 겨우 이뤄지는듯 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모든걸 잃어버렸지.
갑작스런 드류의 기습도 기습이었지만, 내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모두 떠나거나 죽어버렸어.
많은 신하들, 병사들. 사랑하는 지나, 그리고 어머니. 언제나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던 위지선생님.
그리고 내곁을 스쳐간 여러사람들. 기억조차도 나지 않는 아버지란 사람. 어디있을까?
그 순간들만큼은 아무도 지킬수 없었고 나도 날 지킬수 없었지만, 나를 잊었고 또한 나를 잃었지.
여러번 목숨을 내놓고 다녀가며 어떻게든 살기 위해 발버둥 치던 지난날의 내 자신이 무척 안타까워.
드류..크로노스. 다시 겨우 추격을 피했지만, 어디에서도 도움은 받을수 없었어. 이데아에서도 그러했었지.
나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켜주려던 지나는 결국 죽어버렸어. 모두의 죽음과 그리고 나 스스로의 외로움을
극복할틈도 없이! 난 또다시 도망쳐야만 했어. 대체 왜? 무엇이 나를 여기까지 끌고오고 무엇이 날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나란 존재는 도대체 무엇이기에?
...알 수 없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살아오면서 어디에도 기댈틈도 없이 늘 항상 마음을 둘곳을 찾아가며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는것도 지쳐가. 그리고 지금도 난 방향을 잃고 그냥 이렇게 있기만 하네.
....언제쯤 이런 방황의 소용돌이는 끝나갈까? 아니, 차라리 지금처럼 눈을 감고 있으면 그러면 모든것이
흘러가버리는걸까, 그렇게 방관하고 그냥 되는대로 헌터처럼 살아가면 괜찮을까? 그런것들을 보면서,
나는 그대로 수긍해도 괜찮을까. 해답이란건 존재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이런 미칠듯한 외로움에서는
그만 벗어나고 싶어.. 너무 힘들었거든.
지난 어린시절의 나는 세상이란것에 대해선 인지 하지 못했으니까, 그래서 외로워도 그것이 외로웠는지
몰랐던것 같아. 그저 천진난만한 스스로의 과거들이었거든. 물론 조금씩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알게
되지만, 그때의 나는 참 순수했던것만 같아. 다시 그때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
그럼 상처를 받아도 그것이 상처인지 아무것도 모르는것 아니겠어?
그럼 덜 힘들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날 버린 사람들, 날 떠나버린 사람들이 언제나 나타나도
그사람들이 날 버렸다거나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날 죽이러 온다 하더라도 이렇게 고민하지는 않을거라 생각해.
지금의 나는 분명 그때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거나 나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 아저씨가 되었다거나
이렇진 않아.
그냥 지금은 멈춰있지. 남아있는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래서인가봐. 뭔가 나를 바꿀수 있는 나의 이런 생각을
없애버릴수 있는 계기가 주어진다면 좋을텐데..
미래에 관해서는 미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 그동안의 많은 시련들과 과거들을 흘려보내면서 느낀것은,
결국 어쨌거나 정해지지 않은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나는 왕자라는 신분때문에
내가 정말 원하는길을 선택하기도 전에 내 모든 삶은 왕으로 이미 정해져서 고리타분한 생활들을 해야만
했었거든.
다음 생애는 평범하게 살고 아무런 고민없는 다른사람들과 같은 그런 삶을 살고 싶어.
미래엔 어떨까? 지금보다 더 힘들까? 아니면 그때엔 환하게 웃고 있을까. 어느쪽이든 괜찮아.
적어도 지금의 나는 얼마전의 내 자신보다 더 성장했다고 생각해. 갈길이 여전히 멀지만, 왠지 무언가
또 해결해야만 할것 같아 설레이기도 하니까.
그래서 아직은 더 살아가야 하나봐.
그전에.. 무언가 누군가 한가지만 말해줬음 좋겠어. 왜 나를 떠난거야? 왜 나를 버린걸까?
도대체 왜..? 왜 나에게 아무도 진실을 말해주지 않은거야.. 내가 이렇게 될거라고,
네가 외로운것은 이런 이유들 때문이라고.
아니면 내가 싫어져서 떠날거라고 한번쯤은 그냥 말해주지 그랬어.
아무것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외톨이가 되버렸어.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 세상까지 겨우 도망쳐와서 하루하루를 아무생각없이 보내왔어.
당신들은 웃고 있나요. 당신들의 기억속에 나는 어떤 존재인거죠? 나는 소중했던 녀석이었을까요.
아니면 그저 상대하기 귀찮았던, 아무 매력도 없었지만 왕자라는 위치 때문에 그래서 마지못해 상대해준
불쌍한 아이였나요.
어떤거죠.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도 그 답이 무엇인지는 조금은 알것 같으니까.
또 나를 혼자로 만들겠죠.
기억을 돌아봤어. 나도 모르는 사이, 각자의 울타리안에 나는 이방인이었어.
마음을 열고 다가가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엔 나를 허락하지 않는 이상한 경계선이 그어져있었지.
정작 나의 마음속엔 누군가 제발 한명만이라도 외치며 살아가던 시간들속에
나는 모두에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존재가 되어 거부감이 들어버렸나봐.
의지할만한 사람들은 대부분이 그저 나를 이용하거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나를 끌어당겨서 조종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
그러다 내가 사라져버려도 아무렇지 않은것처럼! 아무 매력이 없어도, 그래도 상관없잖아.
세상의 어두운 면들을 알아버리기도 전에, 나는 사람들의 탐욕과 지저분한 마음속을 지켜봐야만 했어.
각자의 계산과 이기적인 생각속에 정작 해야할것들을 저버리고 각오와 약속은 내팽개치는 그때의 기억들과
순간들을 잊지 못해.
...약속이란 형태가 존재하든 그렇지 않든, 소중한거잖아. 말로는, 겉으로는, 그렇게 할것처럼 떠들면서
왜 끝까지 그 마음들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리는거야? 변하지 말자고 약속하고 서로를 지켜주기로
약속했잖아!
당신들은 잊어버렸어도 나는 그렇지 않단 말이다! 세상은 원래 그런거라고 나에게 말하고 싶었던거야?
...그래, 언제나 항상 솔직하고 진실될순 없는것이지. 그렇지만 결정적인 중요한 순간에는
우린 진실되어야 해.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젠 없어. 아무것도 남겨진것이 없어서! 너무나 외롭고 우울해...
사람들은 내가 밝고 명랑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니야.. 그건 너희들 모두가 만들어낸 나조차도 모르는 A라는
조이일뿐이야. B의 나에 대해선 얼마나 이해해봤어?
내 아픔과 외로움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들은 해봤어?! 내가 이렇게 버려져 힘들어 하고,
모두와 동떨어진 순간들속에 혼자 남아있는동안 너희들은 그런 나를 보면서 히죽히죽 웃으며 뒤에서
내 이야기들을 해왔다는걸 알면서도 그냥 모르는척 해야만 했어.
..더 안타까운건 그런 지저분한것들이 너희들만 그런것은 아니었어. 대부분이 그랬었지. 그래, 그런 마음들은
그 형의 말대로 착한 사람일수록 더 아프게 다가오게 되나봐. 그게 현실이고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현실에 굴복하며 너희들과 똑같아져야할 필요는 없는거잖아.
하지만 세상은 나마저도 지저분하고 추악한 인간들처럼 살아야 한다고
늘 말해줘. 그렇게 되버리는것이 옳은걸까..?
말해줘, 왜 죽어버린거야.. 너만큼은 날 지켜줄수 있다고 생각했단말야! 이렇게 사랑해왔는데..
그렇게 죽어서 떠나버리면 어떻게해.. 다들 말했잖아요!!! 난 소중하다고.. 무너져가는 나를 일으켜줘.
제발 깨워달란 말야!!!!!!!!!!!!!!!!!!!!
........이젠 눈물도 말라가는건 아닌가 싶었어.
누구나 그렇듯 각자가 생각하는 길이 있고 살아가야 할 이유와 목적이
존재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계속 미칠듯이 싸워야만 할 뿐이야.
마치 처음부터 누군가의 손바닥위에서 그저 인형처럼 놀고 있는, 모든게 처음부터 만들어져있는 길위에서
그냥 걸어간것처럼 말이야. 돌려줘, 지금까지의 모든 추억과 기억들을.. 처음부터 다시 걸어간다면 그럼
괜찮지 않을까?
...하하, 그럼 사랑하는 너도 살아날수 있고, 우린 영원히 함께할수 있잖아... 환상이어도 좋아.
환상속에 살면 영원히 깨어나지 않으면 되잖아... 지금처럼 말이야! 넌 어디있어..
어서 빨리 나에게 돌아와 내곁에..내곁에 있어달란 말야! 너무나 숨막혀 미쳐버리겠어..
내 의지와 마음들은 점점 바닥나는데 세상은 나에게 끝없이 살아가라고 강요해.
시간이 멈춰버리길 기도하며 늘 살아야 했단 말이야!!! 꿈속에 나타나는 너의 모습들을 보면
숨막혀 미칠것만 같아. 다가가고 싶지만, 널 볼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어!!!
왜 세상은 나에게 이런 어두운 단면들을 보여주는거야? 희망은 어디에 있는걸까? 아니 희망은 존재하는걸까?
이런 내고통과 마음을 넌 알아? ...그러니까 왜 죽었어... 왜!!!!! 왜 나를 떠나버린거야...
그래 내가 이렇게 되니까 너희들은 좋겠지.. 절대 잊지 않아!!!!!!!! 언젠가 반드시 칼을 갈고 복수할거야!!
날 이렇게 만들어버린 세상에 마음껏 말이야!!!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큭, 그래... 보고싶어 미치도록. 사랑하는 너를 지키지 못한 지난날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
끊어지는 기분이지. 하지만 그건 지나, 너뿐만이 아냐. 많은 사람들, 나와 함께해온 지난 모든 사람들
모두.. 그래. 그들도 분명 나를 진심으로 아끼기도 했었지.
어차피 삶이라는것, 세상을 살아가는것은 결국 내가 부딫혀 만드는 결과들이니까.
물론 많은 이들이 떠나가거나 지금 곁에 없기에 너무 힘들어 했던것 같아.
마치 가루처럼, 그런 인연들이 부서져서 남는것이 없어도 또다시 나와 함께해줄 앞으로가 있기에
그래서 아직은 살아야만 하는건지도 모르겠어..
나를 누르는 많은 순간들과, 그리고 알고 싶지 않은 진실들을 알아가면서 적지 않은 충격들과 마음속 고뇌를
해야만 했었거든. 믿고 싶지 않았던 과거의 순간들도 말이야. 처음부터 왕자라는 자리에 올라가면서
같은 하늘아래 누가 누군가를 지배하거나 또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이들과 싸워가야만 한다는 숙명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었어.
아니, 왕자라는것 아마 처음부터 원하지 않는 자리였는지도 모르겠어.
벗어날수도 없었고 떠날수도 없었기에 그래서 더 숨이 막히고 외롭고, 어디를 둘러봐도 나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기에 그래서 더 힘들고 모두를 원망할수밖에 없었어.
내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번쯤 진실되게 묻고 싶었던것중 하나는..
나는 과연 어떤녀석으로 기억되고 각자의 기억속에 자리잡았을까였어.
그냥 왕자라는 위치에 있기에 내가 중요했던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말로 좋았기에 그래서 나와
함께하려 했던것인지 그 작은 단하나의 진실이 너무나 궁금했어. 사실 그 형처럼 그리고 내가 진심으로
사랑해온 지나, 아니면 언제나 엄격하더라도 최선을 다해준 위지선생님이라든지.
그들은 내가 왕자이건 아니건 신경쓰지 않았던것처럼 말이야.
세상에는 많은 위치들이 있는것 같아. 그렇지만, 높은 위치에 있다고 그것이 꼭 행복한것이 아니란것,
너무나 어린시절부터 갑자기 주어진 혜택 아닌 혜택들로 인해 내 몸과 마음은 완전히 엉망이 되어야 했기에
내삶은 오래전부터 붕괴되었어.
..더불어서, 태어날때부터 내 어깨위에 주어진 싸움과 해방이라는 사명들도 말이야.
그래서 나는 늘 소망했었어. 만약 내가 다시 태어날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엔 그러한 고민없는
평범한 삶, 다른 이들이 살아가는것처럼 똑같이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고 말야.
그래...그래도 아직은 늦은게 아닐거야.
물론 모든걸 잃어버렸고, 지금의 이 나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무것도 모르겠고,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 결국 싸우다 죽어버릴수도 있고.
그렇지만 내겐 날 위해 죽어간 모든 사람들의 바램과 의지와 다짐들, 그리고 각오가 있어.
생각해보니 혼자라고 느꼈지만, 너무 그렇게 생각해버리면 안되겠지?
어쨌든 나와 지금은 함께 지내는 그 형도 있으니까 말야.
처음 이곳세상으로 우연히 건너오기 전, 나는 그리고 내삶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했었어.
아무것도 되는일도, 풀리는 일도 없이 지겹도록 도망치고 싸워야만 했기에.
나에게 더이상의 희망은 주어지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거든.
그만큼 외롭고 힘들었고 남아있는것은 자기 자신뿐이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늘 웃음을 잃고 있었어.
아니, 내가 살면서 환하게 웃어본적이 별로 없긴 했었지만.
분명 그때의 나는 과거로 돌아갈수도 있었어. 하지만, 지금 이렇게 아직은 내가 남아있는것은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것이기에 의미가 있는것이니까, 설령 과거로 돌아가 그때의 아쉬움을 해결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진짜 내삶이 맞게 되는걸까?
과거가 바뀌면 내 미래도 바뀌게 되지만, 지금 이대로도 좋아. 내 삶은 내가 만들어가야 의미가 있을거니까.
이미 잃어버린것들은 돌이킬수 없지. 그건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일거야.
그런다고 어떤 행복이 돌아오거나 과거의 아쉬움을 해결해서 미래를 바꾼다 하더라도 제일 중요한것은
결국 지금 나의 과정들이야.
아직은 그래서 해야할것들이 있고, 지금까지의 내가 늘 혼자여서 외로웠다면 이젠 외롭지 않게 우리편을
만들어보는거야! 찾아야할 미래와 찾아야할 사람들, 그리고 그래도 아직은 내가 지켜야할것들이 있으니까..
난 믿어, 이대로 영원한 불행은 존재하지 않는것처럼, 힘든 지금의 순간들을 극복하면 그다음은
웃을수 있는 날이 올거야. 그래, 언제나 행복할수는 없고 늘 잘먹고 잘 살아야만 하는것이 아냐.
그 모든 과정들이 다같이 있어야만 해!
그래, 이건 생각하기 나름이야. 내가 잘못된것만은 아니라구!
.. 아직은 살아있어야 해. 아직은 말이야.... 으음, 뭐지. ............빛?!
우와악!!!!! 눈이 떠지려고 해...큭 너무 밝아 뭐야!
누가 깨우지 않았음에도 조이는 천천히 눈이 떠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겪은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환상? 아니면? 분명 자신은 제르엘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완전히 힘을 소진해 더이상은 버틸수가 없기에
죽음을 각오하고 모두를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사실상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어찌된일인지 몸은 완치가 된것처럼 상당히 가벼웠고 어떠한 내상도
상처도 남아있지 않았다.
"....우와... 이렇게 회복되다니. 어떻게 된거지..?"
하지만 곧바로 정신이 번쩍 깨어난것은 아니었기에 조이는 잠시 방안을 둘러보았으나,
무언가 허전함이 감돌면서 대체 이 허전함은 무엇때문인지 곰곰히 생각했다.
방안에는 형광등이 그대로 켜져 있었으며 컴퓨터는 꺼져있었다.
그리고 있어야 할 한사람이 없었다.
`어라? 형이 어디갔지? 나갈일이라고는 없는 사람인데?!`
조이는 고개를 돌려 시간을 확인해보려고 급히 일어났다. 상명이 나갈일이라고 해봐야 이곳세계에 존재하는
담배라든지, 혹은 배를 채우기 위한 식량을 사러 나간다던지 이정도에 불과했고 결정적으로 지금과 같은
저녁시간에는 한참 애플파이라는 게임을 하느라 일어난 자신을 보면 반가움의 표현으로 꿀밤을 날려야 했다.
그러나 어디에도 상명의 모습은 찾아볼수 없었고, 좀 더 시선을 돌려 이것저것 둘러보자 창문이 살짝
열려있었으며 그 밑으로 창문턱에 담뱃재가 남아 담배를 막 피웠던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렇다는것은 담배라는것이 다 떨어져 담배를 사러갔다고 생각하면 되지만, 조이는 여기서 심상치 않은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상명은 외출할때마다 일일히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도구를 챙기지는 않았다. 본인이 생각보다 귀차니즘도
심했고, 어딜 가더라도 조이는 혹시 모르는 이곳세계에서의 예상외의 적들과의 싸움이나 습격이 염려되어
상명을 수호해주기 위해 가벼운 수비형 마법들을 걸어주는것조차도 상명은 귀찮아 하던 편이었다.
그러니까 결국 생각을 정리하자면, 상명이 간단하게 외출을 한거라면 분명히 책상위에 페이트노트와
페이트건이 나란히 놓여져 있어야 했지만, 마치 지금의 방안은 무언가를 발견이라도 한듯,
급하게 나간것처럼 물건들이 없어졌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도 같이 뒤져서 도구들을 챙겨간것인지 있어야 할 목걸이나 거울, 기타 물건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맙소사."
물론 조이는 이러한 도구들이 없어도 마법을 운용하는것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이렇게 여러가지 물건들과 함께 상명이 없어진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고, 한가지 생각이 조이를 스치고
지나갔다.
`...설마, 혼자서 누군가와 싸우러 나간것은 아니겠지?!.. 그 도구들은 그냥 사용하면 큰일난단 말야!
위력만큼의 중력이 따라붙는 엄청난것들인데..잘못쓰면 몸이 엄청 무거워져서 큰일난다구!`
그도 그럴것이 자신은 언제나 몸에 마력을 불어넣고 도구들을 안전하게 쓰니 상관이 없었지만,
상명의 경우는 그것과는 상관없는 어디가서 싸움이라고는 해본적조차도 없는 평범한 인간이었기에
조이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큰일이야, 빨리 찾아야만 해...그런데 도대체 무엇때문에 나간거지? 혹시.."
조이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간것은 블랙문이라는 조직때문이었다.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당시에 붙어본 제르엘의 실력은 도저히 자신 혼자서는 감당할수 없는 상대였고, 그마저도 자신이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것은 기적이었으며 제르엘과 싸움이 가능했던것은 물론 전투 경험은 없지만,
뒤에서 상명이 페이트건으로 보조를 해주면서 변수 아닌 변수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구나 페이트건은 위력을 전투용으로 바꿔버려서 되돌릴수가 없는 일회용 봉인해제였기 때문에 위력 제한을
풀어버린 페이트건의 힘은 가히 암흑세계와의 전투에 맞게 만들어진 최후의 비밀병기에 걸맞는 화력을
보여주었다. 적어도 지금의 페이트건의 화력은 자신의 최대힘을 동원한것과 마찬가지의 힘이 탄환
하나하나에 담겨져 있었기에 무시할수 없는 무기가 되었다.
그랬기에 전투 경험이 전무한 상명이었어도 싸움이 가능했다.
그 덕분에 단순히 1:1의 싸움에선 자신감을 보인 제르엘도 1:2의 상황에서 페이트건의 무한 변수에
적잖게 당황했고, 마지막 전투에선 조이도 놀랄만큼의 엄청난 빛덩어리를 뿜어낸 페이트건의 기적이
아니었다면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채 죽었을것이다. 그 이후에 제르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자신도
쓰러졌기에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 이곳 방안에 있는것으로 보아서 최소한 패하진 않았다는것으로
생각해볼수 있었기에 조이는 그점에서 안도할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조금 더 상명을 신뢰해볼수 있게 되었다.
물론 페이트건의 위력은 상당하지만, 문제는 그것들을 가지고 어딘가로 나가야 했을만큼 상황이
급박했을까였고, 조이의 또다른 의문은 블랙문이 어떻게 이곳 근거지를 벌써 파악하고 있느냐였다.
다른 부분에서 생각해보면 제르엘은 자신이 그곳 조직의 상급간부라 밝힌만큼 그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는
조직이라면 얼마든지 금방 찾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빨리 찾아낼수야 있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만약 상명이 위험에 처해있는 상태라면? 빠르게 상명을 찾아내는것도 중요하고, 그를 습격할
누군가에게서도 구해내는것이 중요했다.
`...침착하자, 어디 멀리가진 못했을거야. 지켜내야 해!`
눈을 감은 조이는 온몸에 다시 기운을 서서히 퍼트려 나간뒤, 근방을 투시하는 주문을 외워가려던 찰나.
어딘가 근처에서 상당한량의 에너지들이 충돌하는것이 느껴져왔다.
`..이건, 페이트건의 힘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검은 기운이군!`
예상외의 빠른 성과에 안도한 조이는 급히 창문을 열자, 놀랍게도 근처에선 상명이 있었고
다른 누군가로부터의 공격들을 막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노란 금발의 한 여성이었다.
느껴지는 기운은 제르엘과 비슷한것으로, 절대 상명 혼자서 이 싸움은 이길수가 없는데다가 그 도구들을
분명 사용한것으로 느껴지는 아지랑이와 같은 기운들이 조이의 눈에 보여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이의 눈에 들어오는 상명은 상당히 지친 기색으로 이미 상대편에게 많이 당한듯,
몸 곳곳에 상처들과 함께 여기저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꽤 격렬하게 부딫힌것으로 보였다.
"....세..세상에, 너무 무리했어! 안되, 내가 갈게요 기다려요!"
조이는 망설일 틈도 없이 , 기운을 몸에 퍼트리자마자 방안을 급히 빠져나와 달려가기 시작했다.
조이의 걱정대로 이미 상명은 반은 만신창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오직 진현의 복수를 위해 어떻게든 각오를 다지며 웬디르와의 싸움을 막
시작한지 얼마되지도 않아서 순식간에 상황은 급속도로 불리해져 죽기직전의 위기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버티고 있는것은 조이가 갖고 있는 목걸이와 거울, 동전에 그리고 마력의 반지, 페이트건과 노트까지
총동원하여 간신히 웬디르의 공격들을 막아냈기에 살아남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지금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 도구들을 사용하면서 상명은 몸이 마치 엄청난 중력들로 자신을 누르는듯한 고통 때문에
도저히 공격은 고사하고, 웬디르의 공격들을 막아내는것에 급급하여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처했다.
`이대로 죽는것인가, 젠장..! 너무나 강해. 바람의 힘이 이렇게 강했던가..
너무나 빨라 어떻게 할수가 없다..`
조금 전 상명은 웬디르가 내뿜은 검은 안개들과 바람의 힘을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자유 자재로 바람의 힘을
조종하며 주변의 잔해들과 모래폭풍들을 이용해 압박해왔다. 이미 온몸은 곳곳에 긁히고 부딫혀 상처가
여러군데 나서 피가 여기저기 조금씩 흘러내려갔다.
"후후.. 역시 입만 산 애송이였나. 그런 물건들을 사용한다고 여기서 상황이 바뀌진 않을텐데?~.."
하지만 상명은 웬디르의 비아냥에는 전혀 대꾸하지 않고 팬던트의 힘을 빌려 불의 힘을 웬디르에게 뿜어내면서
운명탄 반동을 자신의 뒤쪽으로 날려준뒤, 다시 마법탄 한방을 웬디르에게 발사했다.
처음 웬디르는 상명의 페이트건 난사에 여기저기 피하는듯 했지만, 이제는 아무렇지 않게 탄이 날아오는것을
보자마자 손으로 휙 튕겨내 멀리 날려버렸다.
"...큭, 아직 끝나지 않았어..!"
웬디르가 자신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려던 찰나에 상명은 아까전 쏘아둔 반동탄으로 높이 뛰어오르면서,
페이트건을 웬디르에게 정조준하자 웬디르는 다시 손짓으로 지면에 놓여있는 주변의 돌멩이들과 모래들을
상명이 떠있는 공중에 거대한 덩어리를 만들어 날렸다.
상당한 크기의 덩어리로 뭉쳐 날라오는 모래와 돌멩이들을 팬던트의 바람의 힘으로 도로 웬디르에게 날렸지만
웬디르는 상명이 착지하려는 지면의 뒷쪽으로 소리도 없이 다가와 손바닥으로 등뒤를 가볍게 툭 쳤고,
바람의 기운이 가미된 공격에 상명은 지면을 타고 몇미터를 주르르륵 밀려갔다.
하지만 웬디르의 계속된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밀려나는 그 와중에 다시 운명탄 과거를 소환해 위치를
맞바꾸었고, 페이트건의 마법탄을 한발 한발 발사하던 패턴에서 이번에는 2,3발을 발사하는것으로
패턴을 바꾸어나갔다.
하지만 탄환의 속도보다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는 웬디르는 상명에게 있어서 버거운 상성이었다.
도무지 조준을 하는것도 힘들었지만, 맞추기 위해 겨누는 포즈만 잡고 있어도 웬디르는 순식간에 여기저기
움직여서 도저히 상명으로서는 맞상대가 힘들었다. 그마저도 운명탄과 마법탄을 바꿔가며 싸우고 있지만,
운명탄은 말그대로 수비용으로 공격을 할수가 없고 마법탄은 지금 자신의 기운으로는 느린 속도로
탄환의 크기도 작은데다가 빛줄기가 아닌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여 애초에 맞추기도 힘들었다.
`...어쩐다. 놈은 바람의 속도로 페이트건보다 빨라..젠장. 막기만 하다가 죽겠어..침착하자.`
대치상태도 잠시, 상명은 뒤로 달려가면서 운명탄 여러발을 지면 여기저기에 뿜어내면서 품안에서 거울을
뽑아 들었다. 확실히 웬디르의 속도는 바람 이상의 것으로 계속해서 웬디르는 상명의 뒤쪽을 여러번 노렸기에
상명은 그점을 노리고 웬디르를 유인하기 위해 지면에 페이트건의 운명탄을 지뢰처럼 군데 군데 그 찰나의
타이밍에 심어두면서 거울과 동전을 모두 꺼냈다.
`그래, 운명탄의 코드는 여러가지, 내가 쓰고 생각한 모든건 현실이 되는 언어의 힘이다!!`
그리고 웬디르가 또다시 자신의 뒷쪽에서 나타나려 하자, 상명은 심어둔 운명탄 여러발을 터트려 거울을
타고 웬디르에게 반사시켰고 순간 웬디르는 놀라 재빠르게 다시 사라졌으나 터진 운명탄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웬디르의 그림자가 상명의 눈에 들어왔다.
순간 웬디르는 당황한 기색이었으나, 이내 동요하지 않고 아까처럼 손짓으로 다시 모래 폭풍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상명은 그 틈을 주지 않겠다는듯, 웬디르를 향해 마법탄을 한발 날리면서 웬디르가 있던 정면을 향해
뛰어 들어가면서 그림자로 보이는 반경에는 운명탄을 날렸다. 조금은 효과가 있었던것인지, 펑소리와 함께
상명의 왼쪽에서 무언가가 빛줄기가 터져나오면서 그림자는 멀리 떨어졌고, 아까전 운명탄으로 인해 움직임을
순간 읽혀버린 웬디르는 금새 분노한 표정으로 순식간에 그 반대편 오른쪽으로 돌아 바람의 기운을 담고
만들어진 폭풍으로 상명의 머리채를 잡고서 그대로 힘을 부여했다.
어마어마한 소용돌이와 함께 몰아붙인 폭풍으로 형체도 없이 상명은 그대로 증발하여 완전히 사라졌고,
웬디르는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크게 웃었다.
"호호호호호호호호!!!! 네놈이 가진 힘도 괜찮았지만, 역시 넌 안되!! 바람과 함께 사라지려무나..
호호호호!"
자신도 순간 페이트건에 조금 타격을 입긴 했지만, 고작 이런 애송이쯤이야란 생각으로 막 돌아서던 순간,
눈앞에는 죽었다고 생각한 그 애송이가 그대로 자신을 향해 멀리서 페이트건을 겨누고 있었다.
"..후, 진짜 큰일날뻔 했어. 당신은 정말 강해.. 무서울만큼말야. 하지만 착각하지마라, 내 언어의 마술은
당신의 바람보다는 빨라!"
"또다시 숨바꼭질을 할셈인가? 애송이..호호호!"
상명은 애초부터 웬디르와 속도전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 때문에 결국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했고,
페이트건의 운명탄으로 웬디르의 움직임을 읽는것과 자신이 한번쯤은 웬디르의 강한 공격에 제대로
당할것까지도 계산해서 운명탄중 환영과 투시,수호 등의 수비위주의 탄환을 지면에 박아둔후
가장 위급한 순간에 일제히 지면에 박아둔 운명탄을 모두 터트렸다.
그 덕분에 웬디르는 움직임도 읽힌데다가 순간적으로 맞게 된 마법탄의 파워까지 쌓였다.
하지만 이순간, 상명 역시 여유만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이미 몸을 짓누르는듯한 중력의 압박감 때문에
평소에 비해서 몸이 몇배로 무거워져 있었기에 이이상 전투를 계속했다가는 웬디르가 아닌 도구들에 의해
스스로 쓰러질수가 있었기에 겉으로는 여유로운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명이 식은땀을 흘리는것을 발견한 웬디르는 오히려 여유를 되찾아 곧바로 상명의 눈앞까지
나타났고, 다시 상명은 지면에 박혀있는 마지막 운명탄을 하나 더 터트려서 재빠르게 다시 웬디르와 거리를
두었다.
양측은 계속해서 서로의 틈을 찾고 찌르기 위한 머리싸움까지 함께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틈은 보이지 않았다.
상명은 웬디르의 바람의 속도를 따라갈수 없었고, 반대로 웬디르는 상명의 페이트건으로부터 터져나오는
운명탄의 변수 때문에 쫓고 쫓는 싸움이 반복되어 서로를 노리기가 어려웠다. 오직 승부의 추는 한가지.
작은 틈이라도 파고들어 일격에 끝장을 내는 방법이지만, 그점에선 웬디르가 훨씬 유리했다.
게다가 상명의 경우는 어쨌거나 여러가지 도구들의 무리한 사용으로 이미 체력이 거의 바닥나서 사실상
이이상 무리할 경우는 제풀에 지쳐 쓰러질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것은, 상명은 아직 페이트건의
컨트롤에 익숙한것이 아니어서 실상 웬디르와의 전투에서는 타격을 줄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즉, 웬디르의 공격으로부터 수비 위주로 나서는것과 운명탄을 이용해서 웬디르의 틈을 읽거나 봉쇄는
할 수 있으나 정작 그런 웬디르를 공격하려면 어느정도 자유자재로 마법탄까지도 사용해서 확실하게 끝내야
하지만 그것은 무리였다. 게다가 체력은 체력대로 많이 떨어진 상태.
더이상은 방법이 없었기에 마음을 비우는 수 밖에 없다. 웬디르와의 승패는 논하기 어려운것으로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모르는일이지만, 어쨌든 시간이 지날수록 상명은 심하게 지쳐가는 모습이었고
웬디르는 그점을 노리려는듯했다.
`...젠장, 최선을 다했지만 이이상은 무리다. 더이상은 힘을 낼래야 낼수 없어..`
이미 몸은 무거워질대로 무거워져있었고, 아까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눈치챈 웬디르의 마지막 공격이 상명의 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미안해...진현, 조이. 지켜주지 못해서. 너희들의 그런 아픔을 빨리 알았다면 조금 더 따뜻해질수
있었을텐데. 용서해!`
상명은 마음을 비우고 눈을 질끈 감은채 웬디르의 마지막 공격에 목숨을 내던지려고 했다.
더불어서 자신을 괴롭히는 모든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음의 준비까지도.
웬디르의 사악한 웃음과 함께 그녀의 손이 상명의 목을 향해 날라오려는 순간, 놀랍게도 웬디르는
다시 뒤로 빠진채 바람의 기운을 자신에게로 날려보냈지만 금새 바람의 기운은
그의 눈앞에서 살며시 사라져갔다.
마음을 비우고 있던 상명의 눈앞에는 건장한 30대 남성이 서있었다.
이미 다 죽었다고 생각하고 모든걸 놓으려던 찰나에 벌어진 일은 순식간에 주변의 공기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악한 기운의 정체가 네놈이었군! 이제야 찾아내다니..무슨 목적이냐!"
"호호호호, 또 다른 애송이의 등장인가?"
갑작스런 상황에 상명은 어안이 벙벙해졌지만, 덕분에 죽을뻔한 상황에서 간신히 벗어났으나 이남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왜 자신을 구해줬는지 아무것도 모른채 서있을수밖에 없었다.
굳어있는것도 잠시, 눈앞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은가? 왜 쫓기고 있는거지?"
남자의 물음은 바로 자신이 묻고 싶은 질문이기도 했으나, 할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아니 말하자면 사정이 너무나 길었다. 설명하기엔 시간도 너무나 짧았기에 묵묵부답으로
아무말도 하지 못한채 상명은 서있었다. 더구나 이남자는 어떻게 알았는지 자신을 구하는것은 물론,
웬디르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그의 존재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으나 말할 기운조차도
거의 떨어져가고 있었다.
"호호호, 두놈이라도 상관없지! 꽤나 뜻밖의 수확인걸?"
웬디르는 이내 상명과 남자를 공격하기 위해 서서히 조금씩 거리를 좁혀오고 있었다.
1:2의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웬디르는 여전히 지친 기색 없이 둘을 동시에 상대할 생각이었고,
상명도 상당히 지쳐있긴 했지만 어쨌든 자신을 구해준 이 남자는 최소한 적은 아닌듯 했으나
정체를 알 수 없었고 현재로선 자신이 무척이나 힘든 상황이라 승산까지는 장담할수 없었다.
그리고 잠시후, 웬디르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욱더 긴장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었다.
"형! 괜찮은거에요?!"
반가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조이였다. 놀라워하는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명의 옆에 조이는 순식간에
나타났고 아니나 다를까 상명은 그 기운이 다 떨어진 상황에서도 조이를 보자마자 곧바로 꿀밤을 날려댔다.
"우씨!!! 왜 때려요!!"
"...이자슥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때문에 하루종일 숨막혀서 죽는줄 알았다고!
너 진짜로 죽은줄 알았단 말이야! 이렇게 날 놀래켜도 되는거야?!"
"헤헤, 살아났으면 된거잖아요! 오히려 나는 형이 더 걱정됐다구요! 왜 내물건은 다 가져가고 그래요!
그거 얼마나 사용할때 조심해야 하는지 알아요!?"
"뭐라고?! 위급할땐 물불 안가리고 쓰는거지 말이 많아!"
수호는 상명과 조이를 보자마자 상황을 눈치챘다. 이들은 분명 사악한 기운을 가지고 일을 벌이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쫓기고 있었고, 자신이 그토록 궁금해하던 문제의 원인도 결국 파악한 셈이었다.
상황을 조금 더 파악한 수호는 상명과 조이를 향해 물었다.
"자네들이 쫓기고 있던 자들인가?"
수호의 질문에 상명과 조이는 무슨말인지 영문을 몰라 특별한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블랙문과 같은 적은 아니란 생각에 조금은 안심하는 눈치였다.
반대로 웬디르는 상명과의 숨막히는 공방전도 은근히 힘을 뺀데다가 방금 나타난 남자와 소년 또한
보통내기가 아닌것을 어느정도 눈치챘기에 이번만큼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제일 문제인것은 수호와 조이의 합동공격이지만, 그 가운데에 여전히 골치아픈것은 상명이었다.
죽을듯한 상황속에서도 기어이 물고 늘어지면서 페이트건의 무한 변수를 이용한 패턴때문에
자칫 큰일날뻔했던것을 생각하면 아무리 바람의 웬디르라 할지라도 이번 전투는 조심하지 않으면 안되었으나.
이내 일행을 둘러싸고 서서히 주변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 반가운 얼굴이 있었는지, 웬디르의 얼굴은 슬쩍 미소를 짓고 있었고, 수호와 상명,
조이 또한 기척조차도 없이 순식간에 나타난 이들을 보면서 곧바로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애송이들이라 얕보더니 이제서야 회복했나?"
웬디르는 어둠속에서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나이들중 누군가에게 비웃듯이 외쳤다.
그러자 남자는 씩 웃으며 자신의 머리를 누르던 중절모를 벗어, 가볍게 걷어차 날려 보내며 대답했다.
"글쎄.. 얕봤다간 웬디르 자네도 조심하는게 좋을걸? 적어도 우리조직에 꽤나 걸림돌인 존재들이니까
말이지."
그리고 어둠속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보자 상명과 조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채 둘은 동시에 외쳤다.
"..제르엘 !"
"...역시, 살아있었군요!..."
제르엘은 상명과 조이를 보자, 마치 지난번 못다한 승부를 펼치려는듯 조금은 반가운 기색을 드러냈고,
그앞의 남자를 향해서도 알고 있는듯한 모습이었다.
"죽지 못해서 미안하다 애송이들. 이번엔 확실히 끝장을 내주도록 하지.. 그리고 반갑다, 한수호.
아직도 스승의 복수를 하기 위해 쓰잘데기 없는 수행을 하고있나? 큭큭큭.. 무의미하다고 이미 여러번
가르쳐줬을텐데?"
수호는 어둠속에서 제르엘이 나타나자, 상명과 조이 못지 않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
"...스승과 사제들, 동문들을 죽인 네놈을 잊을까보냐! 혹시나 했지만, 역시 이번 사건을 저지른건 너였군
제르엘!"
"약해빠진 류파의 힘으로 무엇을 하겠다는거지? 아직도 그런 시시한 생각을 갖고 있는건가?
너도 낡아빠진 동방류의 잔당일뿐인가?큭큭큭.."
상명과 조이는 당연하게도 제르엘과 맞부딫힐 생각이었지만, 수호라는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하여
그에게 물었다.
"..끼어들어서 미안하지만, 아는사이인가요?"
이를 갈고 있던 수호는 상명이 묻자, 아무 거리낌 없이 그러나 진지한 대답을 들려줬다.
"..너희들이 어떻게 이싸움에 연관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들려주지."
수호와 제르엘은 오래전 중국의 동방류라는 도가의 한 문파에 있던 동문이었다.
제르엘은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수행과 발전을 보여 향후 문파를 책임질 위대한 인재였으나,
강해질대로 강해진 제르엘은 수행에 수행을 거듭하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리고 수년 뒤 돌아온
제르엘은 문파의 스승과 사제들, 동문들을 모두 죽이고 자취를 감추었다.
다시 만난 제르엘은 블랙문의 하수인이 되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타락한 존재가 되어있었다.
수호는 과거의 기억에 치를 떨며 제르엘에게 분노를 드러냈다.
"...고작 강함에 대한 집착이 이런 결과를 만들다니..! 하늘이 부끄럽지 않느냐 제르엘!"
"운 좋게 네놈만 한국으로 돌아가서 목숨을 부지했다는것도 다행인줄 아는게 중요하지 않겠는가? 후후후.."
"...과연 일전의 수상한 흔적들은 너희 조직의 것이었어. 낯선 이 한국땅에서 일을 벌이는것도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내가 있는한 스승님과 모두의 복수는 물론이고 네놈의 죄값을 치르도록 해주마!
990식 강선진!"
수호는 하늘을 향해 왼팔을 뻗어 수차례 왼팔을 회전하면서 오른팔에서는 품안의 부적들을 꺼내어 허공에
뿌린뒤, 강선진의 주문을 외웠고 뿌려진 부적들은 주변에 진을 형성해가며 원의 형태로 블랙문과
상명,조이의 주변 일대에 망을 형성해갔다.
놀란 조이와 상명의 표정도 잠시, 수호의 과거를 전해들은 둘 또한 각오를 다지며 앞으로 나섰다.
"그래, 어쨌든 블랙문 너희들의 행동은 정말 맘에 들지 않아! 못다한 승부는 지금 바로 펼쳐볼까!"
"좋아요! 이 나도 거기 아저씨 때문에 죽을뻔 했으니까, 한번 제대로 해볼까요!"
"..지나친 힘에 대한 집착이 하늘을 찌를때 너희들의 악행 또한 심판을 받으리라! 808식 천백검!"
수호가 펼친 강선진은 곧바로 결계가 되어, 블랙문의 조직원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주변 일대를 꽁꽁
원형태의 부적의 결계로 묶어두었고, 상명과 조이도 펼쳐질 일전을 준비하기 위해 태세를 갖추자
제르엘과 웬디르는 사악한 웃음을 띄며 나머지 블랙문의 조직원들과 함께 서서히 기운을 끌어모아갔다.
"주제에.. 애송이와 피래미가 셋으로 늘어난다해도 너희들의 한계는 극복할수가 없을텐데 후후.."
제르엘의 여유로운 표정에 상명,수호,조이는 각자의 태세를 마친뒤 뛰어들며 외쳤다.
"그건 해봐야 아는법, 하지만 이미 한번 부딫혀본 상대!"
"...힘에 의한 추구는 더 큰 힘에 무너진다는것을 잊지말아요!"
"부탁한다, 거기친구들. 나로서는 목숨을 건 싸움이니까!"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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